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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불평등 사회 - 사회학자에게 듣는 한국사회 불안을 이기는 법
조형근 지음 / 소동 / 2022년 12월
평점 :
사회학자에게 27개 키워드로 듣는 한국 사회 불안을 이기는 법
이 책의 지은이 조형근은 대학을 떠나 자유롭게 연구하는 길을 택한 우리 사회의 잣대로 보면 소수의 자유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지난 저서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의 제목처럼 언행일치의 삶을 추구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솔직히 시인한다.
사회학자답게 많은 지표와 자료를 인용한다. 한국을 한마디로 표현한 대목 “눈떠 보니 선진국” “불평등이 심하다 보니 부자 나라가 됐는데도 사는 게 팍팍하다” 누구나 다 느끼는 것들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좀 더 평등한 세상이 오기를 희망하면서 7개 장으로 나누어 우선 1장에서는 불평등이 심해진 세상, 분노한 계급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하다(Precario)+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 불안정한 고용, 노동상황에 놓인 비정규직, 파견직, 실업, 노숙자를 모두 이르는 말로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이 주장했다), 여기에 상속세와 자본주의, 그리고 지방소멸, 경자유전 등을 키워드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얼마나 심해지고 있는지를 톺아본다. 2장에서는 안전한 사회를 제목 아래, 산업재해와 중대재해처벌법, 공공임대주택, 기본소득, 최저임금 등을 키워드로 안전한 사회란 무엇이며,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3장에서는 위기의 경제, 함께 잘사는 방법이란 제목으로 재정준칙, 헬리콥터 머니, 공매도, 햇지투자, 차등의결권, 4장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 차별금지법, 기본권 제한, 난민 등이, 5장에서는 성공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다루는데, 번영신학, 믿으면 부자 된다는 참회 없는 믿음, 능력주의가 공정한지, ESG가 자본주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는 등을 묻는다. 그리고 6장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 자유와 책임이란 주제 아래, 음모론, 의사들의 자율규제 요구, 그리고 마지막 7장에서는 반면교사의 나라 미국을 들여다본다. 증오범죄, 트럼프와 우파 포퓰리즘, 흑인은 왜 백신을 불신하는가, 하는 터스키기 실험이야기를 싣고 있다.
이 정도면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설명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여기서 더 많은 가지가 뻗어 나갈 수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어떤 관점에서 쓴 것일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연대와 협력의 길에 놓이는 작은 디딤돌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예전에는 어떤 직업이나 직종이 생겨나는 것과는 관계없이 누구에게 종속되는가를 기준으로 노동자냐 아니냐는 구분밖에 없었던 듯하다. 79년 말 영국의 대처, 80년 미국의 레이건 시대부터 눈에 띄게 달라진 움직임 ‘신자유주의 경제’가 몰고 온 이상한 것들은, 스스로 자신을 고용하는 사람인 자영업과 노동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렸다. 우리 사회에 쟁점이 됐던 택배 노동자들, 이들은 노동자인가, 프리랜서, 자영업자인가, 아무튼 그 구분은 별도로 해두고, 택시노동자들의 과로사로 불거진 논쟁들,
하지만 명백하게 드러난 경향성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노동과정 속에서 함께 일할 때,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과 연대하려는 성향이 높아지고, 반대로 노동과정이 분리됐거나 불평등하게 위계화돼 있으면 배제하려는 성향이 높아진다고….
그렇다면 프롤레타리아트(가진 것 없는 노동자)와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한 노동자)가 연대하는 것은 왜 어려울까, 불안정한 노동자가 증가할수록 프롤레타리아트는 더 고통을 받게 되는데….
위에서 보인 경향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다. 자주 얼굴을 보면 정들게 마련이지만, 제아무리 가족이라도 멀리 떨어져 보지 않게 되면 소원해지고…. 데면데면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일상에서 접촉하는 기회가 많을수록 두 집단의 연대 가능성은 커질 텐데….
TV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목, 상속세를 탈루할 목적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어쩐다는 대사가 나온다. 재벌가, 있는 자들이 머리 아파하는 게 상속세다. 미국은 상속세 그거 당연히 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왜 우리 사회에서는 상속세를 제대로 내면 회사가 망하고,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가, 아마도 이 책에서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키워드로 읽는 불평등 사회,
불평등을 드러내는 키워드는 지은이가 지난 2020.10부터 2021.9까지 1년간 MBC시사라디오 프로그램<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다뤘던 내용이다.
최저임금, 결정 시즌이 되면 난리가 난다. 중소기업을 다 말려 죽일 셈이냐고, 그런데 OECD 국가 중 고소득 8개국은 최저임금제도가 없다. 왜?, 너무나 당연하니까, 노조가 힘이 있고, 복지제도가 정비돼 있으니 말이다. 한국이 속하는 중위권은 어떨까, 무늬만 세계의 유수의 경제국일 뿐 노조나 복지제도가 형편없다. 이를테면 선진대열에 끼기 위해 노사합의나 복지제도는 뒷전이라는 말이다.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장려한단다. 왜 이제 와서일까, 예전에는 생기는 걸 결사코 반대하면서 막아서더니…. 사회적 경제는 미국에서 비영리 부문이라 하는데 사적 영역 노동력의 10.2%가 비영리 부문이 고용이다. 그러면 미국은 빨갱이 나라가 아닌가….
이렇게 하나둘 톺아보면서 27개 키워드를 들여다본다. 한 달간은 충분한 독서가 될 수 있겠다.
출퇴근 길에 하나씩 고민해보는 사이에 어느덧 우리의 눈높이도 달라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