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냥
황인규 지음 / 인디페이퍼 / 202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사냥

 

고전 수집가를 이렇게 부른 모양이다. 황인규 작가의 소설 <책사냥>, 이 책을 읽는데 된통 공부만 들입다했다. 교부철학, 초기 교회에서, 기독교를 단순한 믿음의 종교가 아니라 철학적 이론에 근거한 이성 종교로 승화시키기 위하여 그리스 철학, 특히 플로티노스의 이론을 교리로 끌어들여, 기독교의 교리와 교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는데, 클레멘스를 거쳐 아우구스티누스, 이어 신학대전을 쓴 토마스 아퀴나스 등이 일구고 정리한 스콜라철학….

 

책사냥 시기, 이 소설의 무대가 된 시대는 중세, 신의 제국에서 서서히 인간 중심의 세계로 신과 인간은 자리매김,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 역시 인간의 본능이다. 끝없는 호기심, 끊임없이 샘솟는 의구심과 마치 변증법처럼, 정반합으로 정리되는 듯하다 또다시 대립이, 여기에 등장하는 인문학, 

이미 신의 세계는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교부철학으로 스콜라철학으로도 인간 본성에 대한 자각의 끊임없는 탐구와 고민은 종교의 벽을 넘어 흔히 이단이라는 영역까지로 확대되면서 말이다. 

 

이 소설은 가톨릭의 파란만장한 역사의 가운데 서서히 교황우위설에서 공회우위설로 바뀌고 세속의 권력자와 종교의 수장 대립으로. 그 가운데서 움트는 인문학, 인간학에 관한 목마름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고전으로 향해가는데….

 

교황청의 제1비서였던 이 소설의 주인공 포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필경사 마르크, 중세권력의 중심이었던 수도원. 고전을 찾아다니는 책 사냥꾼의 이야기, 

 

당대의 교회는 형식의 엄격함, 시대를 뒤따라가지 못해 쇠락의 기운을 엿보이면서도 커다란 체제를 움직여나가는 모양새다. 교회 안에서도 두 갈래의 흐름을 보이면서…. 보수와 진보

 

이 소설의 재미나는 대목은 가톨릭에서 이단으로 치는 에피쿠로스의 저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원전을 풀다라는 수도원에서 발견, 이를 어떻게 손에 넣을 것인가 하는 포조와 마르크의 대화, 그리고 가톨릭 세계의 주요 관심사인 교황선출 등, 교회의 부패를 정면으로 반박했던 이들은 신의 세계를 부정하는 이단으로 몰리고….

지은이의 빼어난 배경지식과 당대 시대 상황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풀어내는데, 아마도 이를 두고 움베르토의 장미의 이름이니 하는 작품과 비교한 듯. 각 수도회의 특성과 현재 처지 등,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글쎄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던데, 이쪽 분야가 문외한인 나로서는 감탄할 수준이지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보일지는 잘 모르겠다. 

 

마치 한 편의 잘된 영화를 보는 듯한 흐름…. 그 속에서도 행간에 묻어나는 수도원장, 장서관장 등 가톨릭교회의 기득권자와 교황청에서 모시던 교황의 추락으로 어정쩡한 위치가 돼 버린 주인공 간의 논쟁은 사실 이 책의 큰 흥밋거리다. 교리와 이에 대한 반박, 이단이란 무엇인지, 인문학이란 왜 필요한지, 교회개혁의 필요성까지….

 

에피쿠로스의 이 책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암흑의 시대를 밝히는 하나의 촛불로, 인문학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계기로 작용하는데. 15세기를 벗어나면서 신의 모습만 보이던 세계에서 인간의 모습이 보이는 세계로의 갈림길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포조, 하지만, 그는 자신을 스스로 책 사냥꾼을 벗어나지 못한 세속적인 속물이라고 자평하는 대목이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어느 한 수녀회에서 라틴어를 가르치는 은퇴를 앞둔 신부의 회상으로부터, 오래전 교황청립 대학으로 유학을 하러 갔다…. 작가의 길이냐, 사제의 길이냐를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여전히 자신은 작가의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음을 알게 되고, 그 시절에 논문을 쓰려고 모아두었던 자료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 책 사냥이라는 제목의... 무대는 중세, 암흑의 세계에서 빛으로 세계로 이행되는 과정을 하나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함의는 오늘날은 뭐야, 지금 우리 세계는 종교와 기업, 그리고 정치가 반지성주의의 선봉인데, 이 또한 어둠, 암흑이 아닌가, 이를 걷어내려할 때,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저 조물주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이 아닌 살아숨쉬고 생각하는 인간을 찾듯이...

 

15세기의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의 희미한 구분이, 작은 틈새로 인문이라는 빛이 새어들어 들어오고, 시나브로 온 방을 밝히게 되는 초입, 물밑에서 일렁이며, 혼란을 예고하는 인간의 쾌락... 인간탐구, 신의 세계를 비집어 들어오는 인간 세계...

 

아무튼 포조와 그와 함께한 필경사 마르크, 수도원장, 그리고 필경수도사, 장서관장의 대화 속에 당대의 성 속의 모순이 함께 담겨있음을…. 꽤 재미난 대화다. 

아무튼 필설도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면, 아마도 이 책이다. 이런 서평보다는 책 속으로 들어가 확인해보는 게 낫겠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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