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꼴찌부터 잡아먹는다 - 구글러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경제학 이야기
박진서 지음 / 혜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마는 꼴찌부터 잡아먹는다

구글러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경제학 이야기

 

 

 

구글 한국에서 일하는 지은이 박진서는 “경제학”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학문인지 새삼 일깨워준다. 책 제목 <악마는 꼴찌부터 잡아먹는다>는 꽤 자극적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 영향을 바로 받는 층은 사회의 꼴찌그룹이다. 부자가 감기에 걸릴 때, 빈자는 몸살, 아니 사경을 헤매야 할 정도로 충격이 심하다는 말이다. 구글러라는 표현이 다소 거북스럽지만, 뭐 책 내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이 책 첫머리에는 19세기 미국의 경제학자로 “진보와 빈곤”을 쓴 헨리 조지의 말을 싣고 있는데, 그는 애초의 땅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이 의미는 무엇인지, 또 보자 ‘사람을 기억하는 경제학자를 찾아서’란 대목은 관성적이고 고정화됐던 경제학은 버려라. 그건 경제학이 아니라. 허상이요. 진짜가 아닌 사이비라고. 진짜 경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고….

 

그들이 생각했던 경제학이 무엇인지를 전하는 이 책은 8장 체제이며 1장에서는 경제학자들을 믿지 말라고 한다. 경제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굶어 죽을 자유는 자유라 할 수 없다고, 2장에서는 경제학자들은 왜 경제를 예측하지 못할까, 그 많던 경제학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3장 우리가 잃어버린 이름 ‘정치경제학’, 4장 경제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5장, 경제학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인간을 살릴 논리보다 인간을 살리는 게 먼저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이제는 보이는 손이 필요하다. 6장은 경제적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지를 묻는다. 7장 부자만이 아닌 모두의 자유를 위한 경제학은 실현할 수 있는가, 8장 경쟁은 누구도 승자로 만들지 않는다. 

 

이 책에는 경제학자의 초상을 각 장 끝에 싣고 있는데, 헨리 조지를 비롯하여 장 지글러, 카를 마르크스, 우자와 히로후미, 조앤 로빈슨/조지프 슘페터, 밀턴 프리드먼, 필리프 판 파레이스, 로버트 H, 프랭크를 톺아본다. 

 

경제학은 위대한 말씀이 아니다. 그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일 뿐

 

이 책은 꽤 흥미롭다. 이제껏 경제학은 사람을 위하는 게 아니라 그저 결과에 이론을 꿰어맞추는데 동원되고 있을 뿐, 사람을 위한 경제학은 없음을 밝히고 있다. 8장을 한 장 한 장 떼어내어 풀어내도 될 듯하다. 경제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 줘야 하지 그 반대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지은이는 장하준의<경제학 강의> 머리글 제목 “왜 사람들은 경제학에 관심이 없는 걸까?”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헨리 조지와 같은 생각을 했다고 적고 있는데, 아마도 이 책의 핵심이자 경제학을 정의한 대목이다. 경제에 관한 우리의 막연한 불안감이 경제학을 모든 해결 수단이 담긴 경전인양 여기게 됐던 건 아닌가 싶다.

 

“노동계급이 자신들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 하는 모든 노력을 저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정치경제학이라는 이름을 끊임없이 언급해 왔습니다(중략). 대부분의 교수는 현존하는 사회체제를 학문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경제학이라고 인식(중략), 경제학을 연구하는 데는 특별한 전문 지식이나 대규모 도서관 또는 값비싼 실험실을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면 교과서도 선생님도 필요 없습니다.”(17쪽)

 

자, 이 문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경제학은 스스로 생각하면 교과서(정석)도, 선생님(안내자)도 필요 없다는 말인데, 우리는 경제학을 마치 권위 있는 경전이라도 되는 것처럼…. 경제학이란 인간의 무한 욕망과 희소 자원 사이에서 효용의 극대화를 위한 최적의 선택에 관한 학문이라고 하는데,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효용의 극대화, 개인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게 경제학이라고, 아무래도 이상하다. 함께 잘 살 방안을 찾는 게 경제학을 공부해야 할 이유가 아닐까,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학, 눈에 보이는 경제학,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사회를 위하여 

 

이 책은 경제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밝히고, 이를 위해 복무해야 하는 것이 경제학이란 학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논리가 누군가가 짜 맞춰놓은 음흉한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당위성을 부여하는 데 필요한 이론을 제공한다면 이는 경제학이 아니다. 우자와 히로후미가 말하는 “인간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경제학은 ‘사회적 공통 자본’ 즉, 한 나라 또는 특정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이 풍요로운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우수한 문화를 전개하며, 인간적으로 매력 있는 사회를 지속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장치를 말하는 것으로,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학을 말했다. 

 

우리가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던 경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신자유주의라는 사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반대다. 있는 자를 위한 세상 만들기, 부익부 빈익빈의 철저한 실현을 위해서다….

 

이 책에는 경제학자들이 경제를 예측하지 못하는지, 국가는 부자인데 국민은 왜 가난해지는가, 누가 경제를 정치와 분리해 놓았을까? 그 의도는 어디에 있는가, 경제적 불평등은 진짜 피할 수 없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누구든 한 번쯤은 생각해봤던 것들이다. 위대한 경제사상가나 경제학자들의 이론이 이런 문제를 과연 해결해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데서 경제학에 관한 이해는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경제학은 뭔가요. 다시 한번 생각 봅시다’라고 제안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