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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 - 한국 현대사의 숨겨진 비극들
김성수 지음 / 필요한책 / 2022년 11월
평점 :
한국 현대사의 숨겨진 비극들
의문사,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맞은 놈은 발을 뻗고 자지만 때린 놈은 그렇지 못한다는 말,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리라는 것은 역사를 통해 너무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사건에 따라서는 시간이 더 걸릴 뿐, 언젠가는 밝혀진다. 인간의 수명에 비례해서 2세대 후가 될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의문사,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일한 적이 있는 김성수 박사가 편집한 자료 모음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휘둘리지 않으니,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책을 펴내야 하는 이유는 묻는다면 너무나 바보스러운 질문일 것이다. 언제고 국가폭력은 시민사회의 긴장감이 늦춰질 때 찾아오는 게 아니라 365일 언제 나다. 10.29 참사의 수사가 지지부진이다. 벌써 달을 넘기고 해를 넘기려는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한테서 나온다는 말을 이제는 고쳐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은 검찰 공화국이고 주권은 검찰한테서 나온다고. 인권옹호 기관인 검찰이 21세기. 5.18을 겪고, 6.10을 지나, 촛불까지…. 또다시 뭘 해야만 민주주의 원칙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인가,
이 책<폭력의 역사>은 시대별로 3 구분해서 1부는 80~90년대, 2부는 60~70년대, 3부는 40~50년대 등 모두 21개의 사례를 싣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 새겨진 비극들, 폭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기원은. 다수의 침묵과 악의 평범성이란 말로 압축할 수 있겠다. 튀르키예(구, 터키)의 민주운동가이자 작가인 쥴퓌 리바넬리의 <마지막 섬>(호밀밭, 2022)에 나오는 상어대가리의 횡포 앞에 평화롭던 섬사람들의 침묵과 그 틈을 파고드는 이간질, 정겹고 인간미 넘치는 공동체는 하루아침에 경계와 편 가르기로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악의 평범성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폭력과 인권유린을 얼마나 무감각하게 아무런 의식 없이 저지를 수 있는가, 이들의 모습은 모두 평범함이다. 악마처럼 뿔이 달리지도 않고, 그저 우리 주변에서 늘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
자,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잊어서는 안 될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
40~50년대 1949년 여순사건, 제주 4.3에서 비롯된 이 사건 속의 증언들이 실려있고, 1950.6 한국전쟁 발발과 동시에 청주형무소 학살과 약산 김원봉 동생들, 이 무렵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서는 좌익세력 척결이라는 이름 아래, 집단학살이 이뤄졌다. 목포형무소 역시 좌익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배를 태워 바다로 나가 수장시켜버렸다. 50년 7월 마산, 창원, 진해(마·창·진) 국민보도연맹사건, 50년 9월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 11월 함평에서 갓난아기까지 죽여버린 11사단의 만행,
60~70년대 5개의 사례, 박정희 정권의 의문사 1호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의 죽음, 탈북자 이수근, 유럽 간첩단 박노수의 억울한 죽음, 황태성은 특사인가 첩자인가….
80~90년대 고문왕 이근안, 청년 이윤성의 녹화사업 비밀, 고려대생 김 주황의 이상한 죽음, 통일의 꽃 임수경의 오빠 임용준 의문사, 김용갑, 박태순 의문사
편집의 원칙은 모르겠으나, 이들 외에도 많은 억울한 죽음이, 이유도 밝혀지지 않은 죽음이 있다. TV시사프로그램에서 박태순, 최종길, 이수근, 함평학살, 마창진사건 등 여러 차례 소개된 것과 새롭게 실린 사례가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김구 암살범 안두희를 평생 쫓아다니면서 응징하려 했던 신념의 사람들, 암살범 안두희도 이를 처단하거나 하려 했던 사람들도 모두 역사의 희생자다. 애초부터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일어나는 한국 사회,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외면하고 피하고 싶은 역사를 마주하는 데서…. 새롭게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