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폭식 사회 : 기술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잠식하는가?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2023년도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선정 우수과학도서
이광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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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기술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잠식하는가?

 

디지털 폭식 사회 “피지털 효과”

 

지은이는 피지털이란 용어를 의도적 사용한다. 피지컬(물질)+ 디지털(비물질)의 합성어로 광고 분야에서 등장했지만, 지금은 널리 쓰인다. 지은이는 피지털을 플랫폼 앱처럼 디지털 세계의 기술 장치가 물질계의 지형과 배치를 좌우하는 신기술과밀도 현상을 가리키는 데 쓴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최근 논쟁거리가 됐던 몇 가지 기술문화 현상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실었다. 2장은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AI, 자동화와 노동의 문제를 다루며, 3장에서 플랫폼 공룡 카카오의 먹통 사태로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우리 사회의 기술 독식 현상이 얼마나 광범하게 장악하고 있는지, 스마트 시티, 한국형 뉴딜, 도시 환경 정비 등의 바탕에는 바로 이런 기술이 깔려있음을 보여준다. 4장, 코로나 19 재난 상황으로 드러난 기술만능주의의 폐해를…. 마지막 5장에서는 기술 폭식 현상에 맞서 기술 대안의 상상력을 모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평점 사회,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계 

 

별점, 평점이 난무하는 사회, 무엇인가에 점수를 매기기가 일상화된 사회, 서비스, 고객만족도 왜 활동에 점수를 매겨야 하는가, 정량평가 사회…. 분석해서 좋고 나쁨을 가르고, 평점 사회의 등장을 부추긴다. 평점 사회는 플랫폼 기업들에 의해 구축된다. 플랫폼은 물질 자원의 중개를 비롯하여 정보와 데이터 등 비물질 자원과 지적 상품을 생산하고 매개하고 소비하도록 돕는다. 지은이는 이 점을 주목하면서 피지털 플랫폼 개념을 강조한다. 또,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중요한 내용은 바로 디지털 기술의 독성이다. 코로나 19 충격과 피지털 플랫폼 질서가 우리 사회의 기술 폭식 현상을 가속한다고 본다..

 

디지털 기술의 독성

 

플랫폼의 문제는 그것이 시장이 넘어서 사회와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는 데 있다. 한 사회의 가치와 질서가 플랫폼이 펼쳐놓은 덫에 걸린다. 마치 거미가 쳐놓은 줄에 곤충들이 걸려드는 것처럼 말이다. 

 

좋아요…. 순위, 추천, 주목, 평판에 의지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른바 평점 사회는 플랫폼 기업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특징적 국면이 되고, 별점은 영세업자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말은 공감한다. 또 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기사의 노동 방식을 길들이고 플랫폼 알고리즘이 사회의 편견을 확대 재생산 하면서 혐오와 적대의 정치문화를 배양하고 소비자 손끝의 평점과 댓글이 플랫폼 노동 수행성의 척도로 사용되면서 산노동을 제공하는 이들에게 플랫폼의 별점은 비수가 된다.

 

카카오 택시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일하는 택시노동자는 이미, 감시 노동과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업무지시(콜)에 따르다 보면, 터널 현상, 즉 좌우를 살피지 못하고 앞만 보고 내달리는데, 이 상태는 거의 사고 직전의 아슬함의 경계지점을 왔다 갔다 한다. 좌우를 살필 수 없는 긴장, 역설적이게도 죽음의 선을 넘나들게 된다는 말이다. 

 

기술 독주의 기술 만능시대로, 과학만능주의는 신실재론을 주장했던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편리함의 이면에 숨겨진, 불편함…. 이제 우리 사회는 폭주하는 기술만능주의에 제동을 걸 때가 된 것이다. IT, ICT, IoT, AI 이 모든 것들의 연결점은 플랫폼만이 아니라, 편리함을 너무 인간 세상 자체 질서를 비인간적이 세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장기판의 말이나 졸이 아닌, 생각하는 인간들, 모든 것을 평점으로 별점으로 순위를 정하는 세상은 서열사회다. 예전에는 사회계급이라는 서열이 사회적 지위와 부를 보장했다면, 지금은 기술이 그러하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IT 강국이라고, 특히 코로나 19 재난 상황에서 비대면이라는 환경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습은 더는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지은이의 세상을 향한 경고다. 플랫폼이라는 이상한 형태의 것들이 노동을 통제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이는 금융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하나의 큰 축이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디지털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 소외다. 철저하게 기술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끝없는 전쟁이다. 한편으로 디지털 세계 속에서 외면되는 인권, N번방 사건 등 역시도 기술이 만들어 낸 현상 중 하나다. 오프라인 세계에서 인권 존중의 사회적 흐름은 온라인, 디지털 세계 속에서는 아무렇지도 않다. 물질 만능사회에서 인권은 그저 쓸모없는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또 세상에서 편을 가르게 하고 누군가를 혐오하게 조장하는 것도 교묘하고 복잡하게 얽힌 것들이다. 마치 평화주의자 아인슈타인이 원자폭탄을 만들고 사용하지 말자고 말하며 고민했던 것처럼 기술이냐 인간 우선이냐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 인간 세상의 숙제이지만, 적어도 자성하고 절제하고 자중하는 그 뭔가가 있어야….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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