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바이블 - 인류 문명과 종교의 기원을 찾아서
김정민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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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과 종교의 기원을 찾아 

 

바이블은 어떤 분야에 지침이 될 만큼 권위가 있는 책이란 뜻이다. 이 책은 원시적 종교의 한 형태라는 샤머니즘, 즉 주술사인 샤먼이 신의 세계나 악령 또는 조상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와 직접 교류한다는 것인데, 이미 미신의 영역이 아닌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은이 김정민이 13년 동안 샤머니즘의 흔적을 찾아서 카자흐스탄과 몽골에서 현지의 신화, 고대사와 문화 등을 두루 살피면서, 샤머니즘은 미개 종교가 아니라 인류 문명과 종교의 기원을 알 수 있는 단서라고 말한다. 한단고기를 통해 파미르 고원에 살았다는 천산의 샤먼, 피부색과 얼굴 모양을 달리했던 5 종족으로 이뤄진 색족의 등장, 인도에서는 사카족, 유럽에서는 스키타이, 중앙아시아에서는 삭족이라 불린 기마민족이라고….

 

그의 연구 시각은 꽤 흥미롭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역사 속에서 종교의 권력화는 사회의 부패로 몰아간다. 공동체를 하나로 통합하고 구성원들 간의 행복추구와 사랑이라는 본래 역할과 달리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도구가 돼버리면 다른 세계가 열린다. 샤머니즘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 종교라는 자체가 절대적인 그 무엇이 존재하며, 신탁이든, 운명이든 자칫하면 혹세무민의 유혹, 이른바 정신세계의 경계선이라고 할 것인데…. 

 

이 책 <셔먼 바이블>은 지구상의 분쟁의 80%가 종교가 그 배경에 깔려있다는 점을 눈여겨보면서 3장에 걸쳐, 1장은 문명의 새벽으로 성경에서 나오는 홍수신화가 놀랍게도, 중국과 한국 등 동북아시아에도 존재한다고, 여와, 야훼, 바벨탑의 전설 등이 말이다. 또, 북극성 신안은 마고 숭배 신앙이며 이는 모든 인류의 공통신앙이었다고 한다. 

 

2장에서는 천문을 이용한 문명의 탄생을 한양은 별자리를 모방하여 건설된 도시인데, 별자리를 모방한 도시건설은 유대인, 엘람, 드라비다, 스키타이에서 한국으로까지 연결된 고리라고 말한다. 3장은 천문을 이용한 종교의 발전을 살펴보는데, 한국의 단군신화, 일본의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자손 니니기노미코토가 하늘의 명으로…. 천손 강림 사상과 기독교 메시아사상은 유사하다. 텡그리(하늘, 하느님)의 부활과 크리스마스 등 인류의 종교가 어떤 식으로든 공통된 신화를 갖고 있으며 또한 연결돼 있다고 보면서, 그 연결고리를 들어 설명한다. 

 

홍수신화는 여러 곳에서

 

예를 들어보자. 동아시아의 수상가옥과 동토의 땅 캄차카반도의 수상가옥은 다른가 같은가, 자연환경 때문에 그렇게 지은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간빙기 때, 물이 불어서 수상가옥을 짓게 된 것이란다. 기후가 다른 지역에서 나타나는 수상가옥은 대홍수 때의 형성된 무의식 속의 집단기억(이런 종류의 설명은 심리학자 칼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다룬다)때문 일수도 있다.

 

몽골 북쪽의 최대 호수이자 샤먼의 성지인 홉수굴, 지금은 넓은 자갈밭이지만, 간빙기 이후에도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져 산에 눈이 쌓이고 봄에는 녹으면서 많은 물이 흘렀던 곳,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와 홉수굴 호수는 고대에는 하나로 연결됐었다고, 바이칼호수에 사는 물개와 흑해에 사는 물개의 유전자가 같다고 하면, 과학적으로 믿을만한 증거가 아닐까싶다. 

 

천산에서 동쪽으로 이동한 케레이들

 

케레이는 몽골어로 까마귀를 ‘헤레’ 갈까마귀를 ‘혼헤레’라고 한다. 카레이족은 흉노의 후예라 한다. 한민족의 명칭, 조선인, 고려인, 한국인으로 불리더라도 자신을 스스로 부를 때는 겨레, 한겨레라고, 겨레의 유래는 몽골어의 헤레, 혼헤레에서 왔다고, 삼족오는 고대 신화에 나오는, 태양 안에서 산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붉은 까마귀는 곧 고구려를 상징한다. 고조선의 뒤를 이은 고구려인들이 자신들은 가장 위대한 태양의 후손이라는 뜻이다. 겨레라는 말은 까마귀라는 말에서 유래했음을, 

 

고대 북방민족은 자신들을 부를 때 ‘화살’ 민족이라는 의미로 오구르 또는 오구즈라 했다. 신장 위구르족은 지금도 자신들을 ‘활 민족’이라 부른다. 화살로 부족의 명칭을 표시한 것은 이들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걸 의미한다. <산해경>의 의미는 하늘에서 한민족의 조상이 되는 동이족의 9 부족(구이족)이 내려왔다는 신화적 표현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천문을 이용한 문명의 탄생과 종교의 발전은 하늘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것인데, 전 세계 주요 도시는 별자리를 모방해서 건설됐다는 것이다. 기독교와 샤머니즘의 공통점 등을 찾는다.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 샤머니즘은 미개 종교이며 가톨릭, 프로테스탄트 등은 고급종교라는 이분법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를 입체적으로 살펴보면 종교의 기원은 하나일 수 있다는 것, 동양과 서양으로 구분되는 지역, 역사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은 내용을 달리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전 지구적 통합 속에서 한국은 세계의 중심으로…. 아무튼 좋다. 눈여겨볼 대목은 한민족의 고대사 부활이라는 점이다. 아메리카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 발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 인류공생을 위해 민족주의적 사관을 버리고 포용적인 역사관을 가질 것을 주장한다. 이 책은 인류 문명과 종교의 기원은 다양한 각도에서 하나의 신화를 달리 설명하고 있을 뿐, 그 기원은 하나라는 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관을 고민해보자고 한다. 민족사관 대신에 유라시아적인 역사관점에서 한국을 바라보자고….

 

꽤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여러 곳에서 전해지는 홍수신화, 탱그리, 북극성, 유교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지워진 흔적을 찾아내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종교는 어떻게 변해왔는가, 이데올로기인가, 많은 논쟁거리를 던지고 있는 이 책은 갇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만큼 틀림없다. 책 속에 실린 어마어마한 내용들, 읽으면서 의구심을 생기거나 믿기 어려운 대목들, 혹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식된 기억들, 고정관념과 충돌하는 지점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내용을 믿고 안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 이런 해석도 가능하겠구나라는 새로운 인식과 상상(?)에 관한 힘을 새삼 느낀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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