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수업 - 십대들이 알아야 할 교실 밖 세상 이야기
정선렬 지음 / 행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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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목은 외울 게 많다는 선입견을 넘어서, 

 

지은이 정선렬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다. 2013년 군 정훈장교로 제대, 2015년부터 8년 동안 대도시, 시골로 경향 각지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쳐왔다. 지금은 전남 완도의 고금고에 있다. 

 

이 책, 십 대들이 알아야 할 교실 밖 세상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수업>은 사회과목을 암기과목이라면 아주 싫어하는 중, 고생들 왜 싫어할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사회는 이해과목이지 암기과목이 아닌데, 실제로 사회에 나와서 가장 먼저 부닥치고 부딪치는 게 사회과목에서 다루는 현상들인데. 이 책은 교실 밖 세상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사회학적 사고로 비판적 상상력을 키우기라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학교를 중심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사회학의 주요 12가지 주제로 해석해본다. 물론 사회과목에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할 요량이지만 말이다. 사회를 분석하는 냉철한 눈과 사회를 품어 내는 따뜻한 마음도 함께 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서로도 충분하다. 

 

 


 

 

 

 

12가지 주제

 

사회학의 눈으로 어떻게 생각을 볼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에서 출발, 12장에 걸쳐 문제의식을 그대로 소제목으로 달고 있는데, 2장 학교는 어떻게 위험을 외주화하는가? 는 ‘위험 사회’이론으로 다시 보는 세월호 사고와 체험학습 안전관리를 내용으로 하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 쟁점이 됐던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와 관련이 있다. 중대재해처벌하면, 산업재해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적재난도 해당한다. 세월호 사건은 더욱 그렇다. 3장 사람들은 왜 MBTI에 열광할까, 나도 궁금했는데, 지은이는 이를 사회적 인성의 탄생으로 보고 있어 흥미롭다. 4장 예의 바른 아이들이 더 사랑을 받을까,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싶지만, 이를 교실에서의 불평등한 차별을 재생산하는 문화자본과 아비투스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문제를 내고 거기에 맞는 이론으로 설명을 해주고 있는데, 꽤 신선하다. 십 대를 위한 정치 사전이라는 책(지은이 김지윤, 다림, 2022)처럼, 왜 우리는 사회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를 일깨워주는 좋은 책이다. 

 

또 보자, 인정 욕구는 어떻게 게임 랭크 시스템을 망가뜨렸나, 교복의 변천과 몰락, 안녕에 담긴 진짜의 의미는 무엇인지 익숙한 교실 속 언어 구조 뒤집기와 입시 준비 전략은 사회적으로 가장 합리적일까 하는 문제 제기…. 인생의 성공과 실패의 책임은 그 원인은 나에게 있을까, 학교 왕따 현상, 30년 전 교실 이데아가 지금도 낯설지 않은 이유, 한국 노동시장에서 찾아보는 미숙련 노동자 차별 요소 등 지금 우리 사회의 이슈들을 건드리고 있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지만, 좋은 대학에서 가서 그리고 직장 잡고 사회에 나가서도 그때 고민하고 생각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오로지 학업이야 학업…. 이라는 말, 너무도 익숙하다. 과연 그럴까, 사회학적 사고로 비판 능력을 기르는 건 지금이 가장 필요한 때가 아닐런지.

 

 

이 책은 한 장 한 장이 우리 사회의 거대 담론이다. 학교까지 구조화된 위험의 외주화, 노동시장에서의 미숙련 노동에 대한 차별, 소수가 여전히 따돌림받는 ‘왕따’ ‘학교 폭력’ 최근 TV 드라마 더 글로리처럼 잔혹하게 철저하게 처절하게 복수하겠다는 주인공, 자기 인생의 목표가 복수라는 참으로 서글픈 사회, 이게 과연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인가 싶다. 드라마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더라도 말이다. 

 

선거연령의 낮춤으로 고3이면 유권자다. 선거권이 있다. 누구를 선택할 자유가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해야 할까, 그 선택 기준을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바로 이런 유의 책이 아닐까 싶다. 

 

지은이의 마지막 말, 사회학적 사고가 여러분의 삶에 아메리카노 한 잔처럼 스며들길 바라며…. 참으로 서글픈 표현이다. 3,000원짜리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4,5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뭐, 역설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아메리카노 커피처럼, 이 책에 실린 12가지 주제만큼은 적어도 널리 회자하길 바란다고….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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