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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
윤상인 지음 / 트래블코드 / 2023년 4월
평점 :
서양미술사의 정수를 전하는 것보다 고정관념을 깨는 게 목적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이래야 한다. 혹은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이 책을 썼다는 지은이의 말은 꽤 울림이 크다. 박물관,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ㆍ보존ㆍ진열하고 일반에게 전시하여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시설. 수집품의 내용에 따라 민속ㆍ미술ㆍ과학ㆍ역사박물관, 기능에 따라 소재에 국립, 지방박물관으로 구분되기도하는데, 왜 입장료를 내야하지? 그 성격은 뭐지 세금인가?, 운영비의 기부인가?, 별로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사회교육을 무료로 해주면 좋지 않나?... 아무튼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건 상식이라치자, 그런데 유럽은 입장이 무료인 곳이 적지 않다니…. 본디, 유료였는가? 아무튼, 이 또한 고정관념일 수 있겠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열린 교실이요, 미술관 자체가 교과서라는 인식에서 모든 사람이 이를 조건이 없이 들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바람직한 자세이지 않을까,
영국, 문화적 변방, 후진국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런던의 뮤지엄, 1년 중 360일 이상 문을 연다. 대부분 누구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보니, 200년 세월이 쌓여 자연스레 런던의 뮤지엄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또 보자 V&A뮤지엄은 복제품을 보란 듯이 전시한다고, 20세기, 21세기 현대 미술을 이끄는 많은 예술가가 영국에서 배출됐다. 포인트는 바로 생각의 전환이다.
런던의 뮤지엄 톺아보기
지은이는 이 책에서 V&A뮤지엄과 국립박물관을 비롯하여 모두 11곳을 소개하고 각 특징을 적어두고 있다. 폐발전소를 이용해 만든 테이트 모던 뮤지엄, 공간을 활용하여 설치 미술품 전시도 하고 있다고…. 런던의 미술관과 뮤지엄 돌아보기 프로젝트의 안내역을 맡은 지은이의 눈을 따라 함께 출발한다.
카스트 코트, V&A뮤지엄
V&A는 베낀 작품을 버젓이 전시하고도 오리지널 박물관이 되다. 전시물을 통해 박물관의 위험을 과시하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예술을 감상하고 각각의 특징과 제작 과정을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교육을 통한 국민계몽이라는 목표가 관철된 것이다. 카스트 코트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카라얀 전승 기념비,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 등의 복제물이 놓여있다. 문화 후진국 영국의 콤플렉스가 이 공간을 만드는 데 한몫을. 박물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코톨드 갤러리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프랑스를 런던사람들이 추억하는 방법, 인류 역사에서 19세기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 전례 없는 변화, 변혁의 시기다. 카메라, 전화기, 버스, 기차, 비행기 모두가 이 시대의 발명품이다. 19세기의 프랑스 예술은 인상주의는 각색된 역사화와는 생각이 달랐다. 사진을 찍어놓은 듯한 표현, 작품에는 과장이 없다.
영국에서 19세기의 프랑스를 엿볼 수 있는 곳, 코톨드 갤러리는 직물업자였던 새뮤얼 코톨드는 작품 수집을 넘어 미술 연구소를 설립, 오늘날 미술 교육 전문학교인 코톨드 아트 인스티튜트(CIA)로 발전, 영국 미술사 분야로는 최고의 지위를 자랑한다고. 당대의 귀족들은 미술관을 무료로 개방하는 데는 찬성하였지만, 일반 시민이 공식기관에서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는 데는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것이니,
테이트 브리튼, 교도소를 미술관으로
증기를 내뿜는 기차는 어떻게 영국의 예술을 바꿔놓았는가?, 여기에는 19세기 영국에서 활동한 젊은 예술가들의 그림이 걸려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영국 화가들만의 작품으로 꾸며진 이곳, 영국 미술의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낭만주의 사조의 작품도, 교도소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갤러리, 설탕 재벌 테이트가 국립미술관에 자신의 소장작품을 기부 의사를 밝혔지만, 공간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하기도…. 아무튼 지금은 영국다운, 영국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선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테이트 모던, 폐발전소를 그리고 강 건너 오랜 전통의 세인트 폴 성당과 이어지는 다리
현대 작가의 작품, 한때 화력발전소였던 곳에 자리한 미술관, 황폐한 지역에,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공존”이라는 철학을 내세워, 건물 상부는 불투명 박스 형태를 증축, 발전소의 원형을 보존, 내부 역시 발전소의 특유의 심미적인 부분을 살리면서 미술관의 기능이 돋보이도록. 르네상스-바로크 건축양식의 세인트 폴 성당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던 두 건물, 현대와 과거, 이를 연결하는 다리,
뉴포트 스트릿, 무명작가의 작품도 일단 걸리면 가치가 올라가는 갤러리
공업지대에 차려진 갤러리, 이를 세운 허스트는 소장작품 3000점을 전시했다. 핵심은 하나 허스트의 눈에 띄어 전시된 작품은 뭔가 있으니 허스트가 그 작품을 구매했을 것이라고. 호스트 자신이 미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완벽하게 계산해 세워진 갤러리다. 허스트는 1만 점의 작품을 태워버리고 NFT로 만들어 갤러리에 전시한다. 아무튼, 그렇다.
스트릿 아트, 쇼비치
지붕 없는 갤러리, 런던에서 가장 힙한 장소, 17세기 프랑스 신교들은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20세기엔 유대인들이 히틀러를 피해, 1950~60년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이 브리티시 드림을 꿈꾸며, 모여 일하던 곳이다. 쇼비치에서 유명한 길, 브릭 레인 1킬로미터 정도 이어진 길에는 수십 개의 인도 카레 집이. 길거리의
벽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작가의 그래피티로 채워져 있다. 성역 없는 스트릿 아트….
유럽의 미술관 뮤지엄 투어, 영국 런던의 그것은 글쎄다. 그냥 유럽의 한 형태로만 인식된 듯, 이 책을 통해서 런던만의 독특함을 볼 수 있어서…. 11곳의 미술관과 뮤지엄, 각각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몰랐던 것을 아는 그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 얇고 넓은 지식에서 조금 벗어난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