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나의 할머니 -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여성들의 이야기
이시문 지음 / 어른의시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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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 온 여성들의 이야기

 

평범한 집안의 100년사, 일제강점기에서 현재까지 적어도 세 세대가(1세대 30년이니) 지나간 셈이다. 나를 중심으로 엄마, 그리고 할머니, 조금 더 올라가면 증조할머니까지 4대에 걸쳐, 여성들, 어머니란 이름으로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꽤 흥미로운 소재다. 

 

나고 자라고, 결혼하고, 살다가 죽는, 사람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생로병사의 경계를 넘어,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누구 집안의 이야기인들 어떠하랴, 당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당시의 시대상황이라는 큰 무대가 있고, 농촌이든 도시든 또 마을이든 거기에 작은 무대가 있는데...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이렇게 개인사를 들여다 보는 것, 개인사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 할머니도, 외할머니도, 엄마도, 고모,이모도 모두 같은 시간대 속에서... 어찌보면 한 집안의 미시사를 통해, 역사적 사건이 그 집안에 미친 영향을 통해 당시 사회상황을 추정해볼 수도 있지 않은가, 

 

아무튼 지은이 이시문, 40대의 여성이니, 엄마의 역할과 딸, 그리고 이모, 고모의 역할까지는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 그로부터 시작하는 친정엄마와 이모들 그리고 고모들 그리고 할머니, 외할머니... 그들의 삶과 또 그들과의 추억을 더듬으면서 쓴 글이 이 책<할머니, 나의 할머니>다. 

 

기가 세지만 기품이 있는 할머니, 삭령최씨그녀는 한국전쟁의 피해자다.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다

 

삭령 최씨 집안의 기가 센 할머니 결혼해서 네 달 만에 전쟁터로 나가 죽은 전주 이씨인 할아버지, 선산 김씨인 외할머니, 연안 이씨인 엄마. 그렇다면 지은이는 전주 이씨이겠다. 어디 출신의 성씨라고 말해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할머니의 집안은 살림이 넉넉했지만 전쟁통에 거덜난 집이 한두집이 아닐터, 시자 앞에 달리며, 왜 그리 불편한지, 손위 동서도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혼자사는 처지라,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양자로 간 집에 가서 살림을 거들어야 했는데, 집에 놓고간 지은이의 할아버지에게 할머니의 험담을... 아버지에게는 큰엄마(백모)가 되겠다. 아버지를 양자로 삼아 함께 살 요량으로... 

 

아들 교육에 올인한 할머니, 조카들에게 의리를 지켜려다.. 재산도 날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자식의 교육열을 높다. 불에 탈지경이다. 당시에도 어머니들은 자식 하나 잘되기를 바라며, 모든 걸 희생했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 참 오랫만에 들어본다. 

 

 

아무튼 이 에세이는 우리를 어릴 적 할머니와 친척들 속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해준다. 배 아플 때,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며, 배를 어루만져주면 언제 아팠냐는 듯이 사르르….

 

지은이가 머리글에서 누구에 증조고 또 큰할아버지에 조카면 나하고는 어떻게 촌수가 이어지는지, 내외친, 친인척의 구별 또한 어렵다는 말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고, 헷갈리는데….

 

여성들의 관점에서 본 남성 세계도 꽤 흥미롭다. 자신을 중심으로 친정엄마, 그리고 엄마의 시어머니인 친할머니, 거기서 한 단계 올라가 증조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방계로 이어졌다가 되돌아오는 몇 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다.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생활방식과 성격, 마치 가키야 미우의 <시어머니 유품정리>(문예춘추사, 2022)에서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비교하면서, 점차 몰랐던 시어머니의 다른 모습을 하나둘 좇아가면서 인간적인 정을 느끼는 대목이, 이 글 속에서도 묻어나오는 듯하다. 

 

지은이의 할머니는 입담이 꽤 좋으셨던 모양이다. 예전에 라디오방송의 ‘전설 따라 삼천리’라는 프로그램에 버금가는 수준 정도는 되셨던 모양이다. 할머니, 나의 할머니의 이야기는 책으로도 몇 권이나 될 듯하다

 

어머니를 통해서 보는 세상, 엄마가 최고이던 시절도 있었건만, 우스갯소리로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시어머니가 존재한다고, 어머니라는 존재는 여성이지만, 여성이 아닌 성별의 구분 없이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존재하는 듯하다. 

 

오랜만에 어린아이가 돼 지은이가 일러주는 대로 쭉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지금 내 주변에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친척들과의 기억에 남는 추억을 더듬다 시나브로 현실로 돌아온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놓아둔 추억의 기억들, 지은이를 따라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타보는 즐거움이 이 책의 독특함이라 할까, 우리 할머니는 어땠을까, 외할머니는.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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