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청춘 - 지나온 시대와 지나갈 시절의 이야기
구가인 지음 / 모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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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청춘

 

세기말 1999년, TTL 011,016,019, 휴대전화 앞번호를 시대를 구분한다면. 20세기다. 21세기, 시대가 나아진 듯, 후퇴한 듯, 헷갈리는 상황이다. "청춘"은 시대, 세기를 막론하고 늘 존재한다. 인류라는 인간종이 멸종하지 않는 한은 말이다.

 

작가 구가인의 이야기는 추억의 낭만 열차처럼, 굴곡도 있고, 정체도, 시원하게 달리기도, 달리는 열차 안 구조물에 관한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안방극장을 점령했던 <응답하라, 1988>, 1994, 1997까지 이어지는 청춘들의 이야기에서 한국 사회를 뒤바꿔놓은 IMF의 저주까지, 온 국민이 사연이 담긴 금가락지, 반지를 죄다 내놓고, 좋은 세상을 기대했건만, 뭐 기대와는 달리,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을 끌어들이다니….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다. 그 시절 그 노래처럼, 제각각 왕년에라는 버전으로 과거를 회상하라 하면, 아주 기가 막힌 이야기에서 어쩌면 그때 그게 가능했다는 전설까지, 파노라마의 연속이다. 청춘은 누구에게나 늘 그렇게 추억거리가 많은 앨범인 모양이다.

 

이 책은 3부 체제다. 1부는 20세기 청춘이란 제목으로 9꼭지를, 2부 지금 우리에서는 나도 MZ야, 쪽수는 중요하다 등 9꼭지, 그리고 3부 요즘 어른, 공정이라는 착각 등 10꼭지를 딱 29개의 이야기다. 20대의 청춘이니 29개 이야기인가?

 

90년대의 추억, 그저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요즘은 어른이 없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 온 터라, 요즘 어른 편을 한 번 보련다.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20년 전 대학 시절 이야기다. 40대 후반의 여교수, 여학생에게는 박한 학점을 그리고 비주얼이 괜찮은 남학생에게는 후한 점수를, A+사건, 누가 봐도 아닌데, 비주얼이 괜찮은 남학생이 딱하니. 최고점을 받았다. 여학생들은 항의하자고 난리다. 세월이 흘러, 지은이가 기자로 인터뷰를 했던 남자배우, 비주얼에 목소리에 평소 어리바리하다는 평과 달리 말도 잘한다. 기사를 쓰려고 녹음파일을 틀자, 현실이었다. 기삿거리가 없다. 왜일까, 바로 매력 자본에 넘어갔음을. 20년 전 여자 교수의 그 당시에 공정했다. 매력 자본의 함정에 빠졌으니, 지금 그 느낌을 지은이는 받았다. 아우라에 당했다는 말인가,

 

멋진 언니 아닌 생존자의 고백

 

멋진 언니를 따라 하다간 가랑이가 찢어진다. 슈퍼라는 수식어는 아무에게나 붙는 게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멋진 언니들은 그 경력을 쌓기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 독립투사를 방불케 한 그들의 전투력. 하지만, 언니는 언니고 나는 나지, 언니 말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된다. 멋진 말이다.

 

82년생 김지영에 관하여, 지영이의 세상

 

작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영화 포스터가 시내버스 옆면을 장식하고, 한동안 82년생 김지영을 모르면, 뭐라더라 아무튼 그렇다. 한국 사회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니 말이다. 80년대 생 이후 여성들은 엄마처럼 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세대가 됐다. 문제는 학교 밖 세상의 변화가 더뎠다는 점이다.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한 여성 다수가 출산 이후 직장을 포기, 경력단절의 길로 들어섰다. 지영이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회사를 떠났다. 이들은 왜 경제활동이 아닌 육아를 자신의 몫으로 선택했을까?

 

취집문화, 취업과 시집이 문제다. 여자는 시집이나 잘 가면 그만이지, 여자도 공부하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서로 다른 가치관이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곳에 시집간다는 것으로 통합, 또 보자, 수많은 지영이가 경력단절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워라벨. 웃기는 소리다. 워킹맘은 있어도 워킹대디는 없다. 아직은 공식적으로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으니, 이 현상을 두고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하나?

 

"청춘" 듣기만 하여도 가슴 벅차고 설레는 말, 이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자꾸, 자주 그리고 큰 소리로 "청춘"을 푸르게 푸르게라고, 찌들고 어둡고 칙칙한 청춘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고 "청춘을 돌려다오"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세상은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고, 일 보 전진에 이 보 후퇴에서 두 걸음 앞으로 한 걸음 뒤로 정도까지만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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