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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여 안녕 - 기후 위기 최전선에 선 여성학자의 경이로운 지구 탐험기
제마 워덤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7월
평점 :
빙하여 안녕
이 책의 지은이 제마워덤처럼 십 대 소녀 시절부터 미래의 꿈을 키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빙하는 그저 큰 얼음덩어리라는 정도의 이미지였는데, 빙하 속에 생긴 틈으로 바닷물이 천천히 흘러들었다가 빙하 아래 저수지까지 여행하는 동안, 소금기가 빠져나가, 민물이 된다고…. 얼음 덩어리 안에도 생명체도 살고 있어, 지상과 다른 얼음 속 별세계가 존재함을 알려준다.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실, 놀라울 뿐이다.
이 책<빙하여 안녕>은 3부 체제다. 제1부 얼음 냄새에서 비밀에 싸인 얼음세계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리고 2부 거대한 빙상에서는 그린란드 빙산 아래를 흐르는 물을, 3부에서는 빙하의 그림자 속에서라는 제목으로 파타고니아, 히말라야의 만년설에 덮여있는 얼음을….
기후위기로 빙하가 줄어든 것인가?
최근 기후위기에 관한 견해는 두 갈래로 갈린다. 이른바 종말론적 환경주의 관점에 선 이들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편의만을 추구하는 활동들이 지구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멸망으로 길로 급속하게 달리고 있다고, 이 대척점에 서 있는 휴먼환경주의 관점은 인간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다고, 큰 틀에서는 지금 인류 종의 생활 태도가 계속된다면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에서처럼 빙기와 간빙기의 반복으로 얼음이 녹으면서 흘려내려 마을을 덮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아주 긴 시간 동안, 얼음은 풀렸다가 다시 어는 등의 활동을 반복적으로 해온 것이라는 것이다.
영화<투모로우>처럼 한여름에 갑작스레 눈이 오고, 온 세상을 얼려버리는 급격한 기후변화는 지구의 자정작용이자 활동인 것처럼…. 지구의 자정 능력에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지구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런 설왕설래 속에서 마이클 셸런버거는 <지구를 구한다는 착각>(노정택 옮김, 부키, 2021)에서 기후변화를 둘러싼 논란, 그리고 스티븐 E.쿠닌의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박설영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2)에서 기후과학이 예상보다 훨씬 학문적 완성도가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자료들을 살피고, 연구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지구가 망하지 않을 방법을 찾는다고 했다. 쿠닌은 유엔과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기후과학 평가서, 그리고 근래에 게재된 연구논문에서 발췌한 세 가지 사실을 들어서 현재 기후위기 현상을 말한다. 하나, 인간이 지난 100년 동안 허리케인에 미친 영향은 감지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하다. 둘, 현재 그린란드 대륙빙하가 줄어드는 속도는 80년 전보다 빠르지 않다. 셋,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주는 순경제적 영향은 적어도 금세기 말까지는 아주 미미하리라는 것이다.
현재 그린란드 대륙빙하가 줄어드는 속도는 80년 전보다 빠르지 않다는 견해에 지은이는 역사적으로 흐름을 설명을 대신, 생각할 여지는 남겨놓는다. 지은이는 지는 1970년대부터 2010년 사이에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빙하 지역이 20% 이상 줄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의 탓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자연적인 주기에 따른 변화는 아닐까? 지구는 분명 여러 차례 극적인 기온 변화를 겪었고 그때마다 빙하는 증가하거나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변화에서 중요한 것은 ‘온실효과’의 변화였다고….
200년 후 빙하는 모두 없어질지도
오늘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만 년 전인 플라이오세 중기와 비슷하다. 당시 지구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3도 더 높았고, 해수면은 20미터 더 높았다. 그린란드와 서남극 빙상이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1세기 중반에는 이산화탄소가 5,000만 년 전의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고, 200년 후면 4억 전에 빙상이 없던 시대와 같아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한다.
이 책<빙하여 안녕>은 지은이가 30년 동안 빙하학자로서 성장기와 그린란드와 남극대륙, 스발바르, 칠레 파타고니아, 페루의 안데스와 히말라야 등 세계 각지의 빙하를 탐사하고 연구 활동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적고 있다. 물론 빙하에 관한 과학론을 바탕에 깔고 있어, 딱딱한 과학서가 아니라 마치 자전적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다.
빙하에 관한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4억 년 전 지구의 상태로 회귀하게 된다면, 영화<투모로우>처럼 갑자기 빙하기가 찾아와서 지구를 맑게 정화해준다면…. 이 책으로 보면서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빙하연구 관점에서 지구 온난화를 설명하면서 빙하의 역사와 견주어 이야기를 하니,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