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혼나고 오셔! - 택시운전사의 빙글빙글 일기
우치다 쇼지 지음, 김현화 옮김 / 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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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사의 일상 - 빙글빙글 일기

 

요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위드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밤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들린다. 왜일까, 미디어에서는 택시요금이 싸다는 것과 코로나 시절에 택시 운전사들이 배달플랫폼으로 이적한 탓이라고…. 택시는 차고에 놀고 있지만, 운전기사가 없어서 운행을 못 하는 형편인데, 국토부나 지자체에서는 택시 증차를 운운하고 있다고…. 참으로 얼빠진 소리다. 아마도 교통정책에 관한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다. 늘 그렇듯.

 

이 책의 출판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우리나라 택시산업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라서. 일본 이야기인데 왜 한국?, 우리 택시 제도는 일본의 그것을 답습한 것이라서 운영체제와 개인택시운송면허제 등이 매우 흡사하다. 

택시 운전사를 소재로 한 영화와 글들, 택시 운전사의 일상을 다룬 것은 아마도 일본영화 제목은 떠오르지 않지만, 재일동포 택시 운전사의 하루를 그린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홍세화의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 (창작과 비평사, 1995), 파리에서 이방인으로서 택시 운전사를 하면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한다. 트렁크에서 자면서 교대로 운전을 하는 이방인들….

 

택시 운전사는 대체로 제2의 인생, 제3의 인생으로 택시 운전이란 직업을 선택한다. 그만큼 사연이 많기도 하다. 한때 잘나가던 직장인, 공무원 등…. 마치 아파트경비원처럼 말이다. 박계동처럼 국회의원을 했던 이도 택시 운전사로 일했다. 한때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하였으나,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듯, 좌초되고 말았다.

 

미국이나, 프랑스나, 일본이나 한국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택시 운전사는 고된 직업이다. 이른바 배회노동- 손님을 찾아 헤매는 노동, 12시간 차에 올라타 손님을 태우는 시간은 3~4시간 혹은 4~5시간- 이다 보니 길거리에 내버리는 시간이 많다. 손님을 찾아다니는 시간(공차율), 손님을 타고 운행하는 시간(실차율)에 얼마를 벌 것인가….

한국과 일본의 택시 제도는 어차피 일본에서 들여온 시스템이라 유사한 구석이 많다. 보합제라는 임금구조로 노사가 정한 기준금(사납금)이상이거나 모든 운송수입금의 몇 대 몇으로 나눠 갖는 구조 이 책에서는 운송수입금을 (회사 6: 택시 운전사 4) 나눠 갖는다. 우리가 아는 개인택시 제도도 일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 택시운전사의 소소한 일상, 한국의 택시운전사와 닮은 꼴

 

이 책의 지은이 우치다 쇼지는 쉰 살 때(2000년), 일본 사회를 휩쓸고 지나간 버블경제의 붕괴-주식폭락, 부동산가격폭락으로 은행 등이 도산하고, 부동산, 골프장, 리조트는 물론 중소제조업도 몰락, 도산하는 등의 사태-로 가업이었던 유통도매상은 빚만 잔뜩 안고 도산한다.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부인과도 위장 이혼을 하는 등의 사연을 안고 2015년까지 15년간 택시 운전을 하고, 핸들을 놓은 후, 그간의 경험을 담은 것이다. 

하루에 300킬로미터, 아침 7시 출근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5만 엔 수입금을 맞춰야 하는 일정, 택시회사의 면접과 운전자격시험 그리고 첫 운행의 경험….

 

그간 우치다가 태웠던 수많은 손님의 시연을 한 꼭지씩 담아 엮었다. 제목 <오늘도 혼나고 오셔!>라는 말은 아마도 택시 운전사의 자조 섞인 이야기일 터…. 승객들로부터 고맙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밤늦게 취객한테 낭패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말을 표현한 것이다. 오늘도 고생하세요. 대신 오늘도 혼나고 오셔…. 사실 맞는 말이다. 얼마 전에 언론에 등장한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 운전사 폭행 사건, 폭행이라고 하니 꽤 크게 들리겠지만, 술 한잔 걸치고 택시 운전사에게 야, 내가 누군 줄 알아, 운전기사 주제에…. 야, 여기에 세워. 어이. 이XX이….

 

일본의 택시업계는 이른바 전용티켓이란 게 있다. 택시회사가 발행하고, 이용자가 금액을 적고 택시 운전자에게 건네면 후지급 결제되는 방식이다. 비즈니스 자리에서 술이라도 한잔하고 집으로 데려다주려는데 택시요금이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는데 현금을 건넬 수도 없고, 그래서 나온 이른바 수표다. 티켓에 택시 운전사가 적어주는 청구액을 확인하고 사인을 해주면 그만이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다. 유흥가에서 누군가로부터 대접을 받은 모양이다. 가게에서 택시를 잡아 태워주면서 티켓을 쓰겠다고…. 먼 거리에 있는 집까지 바래다 달라고…. 운전사는 순간 1만 엔은 나오겠구먼 하면서 기분이 좋았는데, 택시에 탄 손님이 저기 저 앞 지하철역에 내려달라고…. 이런 낭패가, 대기요금 400엔에 기본요금 430엔, 결국 헛물을 켠 이야기….

 

우리는 아직 이런 제도가 없어서, 손님을 모셔달라고 택시 운전사에게 현금을 건넨다. 이때…. 택시에 탄 손님은 운전사에게 야 거스름돈 꼭 내주라고 못을 박는다. 그러면서 덧붙여서 하는 말 택시기사들은 도둑놈들이 많아…. 잔돈을 안 내주더라고….

 

자, 이쯤 되면 택시 운전사의 사회적 지위는 확인된 것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지만, 택시운송노동자의 이미지가 왜 이리됐을까?

 

이 책은 바로 택시 운전사들의 일상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자고 쓴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택시 운전사의 일상이 조금은 이해될 듯하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택시운송서비스라는 세계는 공통점이 많다. 택시 운전자는 면대면의 감정노동을 한다. 내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운송수단이기도 하다. 값싼 요금을 원하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가 아닐까, 모두 자본주의사회라 말하면서 택시 탈 때는 사회주의 방식을 원하니…. 택시는 본래 고급운송수단이다. 꼭 필요한 사람만이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금은 행정당국에서 규제한다. 물가상승과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아무튼, 이 책을 통해서 택시 운전사의 일상과 택시업계, 그들만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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