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하루 일본문학 컬렉션 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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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부신 하루

 

작가와비평의 일본문학컬렉션04, 01<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은 창작의 혼을 불사르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여섯 명의 천재작가의 글을, 02<발칙한 그녀들> 앞서나가는 생각으로 시대를 거슬렀던 일곱 명의 여성 작가들…. 03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01, 02만으로도 일본문학컬렉션의 독보적인 시각은 아주 매력적이다. 

 

이 책은 일본 근대 작가들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다양한 소재의 글을, 신변잡기…. 근엄한 작품 속에서 상상했던 작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어, 편안하다. 자연스럽다. 

 

소설 상의 맨 첫 자리를 차지하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비롯하여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 다니자키 준이치로, 나카지마 아쓰시, 데라다 도라히코, 마사무네 하쿠초, 하야시 후미코, 하기와라 사쿠타로, 가타야마 히로코 등의 글이…. 

 

차례는 나에게 문학이란, 소소한 일상의 행복,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인생의 여행길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순으로...

 

나에게 문학이란

 

나의 창작과정(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쿠타가와는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적는다. 글을 쓰기 가장 좋은 시간은 오전, 그리고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늦은 밤에 쓴 글을 아침에 읽어보면 마음에 안 들 때가 많다. 계절은 10월부터 4월쯤…. 글을 쓸 때는 무언가를 만든다기보다 키운다는 자세로 임한다. 문장도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이 많이 쓰인다…. 글을 다 쓰고 나면 항상 녹초가 된다…. 일주일간 아무것도 쓰지 않고 있으면 허전해서 견디기 힘들다. 뭐라도 써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또 앞에서 말한 순서를 반복한다. 죽을 때까지 계속 이럴 것 같다. 

 

이 글을 읽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천재이건 둔재이건 문제가 글재주가 있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글을 쓸 때는 산고처럼. 쓰고 나면 뭔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한없이 쉬고 싶다. 그러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들면, 또 글이 쓰고 싶다…. 이게 저주일까?

 

글을 쓴다는 것, 아쿠타가와에게 문학이란 이런 것이다. 삶의 연속이다. 글을 쓸 때는 살아있음을, 긴장감의 연속…. 탈고와 함께 찾아온 안도의 순간, 아마도 이런 긴장과 절정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가 태어났다는 기쁨, 성취감….

 

남의 탓…. 나쓰메 소세기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 이야기도 어이없다. 대문호 나쓰메, 그는 늘 글을 써왔는데, 늘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문학부에 들어간 것도 친구의 권유였고, 교사가 된 것도, 누군가 해보라고 해서, 유학도,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 대학에 근무한 것도 마이니치 신문사에 들어간 것도 소설을 쓴 것도 모두 다 그랬다. 결국, 나라는 사람은 어쩌면 주위 사람들이 만들어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호…. 이렇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구나, 자신을 상대, 대상화시켜놓고 보는 것, 자체가 재주가 아닐까.

 

이 책은 볼거리로 넘친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편에 실린 유명한 모리 오가이의 글<샤프란>을, 도요시마 요시오의 <다자이 오사무>와 보낸 하루, 그리고 “인생의 여행길에서” 시마자키 도손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겨울이 찾아왔다 늙음이 찾아온 것이다. 초대하지 않는 손님들이 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편에서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한신 견문록> 등….

 

한 마디로 이 책은 일본 문학 교과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이 한때 일문학에서 다뤄야 할 필수 작품, 혹은 작가군이었다. 그들의 짤막한 신변잡기를 한 데 모아서, 그들의 생각을 살짝 엿보는 재미…. 작가들의 성격이 드러나는 듯하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글을 쓸 때의 루틴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떠올리면서 일본 문학에 관한 생각을, 누군가의 해설을 보지 않고, 나혼자만 생각 해볼 수 있는 계기, 뭐 그렇게 거창하지 않지만,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꽤 독특한 기획이다. 다음 시리즈를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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