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치코 멘데스 - 숲을 위해 싸우다
치코 멘데스.토니 그로스 지음, 이중근.이푸른 옮김 / 틈새의시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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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간디, 치코 멘데스

 

프란시스코 치코 알베스 멘데스 필호는 1988년 성탄절 이틀 전에 벌목업자의 총에 맞아 죽었다. 마흔네 살의 짧은 생을 아마존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바쳤다. 이 책은 그가 떠난 후 35년이 지나 그의 친구이자 사회학자인 토니 그로스가 치코 멘데스와의 생전에 가졌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계급투쟁 없는 환경운동은 정원 가꾸기에 불과하다

 

이 한마디가 치코 멘데스의 세계관과 그의 사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에서 기후 정의 운동이 성장하면서 자주 접하게 된 문장이다. 그의 이름은 2013년 새의 학명(치코의 티라노레)으로 명명됐다. 왜, 새의 이름에 그의 이름이 붙은 것일까,

 

그의 삶을 기리기 위함일 것이다. 노동운동을 지도하면서 고무 수액을 채취하던 노동자였고, 생태주의자였던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고, 추천사를 조효제(성공회대 교수, <탄소사회종말>의 저자)는 말한다. 지구환경에 위기가 닥치는 순간, 우리는 치코 멘데스처럼 자연과 인간 사랑을 함께 실천하면서 연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숲과 깊이 교감하고, 이해하고, 배워서 숲을 보호하자는 치코멘데스,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됐다. 프롤로그에서 피해자를 탓하지 말고, 동맹을 구축하고 연대하라고, 1장에서 치코 멘데스가 어떻게 노동자에서 혁명가로 거듭 태어났는지를, 2장에서 투쟁하는 방법을 배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3장 단단한 관계망을 형성하라, 4장 지주들의 반격, 5장 함께 일하고 함께 싸우라고, 6장에서는 오래된 미래, 그 너머로, 각 장 끝에 깊이 읽기란 을 통해서 고무의 역사와 고무 채취 노동자의 삶을 비롯하여 브라질의 현대사 주요장면을 싣고 있다. 이 책을 깊이 있게 읽어내려면 당시 브라질 사회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노동자가 혁명가가 되고, 생태주의자가 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치코 멘데스, 아마존의 밀림이 오늘날까지 벌목되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었던 데는 사연이 있었다. 바로 이를 지켜내려던 이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아마존 밀림, 우리에게는 지구의 허파라는 이름으로 귀에 익은 아마존, 치코 멘데스는 고무 채취 노동자들과 함께 지주들과 싸우면서 풀뿌리 조직의 역량 강화, 채굴 보존지역의 법제화, 세계 언론의 관심과 지원을 끌어냈다. “엠파치” 남녀노소 모든 사람이 모여 숲을 지키기 위해 중장비와 총구 앞에서 선 그들, 그리고 지도자 치코 멘데스, 그는 지도자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하는 구조가 지속 가능성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환경보호단체들의 투쟁 현장, 여기에 치코 멘데스의 생각이 퍼졌으면 한다. 작은 힘이 모여, 큰 힘이 된다. 남녀노소가 내 일처럼 여기고 나서야만. 자그마한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고 강을 이루면 엄청난 힘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치코 멘데스의 생각은 간단하다. “숲, 자연, 인간 사랑”

 

그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 나는, 고무나무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마존 숲을 구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야 비로소, 진실을 깨달았다. 난 인류를 위해 싸우고 있었던 것”이라고…. 그는 노동자가 평등하게 사는 세계를 꿈꾸면서, 암살자들의 손에 죽을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을 억누르며,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치코 멘데스는 정치인도 지식인도 아닌 고무 수액을 채취하는 일을 했던 노동자다. 같이 일하는 이들이 겪는 빈곤과 불평등, 아무리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 갈수록 커지는 불평등의 골, 이를 뛰어넘기 위해 딛고 일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숲을 지킨다는 건 사람의 목숨을 지킨다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화두인 지금, 30여 년 전, 숲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치코 멘데스의 이야기를 오늘 다시 읽어야 할 이유는 뭔가, 환경보호 운동이 관성화되고, 힘에 부칠 때, 치코 멘데스의 투쟁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힘을 내자고….

 

한국에서 치코 멘데스 상을 처음으로 받았던 환경운동가 최열은 4대강 살리기라는 대사기극에 맞서 싸우다 갇혔을 때, 제인 구달에 이어 8번째 수상자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21세기 한국에서 이런 상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참담했다고, 말한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운동가들이 목숨을 잃거나 감옥에 갇혀있음을. 기억하면서,

환경운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치코 멘데스의 생각을 빌리면, 숲을 살리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제 살을 갉아먹는 이상한 종은 인류라는 종밖에 없을 듯하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세상이 변해도, 인류종이 자연을 지배하는 유일종이라는 오만함을 버리지 않는 한, 스스로 멸망의 길을 재촉할 뿐이다. 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함께 하는 태도를 갖지 않는다면...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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