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
오현세 지음 / 달콤한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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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의 어원, 남장 여인, 한자 속 女는 어떤 존재였나

 

지은이는 우연히 독(毒)에 들어있는 어미 모(母)에 의문을 품고, 한자 속에 女가 들어간 단어들을 찾아봤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연구자 아쓰지 데쓰지<漢子의 字源>(고단샤신쇼,1994)는 갑골문에서 남(男)이란 단어가 적은 이유는 고대 중국의 남존여비 사상이 사회질서였기에 굳이 남을 쓸 이유가 없었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여자를 하찮은 존재로 보고 있음이다. 여성을 남성과 같은 동등한 위치의 존재로 본 적이 없다는 점을 확인, 지은이는 현대 사회가 남녀 갈등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으로 보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말한다. 

 

이 책은 한자문화권의 역사 속에서 계집녀(女)가 들어간 한자의 이데올로기는, 관념은, 지은이는 갑골문, 금문을 만든 남자들은 여자를 여성을 모든 부정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데 사용했을까?, 이중적이고, 음험하고, 배신하고, 비겁하다는 따위의 표현을 말이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도 아이라는 청소년이라는 구분 없이 그저 어른이 아닌 사람으로 표현했듯, 사회적 역할에 따른 구분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젠더구분, 젠더역할 등등에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남녀평등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보일 뿐이고,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척해야 분리 지배가 가능하므로….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론을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가시내의 어원은 몽골(원) 지배를 받을 때, 딸 들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남장을 한데서 유래됐다고, 남장한 여성= 가시내 라니, 슬픈 역사가 속에서 남겨진 말이다. 성의 역할이 구분된 시대, 여자 또는 아내를 가리키는 중세국어 ‘갓’과 아이를 말하는 아히를 합쳐서 가시나라고….

 

이 책은 계집녀(女)자가 들어간 1천여 개의 글자 중, 수천 년간 남녀를 세뇌한 데 영향을 주었던 백여 개를 골라 싣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의 이모티콘처럼 표현한 동파문도 있어 흥미롭다. 

 

딸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차피 십여 년 후면 다른 집으로 가기에 그렇다고 한다. 여성의 위상은 왕의 여자, 첩, 노예다. 

 

백성민(民)은 권력자의 폭력으로 만들어진 글자다. 절대로 자랑스럽지 않다고 이야기하지만, 뭐 역사니까…. 여성의 성정을 유혹, 질투, 교활, 음란, 간사로 보고, 또 여성의 조건을 작아야 한다. 약해야 한다. 허리가 가늘어야 한다. 단정해야 한다. 가꿔야 한다고.

 

아름다울 미(美)는 양(羊)에서 온 말이 아니라 강(姜, 羌族)은 강족 여인에서 온 말이다

강족의 여인이 아름답다는 것에서 온 말이지, 양에서 온 말이 아니란다….

 

언어는 소통 도구다. 말과 글이 사용된 당대의 이데올로기가 관철, 투영된 것이다. 과거 남자는 스스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존재로 묘사했고, 여자는 무릎을 꿇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남자뿐, 그래서 남작(男爵)이란 단어도….

일본의 페미니스트 단체는 姦(간), 妄(망), 嫌(혐) 등을 쓰지 말라고 한다. 특히 老妄(노망) 늙어서 망령이…. 그런데 왜 여 변을 쓰나…. 또 다른 의미 始(시), 이 시는 조금 다르게 쓰이는데 시작은 여성이 한다. 

 

지금 현대 사회는 어떤가…. 이미 이런 질서는 없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자는 여전히 봉건적이다. 단어사용 때,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면 어떨까 싶다.

 

지은이는 이렇게 여라는 단어가 남존여비이며, 봉건적이라고, 뜻을 좀 알고 쓰자는 취지는 알겠다만, 女가 반드시 나쁜 의미로만 쓰이지 않았음을 좋을 호(好), 편한 안(安)…. 글자의 유래가 어떻게 됐든 간에, 현재의 쓰임 또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역사서라기 보다는 대중과 함께 생각해보자는 교양서다. 그러더라도 조금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몇 개 있다. 88쪽에 나오는 함무라비법전의 인용대목인데...지금의 이라크, 이란 지역이다. 이곳을 서양으로 봐야할까? 지은이는 아마도 서양으로 인식한 듯... 그리고 조선시대 후궁에 관한 대목에서 빈(嬪)을 귀인(貴人)은 왕과 잠자리를 하면 받는 품계이고, 아이라도 낳으면 정1품 빈으로 수직상승한다고(77쪽), 이는 정확하지 않은 서술인듯...특별상궁인 승은상궁은 왕과 잠자리를 하였지만, 품계를 받지 못한 경우, 승은을 입고, 아이를 출산한 때는 종4품 숙의에 봉해진다. 뭐 사족인 듯 하지만...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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