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 최인훈과 나눈 예술철학, 40년의 배움
김기우 지음 / 창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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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지은이 김기우는 열아홉 살 때 최인훈 선생을 만났고, 그의 나이 쉰 네 살 때, 선생을 병원 특환자실에서 마지막으로 뵈었다고 했다. 이 책은 선생과 만남 40년 동안, 그에 관한 육체적 정신적 정보를 온전히 살려 되살리려는 기록물이다. 

 

“이렇게”란 말은 어떻게 읽힐 것인가일까? 

 

지은이와 최인훈 선생의 만남이 시작된 1982부터 선생이 돌아가신 2018년까지, 4시기로 구분 지어 1장에서는 거장을 만나다(82~90), 2장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91~00), 3장 예술론의 핵심(01~10) 그리고 마지막 수업(11~18) 순으로….

 

1994년의 자전적소설<화두>, 1960년 <광장>으로 화려하게 등장, 40년만에 <화두>로 느낌표를 찍었다고 표현했던 김한길과 선생의 대담프로그램...

 

최인훈 선생은 화두를 이렇게 말한다. 일년 동안 온 힘을 쏟아 부은 작품이다. 진실과 사실, 소설은 거짓말에 의존한다. 진실과 사실, 그 자체로는 전달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일 것은 물론이다. 

 

꽤 의미심장하다 할까, 선생의 사유의 세계를 어렴풋이..., "인류를 커다란 공룡에 비유해 본다면, 그의 머리는 20세기 마지막부분에서 바야흐로 21세기를 넘보고 있는데, 꼬리 쪽은 아직도 19세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진흙탕과 바위산 틈바구니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짓이겨지면서 20세기의 분수령을 넘어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소설은 아직도 공룡의 몸통에 붙어 있는 한 비늘의 이야기라고(2장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215쪽)

 

예술론의 핵심 중, <광장> 40주년 기념심포지엄을 보자. 

최인훈 문학의 내면성과 실험성을 논하는 평론가는 해체주의와 정신분석학을 공부해 온 학자다. 그는 최인훈 문학에서의 무의식의 영역을 탐색하여 소설 창작의 과정을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로 파악해냈다. <광장>(1960년)-<구운몽>(1962년)-<서유기>(1966년)-<하늘의 다리>의 창작의식을 살펴 정신분석학 측면과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연계…. 문학적 희열을 갖게 하는 최인훈 문학의 소중함을. 김현, 김윤식<한국문학사>(1973)에서 전후 최대의 작가라는 평가를 얻었다.

 

문학은 어떤 일을 하는가, 최인훈 문학론

 

발표자는 최인훈의 창작에 근원적으로 흐르는 사유는 예술과 종교의 탄생과 존재 목적, 그리고 효용에 있다고 전제한다. 작품의 세계관은 우주적 환기력을 지닌 종교적 보편성을 띤 예술의 본질을 여과할 때 보인다고 했다. 

 

너무 어려운 평들이라서 이해하는 데 한계가 또렷해 보인다. 광장이라는 작품이 대중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하는게 관심사였는데, 광장이라는 관념, 그 표지는 무엇이었을까.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으로 가는 ‘타고르’ 배에….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 당대의 지식인들이 고민의 핵심이지 않았을까, <광장>은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자 전후문학 시대를 마감하고 1960년대 문학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됐기에, 광장 40년 현재하는 작가에 대한 존경을 공적으로 표시하는 자리, 꽤 의미깊다. 

 

광장은 한 개인이 어떻게 좌절하고 방황하며 그 끝에 어떤 성찰을 얻어 내어 행동으로 옮기는가를 파헤치는 소설이다.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경찰서로 끌려가 호된 고문을 당한 명준, 윤애의 사랑을 삶의 보람으로 삼아 살아가려 하나, 윤애의 무의식적인 몸의 거부에 실망, 새 삶을 위해 북으로, 은혜를 만나 삶의 보람을 찾지만, 헤어지면서 삶의 의미를 잃는데….

 

최인훈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이 책, 그중의 가장 흥미 있는 부분은 문창특강(505쪽 이하)에서 쭉 이어진 글이다. 강의내용과 노트, 그리고 지은이와의 대화가 실려있다. 묻고 답하고, 남한에 토지 박경리가 있다면, 북한에 최인훈이 있다고…. 아마도 최인훈 선생이 원산중,고를 다니다 월남하였으니…. 이런 말도 나올 법하다.

 

이 책 끝에 실린 최인훈의 작품연보와 짤막하게 소개된 작품들, 하나 이 책 한 권이면 최인훈의 문학세계 입문이 될 듯하다. 선생과 40년을 만나온 작가의 눈을 통해 본 최인훈론,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라는 제목에서 아직도 “이렇게”는 찾지 못했다. 아니 이렇게 말했다는 것 자체가 화두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쓴 자서전적 소설 <화두>처럼…. 최인훈 선생은 한국 근대정신사 최고의 봉우리 중 하나에 서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를 어렴풋이….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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