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와 회귀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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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철학이자 이념이요 진리이자 사랑이다

 

최신의 장편소설 <도피와 회귀>, 제목부터가 사색적이다. 작가의 말도 어렵다. 읽다보면 뭔말인지 알게 되겠지만(물론 끝내 모를수도 있겠다), 소설과 철학, 이념과 진리, 소설과 철학이 만나서 이념이 되고, 철학과 이념이 만나서 진리를 만들고, 또다시 이념과 진리를 만나 사랑을, 진리와 사랑이 만나 소설이 되니, 소설은 곧 철학이자, 이념이며 진리이자 사랑이라는 말인가, 도입부부터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할 의도가 있었다면 꽤 성공적인 머리글이다.

이 소설은 구성 자체가 독특하다. 15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1장 고독으로부터의 탈출에서 15장 도피와 회귀를 주제로 이를 월일별로 1월 1일에서 12월25일까지 세계사 오늘의 역사처럼, 그날 일어난 사건이나 화제를 두고 풀어낸다. 

 

1월 1일 “행동은 자유를 지향하는 적극적 의사표시다”는 제목 아래 남북 전쟁이 북부에 유리해지자 링컨(중략) 노예해방선언…. 1863년 1월 1일 정식으로 포고….

 

1월 7일 “잠은 이성의 일시적 탈출 상태이다”, 1949년 1월 7일 이승만…. 개헌, 남북통일, 3 영수 합작, 대일 강화회의 등 당해연도 중대 시책을 발표했다. 는 식으로 그날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써놓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일상과 연결 짓는 방식으로…. 오늘 세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과 풀어내는 이야기의 내용이 어떻게 연결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구성 자체의 낯섦 때문인지 몰라도 신선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말이 되는구나, 이른바 서사란 이렇게…. 활자가 조밀해서 눈에 힘을 주고 읽어야 하는 수고가 있기는 했지만, 이만한 고생을 하지 않고 읽는다는 게 조금은….

 

철학자인 주인공, 그의 생각과 세상의 일들과의 연결, 그리고 자신의 삶을 주제어로 풀어낸다. 소설과 철학, 이념과 진리, 철학으로, 사랑인지, 성적 취향인지…. 여러 여성이 등장하고

 

도피와 회귀

 

도피란 현실도피가 아닌 그 무언가로부터 도피, 원죄인가 아니면…. 사고방식의 문제인가, 12월 3일 “한 체제로부터의 도피는 또 다른 체제에는 회귀가 된다.” 1970년 12월 3일 하오 2시 15분 북한 공군 824군 부대…. 박 소좌가 동해상을 통과해 자유대한 품으로 귀순해 왔다. 박 소좌는 미그 15 전투기를 몰고(중략). 박 소좌는 귀순 소감을 김일성의 세습 독재정치와 전쟁 준비에 광분하는…. 염증을 느껴 오래전부터 월남을….

 

한 체제로부터의 도피는 또 다른 체제에는 회귀가 된다. 영원히 홀로일 수 없다. A로부터의 도피는 B로의 회귀, 에리히 프롬의<자유로부터의 도피> 는 어디로 회귀한단 말인가? 그의 말에 따르면 인류가 자유에 내재해 있는 책임을 질 수 없다면 권위주의에 의지하게 될 것이란다.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중심 사상은 불안한 인간은 온갖 부류의 독재자들에게 자신의 자유를 넘겨주거나, 스스로 기계의 작은 톱니가 되어 호의호식하지만, 자유로운 인간이 아니라 자동인형 같은 인간이 되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힌다고 보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그런 유혹을 떨쳐버리려는 모습이 보인다. 도피와 회귀가 아닌 다른 새로운 길로…. 아마도 등장인물 “화니” 주인공과의 이별 후에 어떻게 될는지는 모른다. 짐작도 할 수 없다. 다만, 도피하려 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일 뿐, 그 후의 내 세상은 내가 알아서 열어나갈 것이기에….

 

이어서 12월 8일의 글은 앞에서 말한 “화니”는 “인간은 동물의 위치를 초월해 스스로 삶을 창조해 가는 능동적 존재다” 석가모니는 BC565년 인도…. 80세 나이로 입적해 불멸의 세계로 회귀했다. 

꽤 괜찮은 소설이다. 마치 화두를 던지고, 오늘 이 화두를 던지는 것은 세계 역사 가운데 이날 이런 일이 벌어졌답니다. 여러분, 나는 이 역사적 사실을 읽고 이렇게 생각해봤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 생각과 내 주변, 또 현실을….

 

12월 11일 편견에 의해 축출당한 인간은 편견을 가진 또 다른 집단에 소속된 다음에야 비로소 자시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1884년 12월 11일 이 날은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 박영효 등은 일본 정부가 추방하려 하자, 또다시 미국으로의 도피를…. 멀리떨어진 섬에 억류됐다가…. 일본 정부에 간청하여 동경으로 돌아와 궁핍한 생활을…. 조선 정부에서 밀파한 자객 이일식과 홍종우를 따라 상해로 건너간 김옥균은 그곳에서 홍(종우)의 총격을 받고 파란 많은…. 12월11일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이 소설의 결말 역시 그러한가, 아무튼 뭔가로부터 도피하는 순간 도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회귀로….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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