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읽어주는 여자 - 공간 디자이너의 달콤쌉싸름한 세계 도시 탐험기
이다교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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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채우는 것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

 

이다교의 <공간 읽어주는 여자>, 제목부터가 뭔가 느낌이 다르다. “공간”을 읽다. 꽤 철학적이다. 아니, 역사, 문화를 읽는다는 의미인가?, 예술가는 건축을 못 해도 건축가는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어머니 말에 건축을 시작했다는 다니엘 리베스킨트, 그는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을 디자인했다. 2001년에 다시 문을 연 박물관, 여기에 예술을 담았다. 구겨진 형태의 강렬한 외관과 세 개의 선에서 나타난 불편한 내부 공간, 분노, 절망, 기쁨, 희망 등 다양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며 여기를 찾는 이들의 뼛속까지 전달된다…. 베를린은 속죄하는 마음과 참회의 시간을 갖는 도시가 된다.

 

 

 


유대인 박물관

 

 

이 책은 지은이가 열다섯 나라 45 도시를 돌면서 적은 공간에 관한 느낌이다. 매우 특이한 장르다. 에세이면서, 도시탐험 여행기이기도 건축디자인에 관한 생각들이 담긴 독특한 책이다. 

 

4부 체제로 1부에서는 영국에서 시작 북유럽을 거쳐 남유럽의 스페인까지, 낯선 도시의 자유로운 이방인이란 제목으로 영국의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지은 박물관과 바둑판의 거리 바르셀로나까지, 도시의 건축 특성을 설명해준다. 2부 위로의 도시 파리, 건축과 예술로 위로하는 아름다움, 3부 비우고 채우는 성찰의 질문들, 인도의 도시와 건축물, 4부 사랑을 속삭이는 붉은 잿빛의 도시 뉴욕, 지은이는 프랑스에서 그리고 미국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이 있다. 독특한 이력이랄까, 부러운 경험이다. 그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 곳곳에 실린 사진에 눈이 호강한다. 갑자기 상식 수준이 에스컬레이터를 탄 듯한 느낌이다. 

 

조금은 불편한 구석도 있다. 암스테르담, 길거리 화장실, 마약, 퇴폐문화, 성진국…. 아마도 이런 표현은 영 어울리지 않는다. 공간을 읽는다는 의미, 문화와 역사를 관통하는 그곳에서 사는 이들의 가치관과 형편 또한 녹아내야 하는 게 아닌가, 적어도 이해의 관점에서 그들의 눈에서 그리고 보편적 가치 판단에서…. 한국과의 문화 비교도 그렇다. 

 

그저 탐험지에서 왜 그들이 이런 문화를 형성하게 됐는지, 탐험자의 시각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프랑스인의 똘레랑스라는 관념과 우리의 관용, 배려의 사고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같을 수는 없듯, 지하철에서 어깨를 부딪쳤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듯 그냥 간다. 한국인은 사람을 만나면 우선 나이부터 묻고 보는데,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고. 음, 바로 이런 표현이 지은이의 편견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설사 그럴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분명 오해를 살만한 표현이다. 단순비교와 좀 그렇지 않은가?, 비교 척도가 이미 우리 사회의 것이 아니라 서양의 것이기에.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기억해 두고픈 곳들

 

하지만 여전히 이 책은 매력적이다. 인도의 이야기가 그렇다. 혼돈, 이중성의 도시 올드델리와 뉴델리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다. 아무튼, 이 책에서 기억해 우선 눈길이 가는 곳이 런던과 베를린의 화력발전소에 들어선 테이트 모던 갤러리, 암스테르담의 수상 아파트 실로담, 새롭게 단장한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이다. 왜?, 용도를 다해 이제 흉물스러운 건물, 획일이 기준인 건축의 파격, 들어설 곳과 조화를 이루면 되지 않을까 하는 힌트를 준 실로담, 그리고 세월호를 가져다 박물관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라는 생각이 순간 스치고 간 곳이 유대인 박물관이다. 이런 건축물이 우리에게 주는 영감과 시사는? 이런 곳에 닿아서 그런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 화력발전소에 터빈을 돌리던 공간 “터빈 홀” 이 거대한 공간에 다양한 크기의 설치 미술을, 기획전시 공간으로…. 이런 발상이 부럽다. 유료전시가 아니란다. 다만, 기부해주시라는 푯말이 있을 뿐…. 예술교육은 이런 데서 해야 제대로 하지….

 

 

 

네덜란드 실로담 수상아파트

 

네덜란드, 하이네켄, 히딩크, 바다 수면보다 낮은 땅덩어리, 운하. 레고 장난감을 쌓아 놓은 듯한 건물 실로담, 진보? 보수? 뭐 이런 표현은 익숙지 않으나, 아무튼 발상은 생존방법에서 비롯된 듯하다. 민간건축회사에서 1995년부터 2003년까지 8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 겉모습과 달리 다양한 모습으로…. 이게 자유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의 획일, 전형, 규격품 건물보다. 무질서해 보이는 게 더 좋은 이유는 뭔가?

 

마지막으로 위에서 말한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 여기서 세월호 기억관이라면 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세한 건 아니지만, 전남 진도해역에서 침몰당한 세월호는 지금 목포신항에 놓여있다. 더 망가지지 않도록 보존절차를 진행 중이라는데, 부두 사용료가 연간 몇억이 든다고. 목포 땅에 세월호를 거치, 기념관을 짓는다는 말은 있는데…. 오리무중이다. 건축가는 예술을 할 수 있다고, 한 유대인 박물관 디자이너의 어머니 조언이 무겁게 들린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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