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그리고 유신 - 야수의 연대기
홍대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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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그리고 유신

 

유신(維新)은 낡은 제도를 고쳐 새롭게 한다는 의미다. 개혁, 쇄신, 혁신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말이기도, 여기서 유신은 이데올로기이자 상상력이다. 유신은 관념이기도 하고 정념(욕망)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는 역사 속에서 유신은 일본의 메이지유신(1868년)과 한국의 10월 유신(1972년)이다. 지은이도 이에 착안하여 유신 그 자체에 천착한다. 메이지유신이나 10월 유신은 사건의 명칭일 뿐, 근본적인 유신은 현실의 사건들을 만들어 낸 상상력으로 규정한다. 유신의 믿음은 자신이 위대해지기 위해 남을 파괴해도 된다는 신앙이며, 관념은 믿음이고, 정념은 욕망이다. 유신이 욕망은 스스로 아름다워지기 위해 죽어도 되는 자기파괴의 충동이다. 

 

유신의 씨앗? 생성과 폭주, 부활과 소멸

 

유신의 씨앗은 13세기 여몽 연합군의 일본공략에서 시작된다고 지은이는 말하는데, 잉태와 탄생, 그리고 팽창을 거쳐, 폭주하며 광기에 휩싸여 죽음을. 또다시 부활하여 절정을 이루며 완성을 향해가는 “유신”을, 한국의 1979.10.26. 유신의 심장에 총알 박히는 그 날 유신은 소멸했다고…. 생성과 폭주, 부활과 소멸의 150년간을 추적한다. 

 

유신의 대상인 낡은 제도나 체제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고치는가, 완전히 갈아엎어 버리는가, 13세기 여몽 연합군의 일본공략은 신의 세계를 외부에서 침략하는 것으로 내부 세계의 연속적 변화를 일으켰다고, 바쿠후의 교체와 두 명의 천황이 등장하는 등 역사적 흐름에 영향을 준 사건으로 우는 아이에게 호랑이 온다고 하면 울음을 그치게 했던 그 호랑이를 일본에서는 ‘무쿠리코쿠리’(몽골고려)온다였다고. 몽골이라는 악마를 이끌고 온 고려라는 더한 악마라는 사고가 형성됐다는 말이다. 꽤 흥미로운 분석이다.

 

유신 이데올로기 속의 한국과 일본

 

메이지유신에서 한국의 10월 유신, 바탕을 흐르는 기본논리는 유사 아니 흡사하다. 세력의 교체를 유신이라는 이름 아래, 서양과 다른 동양의 사고라는 지은이의 분석은 흥미롭게 여겨지지만, 적잖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유신이라는 키워드로 일본의 근대화와 박정희의 산업화를 유신이라. 그렇다면 중국의 사회변혁 운동은 그리고 유럽의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은이는 일본과 한국을 중심에 놓고, 근대화 혹은 산업화의 과정은 유신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동력이 됐다고 본다. 결국에는 유신은 실패했다고…. 

 

특정 시기를 유신의 시대라고 규정한다면, 말 그대로 전체주의에 사이비 민주주의 시대였다고, 메이지에서 쇼와의 패전(2차대전의 패전, 1945년) 이후, 유신의 물결은 사라지지 않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1961.5.16. 군부 쿠데타(군사 정변?, 혁명?)를 거쳐 장기독재 집권을 획책한 1972년 10월 17일은 유신의 부활이다. 이 유신(간선제의 4공화국)은 김재규의 총에 박정희가 죽으면서 함께 사라졌다고. 과연 그런가?, 체육관 출신의 전두환(5공화국)과 노태우(직선의 6공화국)로 바뀌었다고 전체주의가 깔끔하게 사라졌는가, 박정희를 추모하며, 그 시절 그리워하는 퇴행의 모습이 이명박, 박근혜를 거쳐 또다시 보이는 데 이를, 변종 유신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도 야수의 연대기는 진행 중이니,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 속에서 보이는 “유신”, 이를 단행할 수 있게 한 정신적 토대는 무엇이었는지, 전체주의와 집단사고를 보이는 광기, 히틀러의 나치독일의 광기, 박정희는 장기집권 야욕, 이 모두가 “욕망”에 기원한다. 

 

유신의 종말?, 아니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을 뿐

 

유신은 변혁과 개혁, 혁명과 말의 뜻은 비슷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비슷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이데올로기, 즉 ‘욕망’이었다. 유신은 반민주다. 개혁도, 변혁도, 혁신도 그 아무것도 아닌 욕망 그 자체다. 욕망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이성(윤리와 도덕, 합리성 등, 모두가 제한적이지만)으로 적절하게 통제할 뿐이다. 이 책은 일본과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과정을 욕망의 광기 시대라고 한다. “유신”이란 판도라 상자 안에 담긴 각종 병원균처럼. 사람들의 심신을 황폐화하고 집단사고로 모두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처럼…. 지은이는 김재규가 유신의 심장을 향해 쏜 총알이 총소리가 유신을 종말을 알렸다고, 하지만 전혀 그 여운과 파장으로 잠시 숨을 고를 뿐, 기회만 있으면 고개를 쳐들려 하지 않는가, 유신은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욕망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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