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시어머니 유품정리

 

이 책의 작가 가키야 미우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결혼과 이혼, 여성과 노인, 그리고 주택 문제 등 현대 사회가 맞닥뜨린 일상의 문제를 소재로 다룬 작품을 쓰고 있다. 

 

이 책 또한 가족, 결혼을 통해 생겨난 시가, 시집, 시어머니, 세대를 달리하는 이들 고부간의 접점과 관계 등, 꽤 공감할 내용이 들어있다. 

 

시(媤), 여인이 늘 생각해야 하는 대상인가?, 계집녀(女)변에 생각할 사(思)다. 시집을 가면 오직 시집만을 생각하라고 딸에게 세뇌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오현세의 <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달콤한 책, 2022)을 보는 게 좋겠다. 

 

어느 날 주인공 70대 중반의 건강했던 모토코의 시어머니가 뇌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장례식을 마치고, 시어머니의 유품을 처리해야 한다. 한 달에 80만 원의 임대료에 관리비를 합치면…. 절약해야 하니, 시어머니가 살았던 임대주택은 4층짜리 3DK(방이 3개와 부엌이 딸린 구조다. 전용면적이 18평 정도 될까), 붙박이장, 장롱, 시아버지가 죽고 나서 살던 단독주택을 처분하고 이곳으로 이사 온 뒤에 쌓인 짐이 집 구석구석에….

 

두 달 남짓 걸려 시어머니 집을 치우면서, 임대주택단지 내 주민 자치회 부회장 단노씨, 옆집의 사나에, 같은 층의 어린 소녀 이오, 이들을 만나면서 그간 그녀가 생각했던 시어머니와는 또 다른 얼굴과 모습의 시어머니를 알아가게 되는데…. 난데없이 애완동물로 옆집에 맡겨둔 토끼가 등장하고, 이웃집 생계 보호 대상자의 사나에가 유방암을 앓았다는 등의 사실 따위…. 오지라퍼였던 시어머니가 이웃들과 동고동락, 배려와 베풂, 돌봄을 해왔다는 사실을 하나둘 알아가면서…. 반대로 자기에게 엄격했던 친정어머니, 매몰찰 정도로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했었다. 암으로 죽었지만 죽기 전까지 깔끔하게 주변 정리를 해두고 갔기에 비교된다. 

 

어떤 삶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모토코는 시어머니가 그의 이웃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면서 살았는지를…. 마음씨 좋은 시어머니와 다른 사람의 아픔을 그저 지켜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끼어들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말을 듣는데….

 

저출산 초고령사회 일본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미래, 아니 지금부터 서서히 보이는 여러 현상과 겹쳐지면서…. 가족, 죽음, 그리고 떠난 자의 유품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망자의 남긴 흔적을 통해 추억을 소환하고, 죽은 후에 이웃들로부터 그 삶이 충실했는지, 이웃들로부터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는지…. 마음씨 착한 이웃이고 기꺼이 남을 돕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이 소설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우리에게 가족, 부모, 여성에게는 시집과 친정이란 무엇인지, 시어머니에 관한 생각과 품은 감정 등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모토코는 50대 중반이다. 남편도 그렇다. 이미 자녀들은 독립했다. 이들도 사회경제 생활에서 공식적인 은퇴(일본이나 한국이나 65세에 은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은 시대가 됐다. 노인 빈곤…. 가난한 노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말이다)라는 문제도 생각하게 된다. 남동생네에서 보내 준 친정어머니의 40년을 써온 일기를 받은 모토코, 친정어머니는 모토코가 태어남으로써 고독에서 벗어났다고…. 모토코가 커서 독립적으로 살도록 기르겠다고…. 행간에 묻어나는 여성의 처지가 엿보인다. 

 

유품 정리의 의미, 추억을 소환하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그리고 그사이에 놓인 간격들, 동네의 나이든 여성으로서 각각의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는지…. 한 번쯤 되돌아볼 수 있는…. 어찌 보면 아주 새삼스러운 기억의 소환이 아닐까 싶다. 잔잔한 여운 못지않게 여기저기 일본 사회문제를 엿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가까운 미래 혹은 오늘의 현상이기도 하다.

꽤 흥미로운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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