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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이장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12월
평점 :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이야기의 시작은 서울…. 도산대로의 카페, 커피페니 청담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시작된다. 마치 SF공상 과학만화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책의 첫머리 부터...
책 제목이 길다. 아무튼 기억삭제소가 카페인 모양이다. 지은이 이장우의 무궁한 상상력과 현란한 기술, 바닷속 900미터의 심해에 해파리의 발광으로 에너지를 얻는다는 구상은 해저 2만리의 그것을 떠오르게 한다. 모든 인간이 수면에 들면 뉴클레아스 심해 기억 클라우딩 가공공장은 대청소 시스템이 돌아간다. 이 시스템이 작동되면서 인간들은 잠자는 동안 불필요한 기억을 전송하고 기억을 청소한다.
뇌 깊숙한 곳이 마치 심해인 듯하다. 잠자다가 가끔 웃는 표정을 짓는 순간은 디즈니랜드를 연상하게 하는 던컨 아저씨의 파오슈와츠장난감 백화점, 그곳에서 꿈을 사는 기억이다.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 고통의 기억을 밖으로 내보는데 이렇게 삭제되는 기억을 한데 모으는 곳이 바로 뉴클레어스 심해기억소각센터다. 살인자의 살인 기억 파편, 누가 살인의 기억을 20기가 종량제 봉투로 돌돌 말아 포장해버렸구먼. 이라는, 이 공포의 기억 파편은 지옥의 심판공장으로 보내고 하나는 복사해서 원래 기억 소유자에게 절대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다시 심어, 영원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한다. 여기서 인간이 지구를 대표하는 종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꽤 의식적으로 말이다. 생물다양성을 드러내 보인다.
인류 역사상 한 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음 직한 이름이 등장한다. 투탕카멘, 코로나족, 등등, 누군가 인간은 뇌의 1%밖에 쓰지 않는다고 더 많이 쓰면 더 나은….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아니란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라는 소리, 뇌의 1%가 활동함으로써 나머지 99%가 1% 활동 후에 남긴 결과물들을 치우는 데 힘을 소모한다고….
기억을 삭제하는 사람을 딜릿스타라...크리퍼스 대사가 나오고…. 아무튼 인간과 자연과의 질서 균형이 깨지면서 바이러스가 인간계로 넘어 들고, 또 살아남기 위해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는데, 이 역시 생존본능이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인간과의 대타협, 서로 살길을 모색하기 위한 타협은.
기억삭제소 커피페니는 가상공간, 중국에서도 광주 우치공원에서도 기억들이 들어온다. 후반부에서는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오미크론이 수집한 숙주 인간 분류라는 대목이 흥미롭다. 백신을 맞은 집단…. 천하의 삼분지계는 인간과 코로나족 그리고 인간, 즉, 인간과 코로나족의 전쟁을 인간과 숙주 인간 그리고 코로나족의 전쟁으로 판을 새로 짠다.
불로초의 비밀을 풀기도 하는데. 아무튼 마지막은 코로나 감염 이후, 특이하게도 인류에게 암 환자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미국 엠디 앤더슨 암센터의 연구 보고가 나왔습니다로 끝난다.
사람에게 기억은 행복과 불행, 그리고 희망과 고통이 함께 하는 뇌 어딘가에 있는 저장소 안에 들어있다. 이 기억 중 저임금, 치솟는 물가, 직장갑질, 차별, 멸시 등등 건강하지 않은 것들은 잠을 자는 동안 말끔히 삭제돼버리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 모든 고통의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통스럽고 혐오스러운 기억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 살인자의 기억 같은 것 말이다.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에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질서는 무엇일까, 자신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유일한 종이 인간이라면, 이 인간을 위협하는 다른 종은 왜 인간을 위협할까, 아마도 생존본능이 아닐까, 제로섬게임에 익숙한 인류세, 인간 세상을 향한 바이러스군의 항거….
소재도 내용도 이상한 나라에서 인간이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랄까…. 우리의 미래를 보는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