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흑역사 - 두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농담 같은 세금 이야기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지음, 홍석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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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제학자가 들려주는 세금의 흑역사

  

이 책<세금의 흑역사>의 밑바닥을 관통하는 사고, ‘모든 나라의 모든 세대는 자기들만 전례 없이 무거운 세금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촌철살인이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생각은 마치 도그마처럼이렇게 보면 어느 시대어느 시기단 한 번이라도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편하게 굶주리지 않고 살았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쥐어짜는 세금은 세금을 제공하는 물건이나 서비스 안에 포함하느냐그렇지 않으냐의 차이일 뿐.

갑자기 궁금해졌다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이라면 별 생각 없었을 뻔했던 것들이.

 

소주 한 병에 붙은 세금은 판매가의 55%

 

막걸리에 붙은 세금과 소주양주 등에 붙은 세금 비율은 다르다여기서는 우리 국민주소주 한 병 사 마시는데 우리는 얼마만큼의 세금을 내고 있을까누구도 이런 생각은 별로그리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그깟 얼마라고아니세금이 붙어있었어난 몰랐네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예를 들어 소주 판매가가 1280원이라고 해보자공장출고가(576.04)의 72%가 주세(414.75)여기에 교육세(주세의 30%이니 172.8)가 붙고 여기에 부가가치세 10%(116.4)그럼 소주 한 병에 1280이 안에 세금이 703.96출고가는 576.04원이니 절반 이상이 세금이란 소리다소주 한 병을 마실 때마다 가격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고 있으니술맛이 떨어질 만도 하지 않을까,

 

한술 더 떠서 생소한 이름의 세금이 왜 이리도 많은지이 책의 핵심은 공정납세미래의 세금 제도를 언급하는 데 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지은이들(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은 세금 이야기는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따분하고 무미건조하지 않고 오히려 매력적이고 재미있고때로는 우습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고.

 

이 책의 구성은 5부로 구성됐고, 1부에서는 약탈과 권리(세금은 모든 공적 문제의 원인이자 결과다) 2부 승자와 패자(국가재정의 거대한 엔진인 세금), 3부 행동방식이 바뀌고 있다(공정하고 효율적인 세금 제도), 4부 세금은 저절로 걷히지 않는다, 5부 세금규칙 만들기(미래의 세금 제도)까지 15장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게만 늘 가혹했던 세금

 

조선 시대의 백골징포황구첨정세계사옛날에 세금은 어느 정도 걷었을까 세금은 늘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과혹하게 징수.

죽은 사람에게도 어린아이에게도 군포 징수를 했던 조선 시대 후기의 삼정 문란 폐해는 알려진 상식이다그러면 옛날에는 세금을 얼마나 많이 걷었을까이제부터 흑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고대 도시 밀레투스를 공격한 리디아의 왕 알리아테스에 관해그는 앞으로 약탈할 무엇인가를 남겨두기 위해 밀레투스 사람들에게 씨를 뿌리고 밭을 일구도록 그들의 집을 완전히 파괴하지는 않았다고.

 

고대 도시에서는 외국인 또 어떤 이유에서건 아웃사이더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약탈하거나 그들에게 공물을 받은 관행이 보편화했다식민지 시대에서 산업화 시대까지 세금은 주로 농경지와 노동이라는 두 대상에 집중됐다중국의 정전제인도 무굴 시대의 세수의 90% 토지세로노동은 인두세호구세 등영화<로빈 후드>, <후드등에서도 역시 과도한 세금징수다시대마다 달라지는데다양한 세금도 있다.

 

세금 아닌 세금 즉 무급노동이나매관매직은 오래된 역사가 있다유럽에서는 16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한때는 프랑스의 왕실 수입의 25%를 차지할 정도였다우리 조선 시대 후기의 공명첩과 다를 바 없으니토머스 홈스는 인간은 세금 부담 자체를 불평등 못지않게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할 정도였다아마 여기서 인간이란 힘 없고권력 없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지 않을까,

   

인도여성에게 세금을

 

 19세기 인도 왕들은 하층민들에게 세금을 가혹하게 거둬들였다심지어는 농민들이 보석류를 착용하거나 콧수염을 기르려면 세금을 내야 하며여성이 집 밖으로 나갈 때 가슴을 가리면 유방세(뮬라크카람)를 내야 한다가슴을 가리는 것은 상류 특권층 여성에게만 허용됐으니.

영국에서는 여성조세저항연맹이 투표권 없이 세금 없다는 강령을 내걸었다.

   

세금은 얼마가 적정할까?

   

역사적으로 볼 때 세율은 대체로 10% 안팎으로 적용된 듯공자는 10%를 적정세율로 봤고 칭기즈칸도 러시아 일대를 점령하면서 세금을 10%만 요구했다스페인에서는 텐스베네치아에서는 데시마라는 세금크롬웰의 10분의 1, 18세기 프랑스의 10분의 1즉 십일조였다.

 

 영원한 숙제 공정세금 제도

 

납세능력의 차이가 다른 사람에게 각기 다른 세금을 걷는 것이 합당(수평적 형평성)하다는 견해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오늘날 종교인종성별심지어 얼굴의 털 등 때문에 명시적으로 차별하는 일은 드물다오늘날의 문제는 암묵적 차별인데 이는 어떤 집단의 사람들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 또는 다른 인종 간의 체계적으로 다른 취향과 욕구에 따라 차별하는 것이다독신 가구와 기혼기구에 대한 평등 과세를 누진 소득세와 결합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세금 부담을 누가 짊어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을 수도 있다경제학자들은 많은 세금의 실제 귀착문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놀라울 정도로.

 

수직적 형평성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 세금 부담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고대 아테네 시대 이래 세금 제도의 중심 문제이지 핵심사안이었다이는 현대 복지국가 시대에 들어서 더욱 중요해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세금에 관해서 제대로 알고 있나 싶다월급쟁이의 유리 지갑만을 생각하면 과세기준은 아주 명확한 듯 보이지만그렇지 않은 영역에서는 글쎄다법인세가 그렇고 지원장려금 제도가금융자산에 관한 세금은 공정한가?, 꼬꼬무다.

이 책은 세금이란 주제로 동서고금의 역사를 적고 있다십일조라는 개념이 종교적 영향을 떠나 꽤 합리적인 수준의 세율로 여겨졌던 점은 흥미롭다세금세무행정의 효율성 등에 관한 의견 또한 참조할 만하다.

 

 

<출판사에서 보낸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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