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유익한 진짜 공무원의 세계 - 공무원의 탄생과 일상
권기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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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거부하는 관료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의 장관급 중앙혁신위원장과 방송위원장을 맡았던 조창현은 그의 회고록에서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관료들과 싸운 일화를 소개한다. 결론은 정권은 유한하지만, 직업공무원은 영원하다고….

 

2018년 감사원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지 않은 이유를,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 2967명에게 물었다. 공직문화와 같은 환경요인(33.7%), 불합리하거나 현실에 맞지 않은 절차 등 제도요인(26.2%), 적극 행정에 관한 공직자의 책임 의식 부족 등 개인 요인(20.9%), 권위적 강압적인 리더십이나 내부통제 운영 등 조직요인(16.5%)을 들었다. 6급 이하의 실무자들은 공직 내부의 문화나 조직 분위기 등 환경적인 문제가 크다고, 조직을 운영하는 관리자들은 개인적 문제로, 이런 시각이 차이는 왜?

 

19세기 발자크의 프랑스<공무원 생리학>와 지금의 공무원 생리는 다른가?

 

오노레 드 발자크<공무원 생리학>, 19세기 파리나 한국은 똑같다. 발자크는 공무원을 최상으로 정의하면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들이다. 그렇다고 인기가 없을까, 전혀 아니다. 엄마의 희망 “우리 아이는 공무원이 될 거야!” 아, 나도 안다. 지금 이 시대에 행정직만큼 선망하는 게 없다는 것을….

 

관료가 된다는 것은 세비에 손댄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 아무것도 안 하거나 해도 조금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 의회는 신임자들의 적이 된다. 의회는 지출 경비를 감시하는 전문 조직을 만들고, ‘인건비 예산 삭감’ 같은 제목의 장을 만든다. 치사하게 수당을 흥정하는 것이다. 비밀 경비를 위해 돈을 구해야 하는 장관은 직원들의 예산을 삭감한다.

 

많은 사람이 국가에 봉사하면서 부자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다.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자가 되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국가 탓이라며 시간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공무원들을 훔친다.

“다음 중 최상의 국가는 어떤 국가인가? 적은 공무원으로 많은 일을 하는 국가인가, 아니면 많은 공무원으로 적은 일을 하는 국가인가?”

. “공무원이란 무엇인가? 어느 직급에서 시작해서 어느 직급에서 끝나는가?”

 

복지부동의 공무원, 누구의 책임일까?, 공무원의 가장 큰 백은 국민이다

 

사실 공무원들은 승진과 성과급 등의 보상 체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나름대로 소신에 따라 처리한 일로 나중에 정치적 환경이 변하면서 감사나 수사 등 자신이 책임지는 상황이 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상사의 부당한 업무명령을 따르면, 둘 중 하나다. 하나는 불법행위에 가담하게 되고, 소신을 주장하면 좌천되고 승승장구의 길은 막힌다. 아무튼, 그런 자리에 간다는 걸 피하다 파하다 가게 되면,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야만 가늘고 길게. 공무원 세계를 너무 어둡게만 보는 건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위에서 발자크의 <공무원 생리학>을 왜 끌고 왔겠는가, 생리는 변함이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지은이는 공무원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공무원 생리학인 셈이다. 그는 한국의 공무원 세계를 역사를 거슬러 살펴본다. 선비들이 무엇을 위해서 공부하는가 입신양명과 집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지금과 무엇이 다른가, 밥그릇이 우선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럼, 뭐가 다르지?

 

공무원의 충성대상은 국민, 공무원은 무엇을 먹고사는가? 명예,

 

공무원의 충성대상은 국민, 시민이다. 누구한테 월급을 받는가,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먹고산다. 지은이는 현직 공무원이다. 이른바 고시 출신이다. 공무원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직접 말하지 않는다. 공무원은 이런 사람들이다. 국민 여러분, 이게 공무원의 생리입니다. 공복이 되고, 공공서비스를 제공 혹은 이를 매개하는 사람들이란 점을 기억해 두라. 국민 여러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여러분의 태도에 따라, 공무원은 누구에게 충성해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란 말이다.

 

어떤 식으로 이 책을 읽든 간에,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관념된 공무원은 한때는 철밥통이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다고만 볼 수 없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알기 어려운 공무원의 생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봐야 한다. 내 주변 공무원들의 고충과 고민이 무엇인지, 내가 공무원 세계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공무원의 길을 함께 고민해보자고…. 이 책은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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