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반도, 조선의 남북을 넘나들던 야수들을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 불렀던 모양이다. 

100년 전 이 작은 땅을 쳐들어온 왜적을 피로 물리쳤으며 야수들은 아직 분단되지 않은 남북의 영토를 넘나들었다. 이 시대의 역사를 작가는 들려주려 한다. 어릴 적 한국을 떠나 이 소설을 한글이 아닌 영어로 썼다. 

 

작은 땅의 야수들

 

 

 

일본인 장교가 한국에 대해서 말하는 대목에서 나왔다고, 작은 땅에서 거침없이 번성하던 야수들은 한국의 영적인 힘을 상징한다. 일제강점기 때 호랑이는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마치 하얀 범 <백범 김구> 역시 호랑이다. 고전문학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늘 사람들에게 속고 또 속는 어수룩하고 착한 그래서 바보스럽게 표현, 희화적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이빨 빠진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 운운…. 또 한편으로는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냉혈, 냉엄한 기운을 뿜어내는 야수처럼, 박지원의 <호질>에서 호랑이를 표현하기를 예지롭고 성스럽고 문무를 갖추었으며 자애롭고, 효성스럽고 슬기롭고 어질며, 웅장하고, 용맹스럽고, 기운 세고 사나워서 천하무적이라 했다. 앞 절은 호랑이의 기운을 뒷줄은 인간과 호랑이의 관계 속에서 평가하는 대목이다. 무서우면서도 살가운 존재가 바로 호랑이였다.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보기도….

 

이 소설은 100여 년 전의 이야기에서 시작됐고

 

일제강점기 아래 놓은 작은 땅의 야수들은 어떻게, 1918년~19, 그리고 25~37년, 또 41년~48년 그리고 64년 이 시간의 간격의 의미를 채우는 것은 무엇일까? 왜 이렇게 시간 간격을 뒀던 것일까, 무단에서 문화통치로 그리고 2차 대전 말로 치닫고 해방 후 3년, 그리고 한일 국교 정상화 1년 전…. 이런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자 처해진 상황에서 누구든 어떤 모습이든 다 가능하다고... 

작가의 생각, 그에게 호랑이 이야기가 어떤 맥락일까, 소설은 상상이다. 소설은 현실이다. 소설은 미래다. 소설은 철학이고 철학은 이념으로 

 

100년 전에는 일제가 작은 땅을 짓 밝고, 식민지라고…. 자신의 모든 걸 다 내 던져버리고 과감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산했던 이들, 이들은 야수들이다. 그들을 해치려는 것들의 목줄을 물어버리기 위해…. 세월은 흘러 세상이 바뀌고 광복, 해방, 뭐 좋다. 아무튼, 그렇게 생각은 바뀌었지만, 이제는 남과 북이란다. 또다시 흘러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야수들을 사냥해대던 사람이 권력을 쥐게 되고 통일된 세상에서만 활개 치고 살아갈 수 있는 야수들을 핍박한다. 

 

머리로 몸으로 그려내는 호랑이의 상징을 모국어가 아닌 글로 쓴다. 단순한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소화해냈다는 말이다. 동아일보의 김성수가 애국자라고 떠들어댄다. 나라 사람들을 힘들게 한 사람을 애국자(나라를 사랑한다?, 맞다. 일본을 이롭게하고 그토록 사랑했으니)라 하는가 보다. 이 소설의 시작, 역시 호랑이다. 일제강점기인 1917년 일본인 장교를 쫓던 호랑이로부터 그를 구한 사냥꾼…. 총 한 방 쏘지 않고, 호통을 쳐서…. 이렇게 생겨난 인연, 질기다면 질기게도…. 만났다 헤어졌다….정호의 아버지의 이야기다. 

 

“호랑이는 왜 아버님을 해치려 하지 않았던 걸까?”

“아버지는 늘 그 호랑이가 환생한 우리 어머니였을 거라고 생각하셨어.”

 

마치, 고전에 나오는 은혜 갚은 호랑이 이야기와 비슷하다.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버지를 지켜주려고... 

 

정호는 1964년 교도소에서 꿈을 꿨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박정희) 전향각서를 받내라고 한 모양인지, 군인들은 심문하기 시작했다. 빨갱이이며 북한의 사주를 받고 내려왔다고... 여전히 해방되지 않은 채 두 동강만 남과 북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작가의 소설 속에서 피어오르는 또 다른 전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아직도 어딘가에서 정호처럼 옥희처럼 명보처럼…. 수많은 백범…. 뭔가 씁쓸하다. 마치 자기 땅에서 자신이 유배된다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처럼….

작가의 외할아버지가 백범 김구 선생을 보좌했던 독립군이었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자라 온 작가는 어릴 때부터... 이런 글을 써야겠다고 맘먹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우리 안에는 야수가 살아있을까, 대체 호랑이는 어디로 간 걸까... 한반도가 호랑이 형상인 데, 그 안에는 이제 호랑이가 없는 것일까... 어리숙하게 희화화 됐던 그림 속 호랑이가 언제쯤 용맹한 호랑이가 돼 그림 밖으로 튀어 나올까... 

 

옥희와 한철, 정호 제각각 일제강점기의 깊고 어두운 굴을 지나온다. 기생이었던 옥희와 거지왕초에서 독립군으로, 또 한철.. 관계라는 점에서 보면 사랑이야기일수도, 극히개인적인 서사로 비춰질수도 읽힐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수들”... 

톨스토이류의 소설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저, 나는 "야수" 눈길이 간다. 호랑이에게 눈길이 간다. 조선, 한반도, 남과 북, 군상들의 모습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좋으련만, 여전히 일본제국주의의 잔상이 남아있다. 곳곳에 그래서 호랑이가 용맹스런 호랑이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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