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
장 프랑수아 버네이 지음, 장영필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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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소설의 역사를 개괄하다

 

이 책<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의 지은이 장 프랑수아 버네이는 초판을 프랑스에서 출판했다. 역자 장영필은 왜 호주의 소설사를 현지가 아닌 프랑스에서 내놓은 이유를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책은 너무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호주 소설사를 통해 호주 사회의 시작과 현재를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호주인들은 우리네 조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의 호주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이런 말이 나올법한 호주 문학계를 비롯하여 사회 전반에 논쟁을 촉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내용은 무엇일까?

 

호주 문학에 대한 현지의 자화자찬식의 태도에 문제의식을 느낀 지은이는 반기를 들었다. “외부시각”으로 호주의 소설역사를 분석했다. 지은이는 호주에서 20여 년을 살면서, 그 나름대로 호주 소설역사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책은 객관적 시각으로 호주 문학에 대한 근원적 정의를 내리며 시작했다는데, 글쎄다 ‘객관’이 존재할 수 있는가,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이다. 주관적 견해로 이 글을 썼다면 그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프랑스 출신의 호주 시민이 호주의 소설 속에서 나타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주요한 역사적 변곡, 전환 시대의 주제나 배경을 분석하는데, 호주 토박이와는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울러 에둘러 말하는 그의 접근방식의 독창성은 반대로 주관적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당연히 이에 관한 논쟁 또한 생길 여지가 있다.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이 책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이 책은 1장~6장에 걸쳐 식민지 시절(1831~1874) 탐험과 극복의 역사와 호주 문학, 즉 민족의식의 부상(1875~1900)과 문학 논쟁(1901~1950)의 시대를 거쳐, 이용당하고 조작된 현실(1951~1965)에 이어 코스모폴리탄 시대 속 마이너리티 문학(1966~1980)에서 포스트모던 그리고 새 문학사조들의 등장(1981~현재)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다룬다. 여기에 주요작가의 작품세계와 대작들 살피기, 자세히 들여다보기 등을 통해서 주목할 만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호주 문학의 출발은 그 역사와 함께 시작

 

섬 전체가 감옥이었던 시절, 최초의 소설 역시 감옥에서의 삶과 풍경을 주제로 다루는 한편으로 유럽과 다른 자연을…. 호주 문학의 상징들이 여기에 투영되는데, 탐험, 정복, 항해와 지리(Geography)와 지형(Topography)과 고립, 거기에 앤티포드(영국과 호주, 또 하나의 유럽), 풍부함, 종교, 사라짐이 그것이다. 여섯 시기로 구분되는데, 일관되게 관통되는 문제의식은 정체성이다. 호주의 역사가 그러하듯, 영국에서 범죄인의 유리, 이른바 쓰레기처리장으로, 그래도 그곳에는 삶이, 애환과 즐거움이…. 선주민과의 갈등, 경력을 쌓기 위한 상층부의 사람들의 자발적 호주 생활 등…. 단순히 그곳은 섬이자 동물과 자연의 고장만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꿈틀대던 새로운 가능성이 넘치는 세계였다. 수많은 작품과 작가들이 등장하지만, 눈여겨볼 대목은 호주의 정체성이다. 70년대 소설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주제들, 그리고 80년 이후….

 

1970년대 소설의 여성화와 중심 주제들

 

대부분의 여성 작가는 감성적 주제를 다뤘지만, 일부는 사회문제로 눈길을 돌려, 페미니즘을 지지하기도 했다. 헬렌 가너의<원숭이 목걸이>에서는 주인공의 자유분방한 보헤미안식의 생활 스타일을 통해 여성 해방을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이 원하는 대로 섹슈얼리티를 즐길 수 있는 일종의 권리가 있다고….

 

80년대 이후 변화

 

영국문화에 이국풍과 새로운 피를 주입하는 문학적 다문화주의는 호주 문학에 남아 호주 문학 정체성의 재정의를 위한 길을 열었다. 이전 세계의 전통과 문화가 섞이고 짜인 텍스트들이 모자이크와 같은 개별작품들이 나오면서, 인종과 문화적 경계를 허물어갔다. 이민과 인종 간 결합의 정체성은 여전히 포스트모던 시대 작가들의 중심주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호주 식민지로부터 출발, 단순히 호주의 자연환경과 이국적인 풍경을 소개하는 여러 이야기, 그리고 거대한 감옥이라는 규정들, 여기에 선주민과의 갈등, 서로 배경을 달리하는 이민자들…. 호주 사회는 거대한 용광로처럼 녹이고 녹여서 호주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미묘하게 결을 달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주요 대작들 살피기와 자세히 들여다보기

 

마커스 클락의<그의 자연적 삶을 위해>를 비롯하여 조셉 퍼피의<이것이 인생인가?> 등 15편을 소개하고 있다. 또 클로즈업된 소설은 12편이다. 롤프 볼더우드의 <무장강도> 호주판 로빈 후드로 알려진 1880년 네드 켈리의 교수형에서…. 1830년 영국 소설가 월터 스콧의 문체를 모방 무장강도를 썼다는 등의 해설이 꽤 유용하다. 

이 책은 소설사를 단순 나열이 아닌 시대구분과 주제들, 그리고 그 당시를 대표할 만한 소설들을 소개하고 있어, 호주 문학, 소설의 배경과 주제와의 연관성, 역사적 맥락까지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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