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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처럼 -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평점 :
동물들처럼
이 책의 부제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지은이는 인간의 노화를 막을 수 없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숨을 다하는 순간까지 젊음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동물들…. 성경에 나오는 므두셀라는 969살이었다. 그는 창세기 라멕의 아버지이자 노아의 할아버지인 에녹의 아들로 언급돼 있다. 중국의 고사를 보자. 삼천갑자 동방삭, 18만 년을 산 동방삭이란 말인데, 이는 한서(漢書)의<동방삭전(東方朔傳)> 에 나오는 말이다. 전한의 무제는 널리 인재를 구했다. 이에 제나라 사람인 동방삭은 대나무 한 짐에 글을 써서 무제에게 올렸다. 동방삭의 글은 내용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필체도 당당하여 읽는 데 두 달이나 걸렸다. 동방삭은 해학과 변론에 뛰어났고, 속설에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었기 때문에 죽지 않고 장수하였다 하여 ‘삼천갑자 동방삭’이라고 불렀다는 일화가 있다.
세계 장수촌에 사는 이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세끼를 모두, 음주, 흡연하지 않으며 늘 즐겁게…. 말이 쉽지, 이를 지키는 건 꽤 어렵다. 담배를 피우면서도 오래 사는 사람들도 있고, 술을 먹고도 그런 사람이….
현대 사회의 기대수명은 늘었지만, 건강수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나머지 삶을 어떻게 바로 ‘노화’의 문제다. 지은이는 진화생물학을 연구하면서, 야생동물들의 실제 삶에 대해 알게 되면 노화라는 신비로운 과정도 더 잘 이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야생동물은 두 가지 제약이 있다. 자연이라는 외적 조건인 환경과 개체 내의 문제다. 인간의 건강을 연장할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고픈 전문가적 관심사에서 야생에서 만난 장수 동물에 대해 자세한 부분까지 탐험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 이 책이다.
최근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에서, 여성 연구자가 자신의 유전적 결함을 없애기 위해 DNA를 조작하여 딸을 낳는다(홀로….), 영화는 메뚜기의 결함을 고치기 위해, 연구자가 그 딸의 DNA를 조작 유전적 결함을 제거했는지를…. 오락영화이기는 하지만 그 배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즉,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제에 천착, 길어진 생명,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이 책은 4부 14장 체제로 하늘과 땅과 바다. 그리고 인류 종을 다룬다. 1부는 하늘의 오래 사는 동물들로 익룡과 새, 그리고 박쥐에 관한 우리가 몰랐던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2부 땅의 오래 사는 동물 중에서 땅거북, 개미, 두더지쥐와 코끼리, 영장류, 3부는 바다의 오래 사는 동물로 성게, 물고기와 상어, 고래 이야기를, 4부 인간의 장수에서는 인간 수명 이야기와 므두셀라 동물들의 미래를….
오래 산 동물들
392년 동안 산 그린란드 상어를 비롯하여 211년산 북극고래, 175년을 산 코끼리거북, 152년을 산 호수 철갑상어, 110년을 산 대왕고래…. 참새가 20년을 산다고, 침팬지는 69년을…. 자연의 위험 속에서 이렇게 오래 산다면…. 이들에게는 눈여겨볼 것은 건강수명이라는 개념으로 볼 수 있고, 즉, 죽는 날까지 아무런 질병의 고통이 없이 그저 잠든 채로 죽는 것(성철 스님의 입적 때의 모습처럼)을 건강수명이라 해두자.
우리가 이 책을 눈여겨 봐야 할 이유는
인간의 욕망 중 하나는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삶이다. 유명한 진시황의 불로초처럼 불로장생을 추구했다. 이 책에 다루는 장수 동물들,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종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1950년대부터 학자들은 날아다니는 새를 포획하여 발찌를 해두고, 포획될 때, 그 발찌가 채워진 해를 확인함으로써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를 추적한다. 정작 장수의 원리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추정할 뿐이다. 하지만, 장수하는 동물들의 생체메커니즘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다면...
위즈덤(신천홍, 알바트로스)은 68살 때도 알을 품고 있다.
위즈덤이라는 이름의 알바트로스, 다행스럽게도 추적 가능한 새다. 발찌식별표로 68살 때 발견될 당시에 알을 품고 있었으니, 생산능력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말이다. 위즈덤은 수많은 열대 폭풍과 허리케인 등 깃털이 쭈뼛서는 아슬아슬한 위험을 경험하면서도 건강하게 살아있다. 예순 살 무렵인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일어난 쓰나미 속에서도 살아남았으니…. 장수지수 5.2란다. 같은 체구의 평균적인 동물원 동물보다 3배 이상 길게 살았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이것을 밝혀내는 것이 숙제다.
장수하는 종의 일반적인 특징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는 환경 적소를 차지하거나 그런 신체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행 자체, 조류가 특출한 장수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핵심적 특성이라면, 조류의 특출한 장수는 섬 생활의 안정성과도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장수지수에서 정상을 차지한 새는 바닷새인 맨섬슴새다. 이들은 1년에 알을 하나씩 낳는데, 적어도 55년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세계에서 가장 장수한 사람이 120살 정도다. 그것도 건강하게 말이다. 남녀의 평균 삶이 80살이다. ‘노화’와 질병이 없이 80년을 산다면…. 건강수명이 80살이라면 인류의 과학은 바로 건강수명을 위해서 연구를 한다. ‘노화’란 장기가 정상활동에서 점차 활동력이 떨어지고 그사이에 면역력이 쇠퇴하고, 관절 등에 염증이 생겨나면서….
적어도 신체문제는 그렇다. 생활 속에서 겪는 힘든 경험은 생명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도 고려돼야 할 듯하다.
거북, 갈매기, 고래 등 장수하는 동물들의 생체메커니즘을 통해 ‘노화’을 지연시키거나 막는 방법을 찾게 된다면 사람들이 90세,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고, 어디선가 150세나 그 이상 살수도 있겠다. 이는 므두셀라 동물들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가 스트레스도 없고, 심신을 갉아먹는 고통도 없다면 이라는 전제에서만 그렇다. 인류 노화를 막는 가장 중요한 기제 하나는 스트레스다. 그래서 이 책에서 하는 말은 절반은 맞고, 또 절반은 틀린 셈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