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날 마약으로 분류된 약물, 2차 대전 당시 독일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나?

 

지은이 노르만 올러는 5년 동안 독일과 미국 기록물 보관소를 뒤져, 기존 연구에서 빠진 수많은 원본 자료를 찾아내 분석, 2015년 논픽션<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를 발표했다. 이 책에서 올러는 마약이 제2차 대전 때 독일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분석한다. 그는 이 책의 부제로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라 썼다. 

 

서문은 독특한 방식으로 “의약품 첨부 문서”형태로…. 이 책의 위험성에 관해서도 덧붙이고 있는데, 마약이라는 안경을 통해서 본 시대상에 너무 큰 의미와 신화를 만들어 내려는 유혹을 경계하라고…. 나치 독일의 고위층, 히틀러도 마약중독자였다고….

 

이 책에 실린 내용은 국민 마약 메스암페타민 이른바 히로뽕, 필로폰(1933~1938)과 메스암페타민 전쟁(1939 ~1941), 하이 히틀러-환자 A와 주치의(1941~1944), 마지막 탐닉-피와 마약(1944 ~1945)과 독일의 역사학자 한스 몸젠이 쓴 후기-국가사회주의와 정치적 현실감의 상실-를 싣고 있다.

 

마약의 나라 독일

 

세계 1차 대전 후, 영국이나 프랑스는 해외 식민지에서 커피나 차, 바닐라, 후추, 그리고 각성효과가 있는 다른 천연자극제를 조달할 수 있었지만, 독일의 사정은 그렇지 못해, 인공생산이 대안이었다. 1920년대 우울과 낙담에 빠진 사람들에게 마약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독일은 그것을 생산한 노하우가 있었다. 현대 제약 산업의 진로는 이때 이미 정해져 있었다. 모르핀, 헤로인, 코카인…. 1928년 베를린 약국에서 처방전을 받아 합법적으로 팔린 모르핀과 헤로인은 무려 73킬로그램….

 

히틀러의 등장과 국가사회주의 건설, 마약과의 전쟁, 그 진실은 사회적 변두리 집단과 소수자 집단에 대한 배제의 억압을 넘어 말살 수단으로 사용됐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반유대주의 정책으로서의 반마약정책이…. 유대인은 아주 교묘한 수준으로 독일 민족의 정신과 영혼을 독살하고…. 유대인 감염병을 독일민족 공동체에서 남김없이 제거하는 작업 역시 인민의 건강을 담당하는 기관의 의무라고(40쪽), 이렇게 유대인학살의 이유를 만들어갔다.

 

환자 A를 위한 칵테일 주사- 주치의 모렐,

 

우리 민족의 비밀이자 신화이자 불가사의한 존재는 오직 그뿐이다. 그를 위한 칵테일…. 히틀러는 담배도 끊고, 여자도 멀리하면서 오로지 국가사회주의 건설만을 위해 심신을 다하는 위대한 지도자다…. 그 지도자는 남몰래 마약 칵테일을 맞는다. 그만의 특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총통은 최적의 상태로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해야 할 때 “기력회복주사”를 맞는다…. 이 역시 마약이다. 1941년 이후, 총통본부가 어떻게 점점 리더십을 잃어가는지, 국가 수뇌부도 국민도 파국적인 전쟁 상황에서 각성제 복용량을 점점 늘려갔다고 올더는 적고 있다. 

 

살아있는 엔진- 독일군 내 마약

 

독일 국방군 내 살아있는 엔진, 군대라는 기계를 최상의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약…. 마치 5.18 광주진압 충성작전에 동원된 군인들이 술에 취했다거나, 마치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충혈된 눈으로…. 군대 능력향상이라는 이유로 각성제를…. 전쟁터에서는 더없이 좋은 사기진작제였을터…. 또 보자 연말까지 폴란드 군인 10만 명과 민간인 6만 명이 목숨을 잃은 침공에서 각성제는 ‘조금도 피로한 기색 없이 임무를 완수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83쪽). 마약은 많은 사람에게 전쟁터의 이상적인 동반자였다. 침공 시의 흥분제의 이점은 명확하다. 전쟁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데, 이때 속도가 결정적…. 필로폰을 섭취한 군인들의 속도전은 놀라울 정도라고….

 

제국 독수리 문양이 찍힌 국방군 상자 속의 작은 케이스에 담긴 하얀 알약 ‘각성제 페르비틴’은 군인들의 식량 주머니에 들어갈 특별한 팩이었다. 육군과 공군에서 3500만 정을 주문했기 때문(101쪽)이란다. 

 

한스 몸젠의 후기, 국가사회주의와 정치적 현실감의 상실은 어디서 오는가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강요된 민족공동체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점점 더 광범하게 마약이 필요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 사회가 마약으로 어떻게 붕괴하여가는지를 나치독일의 지도부 내부분열과 붕괴과정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마약과 전쟁의 상관관계를 톺아본 이 책은 꽤 흥미롭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