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드 사피엔스 - 과학으로 맛보는 미식의 역사
가이 크로스비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11월
평점 :
지구상에서 인류만이 요리한다.
불로 요리하는 원시인에서 요리로 예술을 하는 현대인까지
요리(料理-식품의 맛을 돋워 조리함)에도 생존을 위한 양식에서 즐기거나 사치로 누군가에게 내가 이 정도 재력이 있음을 혹은 미각이 있음을 뽐내기도 하니, 참으로 하나의 먹거리를 두고도 다양한 해석과 그 요리에 담긴 생각 또한 천차만별임을 느낄 수 있다. 주제가 “요리”라면…. 부제 과학으로 맛보는 미식의 역사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이 책 <푸드 사피엔스> 이른바 요리하는 인간이란 뜻인데, 인간에게 요리 본능이 있을까?, 날 것으로 생식하는 데서 왜 요리라는 참으로 이상한 걸 만들어냈을까? 생존 이상의 그 무엇을 위하여….
요리가 인류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은 참말인 듯싶다. 지금도 그 흔적을 볼 수가 있으니, 한국사회의 육식 문화, 돼지고기는 다 제쳐 두고 삼겹살과 내장, 본디 가장 싼 부위인데 이게 언제부터인가. 본말이 전도된 듯 몸값이 올라갔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인가, 아무튼 그리고 소는 무려 120가지로 그 부위를 나눈다고 하니, 실로 육식 문화 중에서 “소”는 세계적이지 않은가, 제비추리, 안창, 토시, 양지, 아롱사태, 안심, 등심, 갈비 등등…. 이뿐만이 아니라 부위에 따라 굽는 도구와 소재, 그리고 시간과 정도 등 참으로 많은 비밀이 담겨 있다. 하기야 이렇게 하면 맛이 달라지니.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먹는 게 요리가 아니라 먹는 게 과학일세 라는 생각이 들기조차 한다.
지은이 말처럼 과학의 세계는 오래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요리의 세계는 최근에서 관심이 대상이 됐다고. 아마도 과학 세계가 세분되어 요리 과학의 영역은 20세기 들어서였으니 말이다. 요리를 연구하는 정식학과, 식품학과는 1918년에 월터 체노웨스 박사가 이끄는 매사추세츠대학 애머스트 캠퍼스에 처음 생겼다. 미국 최초이면서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사례에 속할 듯하다.
이 책은 7장 체제다. 요리라는 키워드를 인류출현부터 현재까지 요리라는 키워드로 살펴본다. 1장에서는 인류 최초의 요리법과 요리가 뇌에 미친 영향을 담은 요리의 시작을, 2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술발전으로 요리를 꼽는데, 게임체인저 농경의 등장을 소개한다. 3장 근대과학이 쏘아 올린 요리 예술의 시기 16세기부터 18세기 말, 우리가 아는 요리의 시작 시기다. 4장. 요리 예술이 원자 과학을 만나고, 5장 20세기 요리 혁명, 6장 이제는 요리 과학 시대, 7장 좋은 성분과 나쁜 성분, 요리 과학의 미래를…. 중간중간에 지은이의 요리법이 들어있어, 이 또한 따라 해볼 만하다.
우리가 아는 상식을 뛰어넘고, 때로는 깨뜨리면서 “요리는 생존을 넘어 과학이 됐다.”
거의 200만 년 전부터 인간은 화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리처드 랭엄의 가설을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요리는 우연의 산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구워진 음식 재료의 풍미는 그 행위를 반복하게 했을 것이다. 어떤 음식을 즐겨 먹는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풍미여서. 그런데 이 풍미는 뇌가 만든 이미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매우 흥미롭다. 굽고, 찌고, 삶고, 곰하고…. 여기에는 역사, 화학 등의 과학적 원리만이 아니라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서가 들어있다고 생각해본다면, 밥상 위에 놓인 음식은 생명 유지를 위한다는 것 이상으로 흥미롭다.
통조림의 발명
생각나는 김에 통조림을 발견한 니콜라 아페르 생각을 적어보자. 열은 부패를 멈추는 중요한 특성이 있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병을 사용하면, 장기간 식품을 보관할 수 있다고…. 작은 병을 이용했기에 병에 열을 가하면 구석구석 해로운 미생물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 그러나 그는 당시에 이런 걸 몰랐다. 참으로 우연이다. 욕심을 부려 큰 병으로 통조림을 만들려고 시도했던 사람이 낭패를 봤던 것은 해로운 미생물을 다 죽이지 못해서 생긴 일이기에.
요리와 과학이 만났을 때는 가히 그 위력은 폭발적이다. 우주여행용으로 제작한 식품들, 군대에서 먹는 비상식량, 여기에 숨겨진 과학을 우리는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저 그렇구나. 그런 게 있어 하는 정도이지 과학의 위대한 노력이라고는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고,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아주 단편적으로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만….
전체를 연결 짓지 못하고, 밀과 쌀, 그리고 빵, 파스타 다양한 음식 재료의 요리법 또한 그저 관성적으로만 해왔을 것이다. 일본의 과학자가 만들어낸 아지노모토(미원)가 감칠맛을 더해준다고, 지금은 MSG라고 해서,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는 별로 넣지 않지만, 식당에서는 쓰인다. 맛이 확 달라지니….
요리에 관한 생각
그때는 좋았고 지금은 별로다. 이런 판단에 이르는 과정에는 과학이라는 매개가 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었기에 혀끝에 닿는 느낌이랄까, 맛만 좋으면 그저 좋았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별로라는 판단에. 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라면이 건강에 좋다 안 좋다 해도, 여전히 우리는 라면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찌고, 데치고, 삶고, 볶고, 지지고, 튀기고, 굽고, 벌써 이렇게나 많은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가, 여기에 과학이 있음은 어렴풋이 알겠다.
이제는 못 먹어서 탈이 생기는 게 아니라 너무 잘 먹어서 탈이 생기는 시대다. 가치의 전환이라고 해야 할까 싶다. 좋은 탄수화물, 나쁜 탄수화물, 쌀과 밀.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 하는 말, 탄수화물에 주의하라고, 글쎄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듯하다. 모든 조건이 같다면 말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고도 열심히 운동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당 치수가 널뛰는 일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덜 먹는 게 상수라는 말이다.
이 책은 요리에 관한 것은 물론 먹는다는 행동의 의미까지도. 우리 밥 한번 먹자는 말, 우리나라만의 인사가 아니라 세계 공통사인 모양이다. 밥의 의미는 뭘까, 한패가 될 수 있나 없나를 살피는 기회일까…. 이 또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니, 밥의 문화, 식의 문화라고 해두자.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