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가지다
주연화 지음 / 학고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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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가지다

 

지은이 주연화는 20여 년간 미술품의 구매자, 판매자 양쪽을 대리했던 경험이 있다. 이 책 <예술, 가지다> 레오나드로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르네상스 거장은 당대에는 예술가라는 이름이 아닌 장인이라 불렸다. 예술가라는 명칭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쓰이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예술은 모름지기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그림과 조작을 뜻했다. 

 

지은이는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중요한 말을 남겼다. 예술작품은 투기수단이 아니라고, 미술시장을 이야기할 때 투자 가치 상승, 재판매 가능성 등은 중요하지만, 미술 작품이라는 특수 상품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더 큰 가치와 즐거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술품은 금전적 가치 외에도 다양한 가치를 갖는다. 감상적 가치, 장식적 가치, 사회적 가치, 역사적 가치, 미학적 가치가 모두 담겨있다. 현대 미술 작품을 산다는 것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작품이 지닌 메시지와 개념을 구매하는 것임을….

 

이 책은 4부로 구성됐고, 1부에서는 미술의 가치를, 2부에서는 격변하는 미술시장의 전개를, 3부에서는 무한 경쟁 시대 미술시장의 빅 플레이어들, 4부 디지털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을, 그리고 마지막에 한국 미술시장, 기회와 가능성을 싣고 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하나씩 떼어놓고 봐도 좋다. 접근내용이 다르기에…. 하지만 전체로서 하나를 이루기도 한다. 맥락과 연결성이 있기에….

 

작가를 대신해서 그린 그림 “대작‘은 비도덕적 예술인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다이아몬드 해골 작품 하나하나 제 손으로 제작했을까? 아니다. 그의 팀이나 공장에서 재직을 대행했다. 이런 맥락에서 조영남의 작품 대작 논쟁은 그가 그런 것이냐 아니냐가 쟁점이 아니라, 그의 아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애초부터 아이디어가 남의 것이었냐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만일 개별 작품의 구상도 대작 작가에게서 나왔고 조영남은 여러 대작 중에서 ’선택‘했을 뿐이라면 실제로 그는 이런 행위를 팝아트로 이해했다고 언급한 만큼 더 확실하게 설명했어야 한다고….

 

현대 미술의 큰 특징의 하나는 아이디어와 제작을 분리하는 것, 다시 말해 결과물보다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뒤샹 이후(1917년)에 생겨난 사고다. 

 

새로운 기술 등장과 예술에 대한 인식의 전환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일지도 모르겠다. 시각 예술의 본질은 무엇일까, 시각 예술은 시각적 언어를 창조하는 행위다. 창조란 존재하지 않은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던 언어를 누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 누군가가 알아듣고 훌륭하다고 평가했다면, 그는 이미 어떤 미적 기준이나 미적 체계를 가지고 작품을 평가했다는 뜻이고, 대개 그 기준, 체계는 교육으로 혹은 사회 통념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새로운 것이 처음 나왔을 때는 반응은 어떨까, 판단기준이 있지 않았을 때는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이건 쓰레기라고 예술작품이 아니라고, 또 그렇지 않고, 도전적이다. 파격적이라고….

 

최근 등장한 NFT아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름대로 질서가 생길 것이나, 시장이 성장할수록 자본과 인력을 가진 거래 갤러리와 그곳에 소속된 작가들만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참으로 씁쓸하지만….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

 

뒤샹으로 대표된 다다이즘은 반예술을 표방하는 운동이다. 필연적으로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비평가들이 작품을 설명, 해설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 세계에 참여하는 관람자의 몫이다. 정답은 없다는 말이다. 내가 본 대로,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말하는 것이다. 

 

미술 ’시장‘이란 말은 돈과 연결되고, 투기, 자금세탁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우선 떠오른다. 한국 미술시장, 왜 세계적인 예술작품이 나오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미 미술계의 생태계 때문인가?, 예술을 하면 밥벌이하기도 힘들다는 말도 곧잘 듣는다. 우리는 예술, 미술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은이는 한국 미술시장의 전망이 희망적이라고 본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젊은 세대의 수집가들이 이전 세대와는 달리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공유하고 소유한 예술품을 자랑하는데 거리낌이 없다고…. 이로써 오랫동안 미술시장의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였던 미술품 수집에 대한 부정적 인식(세탁, 투기 등 어두운 면)이 전환되기 시작했다고….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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