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히스토리 - 제국의 신화와 현실
로드릭 브레이스웨이트 지음, 홍우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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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눈으로 러시아는 재단됐다. 

 

유럽적인 너무나도 유럽적인 러시아, 하지만 러시아를 대상화시켜 러시아는 유럽이 아닌 아시아의 야만인일 뿐이라는 러시아관…. 소비에트 연방이 찢어지고 조각나면서, 러시아는 이류, 혹은 삼류국가로 전락했다. 형편없이 훼손된 과거의 영광... 푸틴의 선택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침공 때에 맞춰 나온 이 책...러시아 제대로 알기의 하나인가, 

지은이 로드릭 브레이스웨이트는 영국의 외교관이자 작가로 인도네시아, 폴란드, 미국, 러시아에서 근무했고 소비에트해체기에 주모스크바 영국대사를 지냈다.

 

푸틴을 전쟁광이라고 부르는 서방세계, 이들의 의도적이고 고약스러운 러시아관은 이데올로기였다. 1782년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러시아를 유럽의 매우 크고 강력한 왕국으로, 완전한 전제정치가 지배하며, 악랄하고 술에 취한 야만인들이 사는 곳이라고 묘사했다. 퀴스탱 후작은 1839년 러시아를 방문하고 쓴 <러시아 1839년>에서 러시아의 귀족은 문명을 함양하지 못했다고, 그의 눈에 비친 러시아는 귀족들이 야생 곰을 보고 싶게 만드는 곰 같았다고 표현한다. 이 책은 1960년대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필독도서였다니…. 이는 오늘날 많은 외국 관측통의 대 러시아관, 러시아를 대하는 태도를 상징한다. 

 

러시아 사람들은 러시아가 예외적인 나라, 하느님이나 역사가 선택한 나라라고 믿는다

 

구세주적 사명감은 중세 모스크바 대공국 시절 정교회에서 생겨났고 그 이후로도 계속 남아있다. 이 사명감은 19세기에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한 여러 사람에 의해 촉진됐다. 현재의 러시아를 볼 때도 이 역사적 맥락에서 접근해야 할 듯하다. 

 

러시아인들의 머리와 가슴속에 새겨진 믿음의 근원 “그리스정교”, 소비에트 붕괴 후, 평생 공산주의자로 살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줄곧 신앙을 가지고 살았음을 깨달았는데, 러시아 성인의 4분의 3이 정교회 신자라고….

 

비잔티움의 교훈

 

1204년 각양각색의 십자군 무리가 그리스정교의 본산인 비잔티움을 덮쳐 약탈, 가톨릭 유럽이 비잔티움의 물자와 지적 유산을 갈취함으로써 문명화할 수 있었다고 주장, 비잔티움과 비잔티움의 계승자들을 향한 서방의 불타는 증오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이런 사건은 러시아인의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몽골의 침입, 모스크바 대공국의 성장과 몰락을 거쳐 1721년 제국이 됐다. 당대 표트르 1세에게 충성을 서약한 원로원은 모든 러시아의 황제라는 칭호를 채택하라고 청원, 스웨덴, 오스만제국, 영국, 오스트리아, 스페인에서도 황제라는 칭호를 사용한다. 

 

이렇게 시작된 러시아, 세계사 무대에 등장, 

 

양차 대전을 거치면서 세계사의 영향력이 큰 한 축의 맹주로 등장하게 된 러시아는 미국과 냉전 관계를 유지해오다, 고르바초프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계기로…. 소비에트는 해체되고….

 

이후, 푸틴체제에 들어서면서 그리스정교를 정신적 바탕으로 한 강력한 러시아 건설, 지역, 정서를 공유해오던 종교문화권인 주변국들과의 연대를, 이에 반대하거나 독립유지 태도를 보이는 국가에는 폭력을, 마치 중세 십자군들이 비잔티움을 거덜 냈던 것처럼, 지금 우크라이나를 침공, 짓밟는 중이다. 

 

이 책<러시아 역사- 제국의 신화와 현실->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서방 이른바 유럽세의 대 러시아관과 러시아인의 세계관이다. 

 

유럽의 대 러시아관은 러시아의 귀족만 보고 러시아를 제법대로 재단했던 퀴스팅의 러시아관을 비판 없이 수용, 관념화했다는 점인데 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얼치기다. 야성도 없으면서 야성적인 것처럼 보인다고…. 즉, 허식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동네라는 것이다. 거짓말도 서슴없이 해대는 러시아인들이라는 낙인이다. 심한 편견이다. 러시아인 세계관의 바탕을 이루는 그리스정교에 관한 일방통행….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이른바 성숙하고, 고도로 절제 혹은 계산된 정치교섭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며, 결코 제대로 된 대화상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당연히 진영논리에 둘러싸여 러시아냐 미국이냐는 선택 강요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제대로 살펴볼 여유도 환경도 제공하지 않는다. 단지, 야만인 러시아가 문명인에게 우호적인 이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러시아의 서사, 역사기록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인의 정체성과 세계관이다. 파편적이고 단편적인 러시아 연구로는 전체를 볼 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러시아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그려볼 수 있게 됐다. 

 

이 책 후반부, 푸틴의 행보에 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유럽세의 러시아관과 러시아인들의 세계관, 그리고 그리스정교의 관계는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진행형인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에 관한 연구자들의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윈스턴 처칠의 말, "나는 당신에게 러시아의 행동을 예측해 줄 수 없소. 그것은 불가사의 속의 미스터리로 포장된 수수께끼요. 그렇지만 아마 답은 있을 거요. 그 답은 러시아의 국익이오."라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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