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12월 31일
김준수 지음 / 밀라드(구 북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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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12월 31일 

 

1998년 12월 31일 중앙일보에 실린 1999년 지구멸망설은, “1999년 7월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아의 대왕을 부활시키기 위해 그 전후 기간 마르스는 행복의 이름 아래 지배할 것이다. '지구 종말론'을 예언했다 해서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의 4행시의 전문이다. '7월'의 며칠인지, '앙골모아' 나 '마르스'의 정확한 뜻이나 맥락이 무엇인지, 그런 의문은 접어두어도 좋다. 중요한 건 앞의 예언 시를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2000년이 도래하기 직전의 해가 '지구 재앙의 해'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지구종말론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게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 김현수, 한때는 신문기자였다.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사랑하는 희재와 헤어진 후, 정확히는 만나지 못한,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기에…. 가끔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 

 

크리스마스이브, 현수는 행사 준비를 위해 일찍이 교회에 도착, 평소 인자롭던 성직자 모습으로 비쳤던 목사의 이중적 행동, 동냥 온 거지에게 언성을 높이며, 이성을 잃은 듯한 태도에…. 과연 종교란?, 일말의 회의감에 몸속 깊은 곳에서 북받쳐 오르고….

 

이래저래 공원 벤치에 앉아 소주를…. 깨어나 보니 남산 아래 허름한 여관방…. 그를 발견해서 여관까지 데려왔다던 중년의 부부가 남긴 메시지와 돈, 군밤 장수와의 만남…. 어찌어찌해서 우연히 만나게 된 중년 부부는 수학과 생명과학을 연구하던 학자 출신…. 이들은 종말론을 굳게 신봉한다. 남편인 이(필선) 교수는 주기모의 지도자다. 이들은 5년 전부터 신앙공동체를 꾸려왔고, 우연에 우연이 겹친 듯 보이는데…. 아무튼 김현수는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종말론의 끝은 새로운 희망으로 연결되고 

 

종말론은 이미 주어진 것을 넘어서서 아직 주어지지 않을 것을 쟁취하려는 것으로 본다면 종말론은 새로운 역사 시작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겠다. 아무튼 이 소설<그날, 12월 31일>은 '종말론' 기독교에서 파생되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믿는 이들이 구원을 받는다는 전제가 바탕을 흐른다. 주기모(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모임)는 신앙공동체다. 

 

시간을 순환적이나 윤회로 이해했던 불교나 동양적 사고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발상이다. 거기엔 '태초'도 없고 '종말'도 없었다. 반면, 천지창조로부터 예수의 탄생과 부활 - 예수의 재림 - 천년왕국으로 이어지는 직선적인 시간관을 가진 기독교에서는 종말론을 인간이 죄에서 해방되는 '구원의 시간'으로 받아들였다.

 

이 구원의 시간을 작가 김준수는 역사와 신학에 관한 꽤 풍부한 소양으로, 아슬아슬하게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천편일률의 틀을 벗어난다. “희재”는 그렇게 떠났다. 현수는 스승과 함께 다윗의 열쇠를 찾기 위해 이스라엘에 오게 되고, 고고학 연구자로 그들을 맞이하는 희재…. 이들은 함께 다윗의 열쇠를 찾는데….

 

동굴에서 발견한 다윗 열쇠 구멍…. 그 순간 일어난 지진…. 스승은 현수에게 저편에서의 행복을 찾으라는 말을... 그가 좇던 영생과 구원은 바로 현수와 같은 사람을 길러내는 게 아니었을까?, 

 

마치, 종말인 것처럼 보였던 그들의 관계는 또다시 새로운 관계로 이어지고,

희재는 한국으로 돌아와 현수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현수는 복음을 전하는 목사가 되고….

 

자칫 그저 그런 소설이 될 뻔했던….어찌보면 꽤 까달로운 소설이다. 이문열작가가 1979년 발표했던 <사람의 아들>에서 주인공 민요섭이 정통적 기독교신앙의 진수를 발견하고 다시 본래의 길로 돌아서는데... 그는 자신을 믿고 따르던 동팔에게 칼을 맞아 죽게되고, 신이여 이것으로써 용서해주시렵니까? 라는 외침이 떠오르는다. 종말론과 구원, 다윗의 열쇠가 혼란과 모순에 빠진 현대 사회라면 이를 리셋하는게 종말론의 본류이자 구원의 원리가 되지 않을까, 현수의 스승은 죽음 직전에 뭘 느꼈을까, 아마도 이들이 살아남아 행복하게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을까, 너무 세속적인가? 이 역시 아마도 작가가 그렇게 읽혀지길 원하면서 썼다면... 

 

단순히 지구가 멸망한다는 의미의 종말은 아닐 듯, 새롭게 뭔가가 다시 시작된다는 발상의 전환, 패러다임의 전환, 가치 인식에 변화…. 거듭 새롭게 나지 않으면 인류의 발전 그 자체는 바로 그 순간부터 종말을 향해가는 게 아닐는지, 환경과 기후 위기, 전쟁들, 이 모든 것이 종말을 향해가는 것이리라…. 인간이기에 새롭게 이를 극복하는 지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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