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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 -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재료
최종수 지음 / 웨일북 / 2023년 1월
평점 :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m/o/moonbh/IMG_water.jpg)
물은 하나의 세계다. 물의 인문학을 지향
이 책은 공공기관 연구소에서 30년간 물 연구를 해온 지은이 최종수는 우리가 아는 물에 관한 오해와 불신의 벽을 깨고 과학의 세계에서 일상생활로 이끌어 내려 한다. 물 하나로 과학, 철학, 역사, 문화를 연결 짓는 물의 인문학을 지향, 물은 오히려 조연이다. 역사 무대에서 문화 속에서 물에 관한 것들을 톺아보려 한다.
물도 껍질이 있다
물은 수은을 제외하고 표면장력이 가장 크다. 수은은 액상이지만, 금속으로 분류되기에 실제로 액체 중에는 물이 으뜸이라는 이야기다. 개미가 물방울에 갇히면 물을 뚫고 나오지 못하고 죽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껍질이 곧 표면장력이란 말이다. 표면장력은 물을 신비롭게 한다. 동전을 물 위에 띄우는 실험도,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걷는 것도 조약돌을 던져 수제비를 만들기도 한다.
물은 극성스럽다
물과 알코올에 각각 소금을 녹여본다면 어느 쪽이 더 잘 녹을까, 당연히 물이다. 물은 다른 물질을 녹여서 보유하는 능력이 커서 거의 모든 물질을 녹일 수 있다고…. 그래서 땅속이든, 나무 꼭대기든 우리 몸속이든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물을 통해 다양한 물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지구상에 있는 생물이 물과 혈액을 통해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이유도 이런 성질 때문이다.
물은 다른 액체에서는 볼 수 없는 물만이 갖는 특이한 성질, 즉 극성이 있다. 물분자가 +극과 ?극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데, 이는 구조 때문이다.
물은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와인은 왜 어려운 술이 됐을까, 와인은 인간이 만든 술이라기는 보다는 오히려 발견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술이다. 포도는 알코올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당분과 효모를 모두 가지고 있어 포도알 하나가 작은 양조장인 셈이다. 자연스럽게 포도나무에서 포도알이 움푹 팬 곳에 떨어져 고이면 자연 와인이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와인, 그런데 왜 어려운 술이 됐을까, 우선 품종, 생산 국가와 지역, 생산연도 등 와인을 선택할 때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많은 와인 종류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하지만,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그저, 맘에 드는 걸 선택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국밥, 주막의 시그니처 메뉴
우리 음식에는 물을 부어 먹는 음식이 많다. 그 기원은 물이 깨끗하고 풍부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가난과 전쟁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은 주재료가 물이고 약간의 고기와 채소만으로도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기 있기에….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드라마를 보자, 단골 무대가 주막이다. 술만 팔던 주막에서 국밥이 함께 팔리니. 보온밥통이 없어서 따뜻하게 밥을 먹을 방법이 바로 토렴이다. 식은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 밥을 데워 내놓았기에, 국밥은 조선 시대 주막의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이뿐이겠는가, 된장과 간장을 만들 때, 어디 물을 썼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니, 물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재료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이 또한 문화다.
또 보자. 우물가는 의사소통의 장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온갖 동네 정보가 다 모이는 곳이다. 이 역시 물을 매개로한 정보교환, 소통의 장이었다. 빨래터에 여성들이 모여들고, 가축들에게 물을 먹이러 우물 또는 개울을 찾는 모습을 그려보라.
물의 흐름이 세상을 바꾼다
인류 문명은 끓는 물이 만들었다고…. 불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인류 문명 대부분은 끓는 물이 만든 수증기 덕분이다. 증기기관차는 끓는 물에서 생기는 수증기의 압력을 운동에너지로 바꿔 기차 바퀴에 적용하면 움직인다. 끓는 물이 만들어진 산업혁명, 전기는 혁명을 넘어 세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또 보자. 수에즈 운하는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 대신에 이집트 근처의 좁은 육지를 가로지르는 바닷길이다. 이 운하로 부산항에서 유럽까지의 3만 킬로미터 항로가 2만 킬로미터로 줄어든 것이다. 상상해보라. 1만 킬로미터가 줄어들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
비행기 안에 일회용 가스라이터는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데 물은 금지, 왜일까,
일회용 가스라이터와 보조 배터리는 위탁 수화물이 아닌 기내 수화물로 분류된다. 왜 그럴까, 비행기를 타는 승객들은 온도나 압력의 변화를 잘 못 느낀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와 압력은 낮아지는데 기내는 이를 조절한다. 하지만 위탁 수화물을 보관하는 곳은 온도와 압력 조절을 하지 않기에 기압과 온도변화가 크고 이런 변화에 민감한 가스라이터는 폭발하기 쉽다. 그러면 물은 왜, 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액체 폭탄을 만들 수 있는 재료 혹은 매개로 쓰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2006년 영국에서 벌어진 테러음모에 사용된 게 액체 폭발물이어서 이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물은 참으로 신비롭기 그지없다. 며칠만 물을 먹지 못하면 죽는다. 질긴 생명력도 물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배자에게는 물을 지배하는 힘이 있다. 생물, 즉 살아있는 모든 것은 물이 있어야만 살 수 있기에 물을 관리하는 것이 곧 권력이었다는 말이다.
냉면의 육수 맛을, 커피 맛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물이다. 어디서 길러온 물이냐에 따라 그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선말 고종이 카페, 즉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커피 한 잔으로 어려운 시국의 시름을 달랬다고…. 고종을 독살하려던 무리가 커피에 독을 타기도 했다. 다행히 커피 맛이 이상함을 알고 마시지 않아, 일단 죽음은 피했지만, 결국 독을 탄 식혜를 마시고….
물이 인류는 물론 생명탄생과 생존에 미친 영향, 공기와 물은 늘 있기에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물로 인해서 역사가 바뀌고, 문화가 생기고, 생활양식과 질서가…. 물론 물은 때로는 주연으로 또 때로는 조연의 역할을 한다. 지은이 말처럼 물을 알면 세상의 모든 지식이 내 것이 된다는 것까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얻은 중요한 한 가지는 “물”은 세상 변화를 가져오는 원천과 매개라는 것인데, 어찌보면 지은이 말처럼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재료일지도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