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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악보
윤동하 지음 / 윤문 / 2023년 4월
평점 :
통찰과 동정의 노래라.
철학자의 악보에 실린 노래는 통찰과 동정, 정신과 숙명, 그리고 지혜와 사랑, 이렇게 3장의 노래에 78개의 악보가 실려있다. 통찰과 동정이 34개 주제로 죽음, 정신, 의문, 우상, 우울, 갈망, 증명, 절제, 진실, 인간과 존재, 후회, 동력, 이성, 농담, 통찰 등이, 다음으로 정신과 숙명의 노래는 호기심, 야생화, 바람, 거짓, 저항, 정신, 모순, 역할, 상승, 두려움, 혼란과 창조, 관계 등 24개, 지혜와 사랑의 노래에는 자연과 인간, 목적 흔적, 무상, 허무주의, 고독, 시인, 사랑과 철학, 차이 등의 20개의 악보가…. 철학의 노래하라. 그대 자신만이 그대 삶의 기준이 되고 척도가 되도록 하라는 규칙에 맞춰서,
이 책은 꽤 어렵다. 쉽다면 쉬울 수 있고, 어렵다면 어렵다. 바탕에 깔린 지은이의 기본적인 관념이랄까, 사고의 태도는 “나를 귀하게 여기고, 내 삶의 기준은 오로지 내 자신이다.” 멘토의 흉을 낼 필요도 없고, 이를 따라가려고 하다 열패감, 열등감에 찌들 필요도 없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 이런 태도 속에서야말로 상호 존중의 자세도, 무비판적인 수용도, 휘둘림도 줏대 없음도, 온전히 내 정신세계에서 온전한 나로, 사람과의 관계 사랑과 차이에 생각해 보라고, 철학, 생각하는 것은 머릿속에 악보를 펼쳐놓고 연주하는 것이다.
그저 어렵다고 생각하기 싫다고 어두운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지쳐버릴 지경이라고 느끼는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사고, 생각하기가 아닐까 싶다.
죽음의 역설- 통찰과 동정의 노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한가?, 지은이는 삶의 두려움에 먼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질문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순서가. 태어나면 죽음은 시작된다. 날마다 죽고, 새로 생겨나는 세포들, 어느 정도 균형상태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느끼지 못한 사이에 죽는 세포와 비교해서 새로운 세포가 수가 더 적을 때, 눈에 보이는 노화가. 태어날 때 순서가 있지만, 죽을 때는 순서가 없다. 또한 죽을 때는 모두 평등하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공평하게 찾아오니.
죽음의 역설이란 결국,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함이라…. 삶을 적극적으로 사유할 때, 자연스레.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은 삶에 대한 성찰이 절실하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삶을 치열하게 성찰할 때 죽음은 작품이 된다.
저항-정신과 숙명의 노래
밀려오는 현상들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이
나는 무엇인가를 자각하게 된 그 순간부터 멈출 수 없이 저항해야 한다.
나를 몰아붙이던 그 모든 것으로부터
그 모든 것을 감당해내고 나서야 비로소 삶을 발견한다(157쪽).
자유의지든 환경에 구속돼, 타율적으로 움직이든, 움직임에는 구속과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마치 헤겔의 변증법, 정, 반합 체계처럼 말이다. 상호영향을 주기에 늘 유동적이며, 변화하는 질서들, 정과 반이 합이 되고 그 합은 또다시 균열로 끊임없이 정과 반은 합이 되려는 과정의 연속을 이 또한 저항이 아닐는지.
차이- 지혜와 사랑의 노래
사랑과 차이, 사랑은 다른 사람의 세계를 수용하는 것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그러므로 다름, 차이를 기반으로 한 감정의 동요다. 사랑에는 언제나 사랑하는 대상을 포함한 그의 세계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작동한다. 욕망은 양방향에서 같이 발생하기에 사랑은 일반적인 관계를 넘어서 감정적 소모가 따른다. 모든 일은 나와 다른 사람의 세계를 공유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두 세계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죽음이란 늘 삶과 함께하는 것이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닌데, 우리는 순차적으로 오는 그 무엇을 생각하거나 갑작스레 운이 나빠서 몹쓸 병에 걸려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질서임을. 저항 또한 그렇다. 끊임없이 조우하고 극복하고 부딪치며 헤쳐나가는 이 모든 과정이 저항이다. 이를 극복했을 때, 보이는 그 무엇이 삶이 아닐까,
차이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거리, 깊이를 말할 수도 있고, 사랑, 또한 자신을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 역시 나를 대상으로 삼는 나의 인식이라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매일 새롭게 형성되고 변화하는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무기력증에 빠진 인간은 결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이다.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때로는 의구심을 두고 따져보고 곱씹어보고 또 톺아보기도 한다. 안광이 지면을 철할 정도가 못 되니.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