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페미야? -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의 소통을 위하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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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 공감이 ‘괴물’을 만든다

 

강준만 선생의 이 한마디가 요즘 세상을 표현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폴 볼룸이 한 말을 인용한다. “시민들이 우물에 빠진 아이의 소식에는 눈을 떼지 못하면서 기후변화에는 무관심한 이유는 공감 때문이다.”라고….

 

폴 볼룸은 공감을 다르게 해석한다. 공감은 아름다운 것이다. 볼룸은 모든 것이 양면성을 지니듯, 공감의 양면성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 것일 뿐인데…. 이뿐만 아니라 독일 인지과학자 프리츠 브라이트하우프트는 공감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공감 능력이 있기에 비인간적인 일들이 벌어진다고. 막말에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겐 공감 능력이 없다고 비난하지만, 기실 그는 자신의 말에 공감했던 이들의 지지로 대통령이 됐다는 점이다. 마치 허를 찔린 듯한 강준만 선생의 독설, 이해된다. 

 

자, 이런 맥락에서 요즘 날로 심해지고 노골화된 반페미니즘 정서를 그대로 내버려 두거나 비난하는 거로 대처하는 페미니즘 진영의 안이한 대응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은이는 이대남과 페미니즘의 화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희망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젠더와 세대 갈등은 충분히 조율, 조정될 수 있다는 믿음….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우리 사회 현상을 9장에 걸쳐서 톺아보고 있다. 1장에서는 왜 10대 아들들은 페미에 분노하는가? 김지영 학교에서 당한 차별은 아, 옛날이여다. 남자 차별 말고 잘한 학생 칭찬하자, 어린 남학생들에게 페미는 얌체이거나 거짓말쟁이, 백래시에 관한 두 가지 오해와 페미니즘 갈등에 소통의 바람이 필요한지를 적고 있다. 2장은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성 평등 국제통계, 3장 상징 투쟁에 소환된 김지영과 여성가족부, 4장 여성은 비참하게 보일수록 좋은가, 5장 유튜브의 포로가 된 젠더갈등, 6장 왜 ‘개딸’들은 페미니즘을 외면할까, 7장 복합쇼핑몰은 광주 정신을 훼손하는가, 8장 노인 죽이기 클럽을 막아라. 9장 한류의 주역 X세대에 경의를 표한다.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꽤 만만치 않은 논쟁거리들이다. 마치, 뭔가 쓴소리를 해댈 작정으로 뽑아낸 키워드들…. 눈에 띄는 두 가지 이야기를 보자. 

 

선생님도 페미이에요?

 

초등학교 교실로 들어가 보자. 초등학교 6학년 교사, 양성평등 교육 시간에 2016년에 일어났던 강남역 살인사건을 예로 들며, 불안해하는 여성들을 보호하는데 남학생들이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학생들의 항변, 왜 남자만 여자를 지켜야 하느냐고, 그건 평등이 아니라고 선생님 메갈(페미니스트 비하 용어)이에요? ... 흑백논리와 페미에 관한 편견와 오해가 그득하다. 

 

백래시에 대한 두 가지 오해

 

지은이는 번역가 조고은이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백래시에 대한 두 가지 오해’라는 칼럼을 흥미롭다고 했다. 현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여성 인권을 후퇴시키려는 시도는 백래시일 것이라는 대목에서 조고은은 백래시 개념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해는 첫째 페미니즘 운동이 너무 과도한 나머지 기존 사회의 반발이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고 둘째, 이런 페미니즘의 반발은 언제나 있어왔다고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므로 지금의 백래시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없다고….

 

지은이는 조고은의 두 가지 오해에 관해서, 한국에서 페미니즘이 과도한 게 아니라 운동이 겨냥하는 과녁설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정작 싸워야 할 대상(페미니스트 코스프레만 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성세대 남성들)은 놓아두면서 이대남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변화만으로 시도하려는가, 여기에 반발하는 이대남이 백래시인가라고 묻는다. 

 

또 보자, 페미니스트들이 위의 현상을 백래시로 보는 현상에 주목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주목의 목적과 내용은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모색 역시 투쟁이다. 왜 투쟁을 타도 위주로만 여겨야 한단 말인가?

자, 이 대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백래시의 개념, 사전적 의미로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하지만 1980년대의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며,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를 생각하기 위함이다. 타산지석…. 그런데, 이를 곧장 2020년대 한국에 끌어와서 적용하는 게 맞나?, 이런 비판이나 의견 개진이 곧 남성 우월, 보수로 읽히는 건 왜일까,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책, 외즐렘 제키치<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저하고 커피 한잔하실래요->(타인의 사유, 2022)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아마도 바닥에 깔린 사고는 똘레랑스다. ‘혐오’가 쉽게 풀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왜 혐오하는지는 알게 된다. 혐오의 원인을 이해하면…. 적어도 서로의 처지에서 나름의 이해의 실마리를….

 

이 책의 흐름,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 역시 밑바탕에 깔린 혐오의식이다. 혐오는 개인적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집단광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염려스럽다. 

 

이 책의 제목 <엄마도 페미야?>라는 말은 결국, 무의식적 차별 때문이다.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프레임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게 그런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페미니즘, 젠더와 세대 갈등을 주제로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서로서로 처지를 이해할 때까지, 이럴 때 가져야 할 태도는 똘레랑스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가 아니라, 당신의 생각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공통의 주제로 서로의 공통의 인식을 찾아볼까요….

 

시간이 걸린다. 이제부터 우리 커피 한잔할까요? 로 불편한 관계들을 풀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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