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고전 유람 - 이상한 고전, 더 이상한 과학의 혹하는 만남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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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유람

 

지은이 곽재식의 <고전유람>은 과학이란 잣대로 들여다보기를 하다가, 뒤집어 보기를 하다가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이제껏, 관성적 사고 틀 속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고구려 사람들은 하늘의 신령이 북두칠성 국자의 손잡이를 잡고 있다고 상상했겠지만, 그보다 앞선 고조선 사람들은 하늘의 신령이 북두칠성으로 국을 퍼담아 그것을 입에 대고 마시고 있다고 상상했을지도….

 

짧은 이야기 특히 전후 맥락을 알 수 없는 기록일수록 상상이라는 양념으로 틈새를 채워 나름의 향과 맛을 더해낸다. 

 

 

 

 

이 책은 지은이가 <고교독서평설>에 2021년 한 해 동안 “이상한 고전, 신통한 과학”이란 이름으로 써온 글 중에서 열 두 편을 고르고 거기에 네 편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흔히 옛날이야기로 회자하던 것들을 과학이란 틀 속에 담아 흔들어 내니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됐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은 ‘상상’이다. 열 여섯 마당 이야기를 4부로 나눠, 1부에서는 괴이한 생명체, 옛사람들은 공룡의 존재를 알았을까?, 손오지에 나온 털북숭이는 신선인가, 혹시 멸망했다던 네안데르탈인?, 미지의 대상은 늘 괴물이다. 2부 기묘한 현상은 과학이 잠든 시절의 신비로운 세계, 백제 멸망의 징후는 과연 사실인가? 왜 그런 묘한 징후라 여기는 일이 일어났을까?, 3부 이상한 믿음, 악귀와 혼령이 깃든 기이한 세상…. 유령을 사냥하는 조선의 총잡이들, 진짜로 악귀가 있다고 믿었을까?, 신성한 우주론 금성에서 내려온 외계 생명체와 이성계의 승승장구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소재들로 넘쳐난다. 혹시 발해의 멸망이 수은 등 중금속 중독과 관계가 있지 않았을까?, 조선 개국의 이성계는 왜 태백성(금성)을 모시는 제단을 만들었을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대목을 눈여겨보고, 상상의 씨앗으로 역사 기록의 공백을….

 

발해인, 이광현의 불로불사 비법

 

수은으로 만든 묘약과 발해의 멸망이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중국 도교 경전에 남은 발해인의 흔적 “해객론”과 중금속 중독, 중국의 도교 관련 서적이나 문장을 모아놓은 “도장”이란 책에서 등장하는 이광현의 이야기 “해객론”의 핵심은 이광현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영생의 비법을 찾는 내용이다. 신선을 이상으로 삼고, 신선이 되는 방법을 탐구했던 중국 도교에서 관심을 가질 법하다. 

 

이광현은 신라로 가는 배에서 한 노인을 우연히 만나, 영생 약 ‘금단대약’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됐지만, 만들기는 만만치 않았는데, 해객론에서는 금단대약의 중요한 재료로 연홍(납과 수은)을 들고 있다. 이를 어떻게 독이 되지 않도록 다루는지, 이것이 비밀인데, 실패하게 되면, 감각과 판단을 혼란케 한다. 옛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 가운데 신선이 된 어떤 사람은 한겨울에도 추위를 느끼지 않아 옷을 벗고 지낸다는 내용이 보인다. 이는 금단대약이랍시고 수은으로 만든 약을 먹고 중독됐다면 신경이 망가져 추위와 더위를 느끼지 못해 그런 행동을 했을 수 있다. 또 어떤 신선이 무서운 도적이나 벼슬아치를 보고 호통을 쳤다는 대목 역시, 수은중독으로 감정과 판단이 흐려진 상태가 아닐까 싶다. 이 역시 상상이지만 말이다. 발해가 거란족 침략으로 제대로 대응도 못 해보고 멸망, 그 이유는 아마도 금단대약의 중금속 성분에 취해 다 같이 천상 세계로 훨훨 날아서 떠나가고 있다는 환상에 빠졌던 건 아닌지….

 

금성은 이성계의 별?

 

TV 드라마 환원에서 별 이야기가 나온다. 제왕성의 별을 타고난 사람은 세상을 지배한다고…. 이성계는 금성의 기운을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 되기를 바랐던 것일까, 조선 후기 사람 남구만의 시문집 <약천집>(1723년)에 실린 ‘함흥십경도기’에는 제성단(별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을 설명하는 부분에 태백성(금성)은 금, 철, 무기를 상징했던 게 아닐까, 이성계가 금성의 신령을 믿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별점을 친 기록 속에서 태백성과 관련된 현상을 전쟁이나, 전투의 징조로 생각한 사례들이 나온다. 

 

지은이의 상상은 고려말 이성계가 금성에서 온 외계인들과 만나게 됐고, 이들이 이성계에게 첨단 무기를 전해주었다거나, 승승장구할 방법을 알려줬다는 식으로….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젊은 시절의 이성계가 어느 날 우연히 금성에서 온 외계 생명체를 목격하고, 다시 이들을 만나기 위해 제왕이 된 후에도 해마다 제를 올렸다거나….

 

 

 

 

이 책은 고전에서 나오는 짤막한 대목, 하지만 뭔가 그사이에 숨겨진 것들이 생략되건 삭제된 건 아닌지…. 마치 숨겨진 비밀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듯, 상상으로 틈을 메꿔,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흥미롭다. 있는 그대로 라는 건 없다. 고전 역시, 정해진 룰에 따라 해석되거나 그렇게 읽혀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손을 댔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를 거꾸로 뒤집어보고, 여기 저기 뜯어보는 것도 재밌는 독서법이 되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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