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사람들 - 버지니아 울프, 젤다 피츠제럴드 그리고 나의 아버지
샘 밀스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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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종은 돌봄이 필요한 종이다 돌봄을 통해서 서로를 공감하고 사랑하며 연대하는 그런 종이다

 

인간의 전 생애는 각각의 생애주기에 따른 돌봄이 필요하다. 어렸을때는 부모의 돌봄을 받고, 성인이 돼서는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돌봄을(마음이든 그 무엇이든), 그리고 노년되면 돌봄을 받는다. 아프거나,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때로는 회복되지 않을지도 모를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이들, 연소자, 노약자, 노숙인과 장애를 안고 있는 이들.... 이 모두가 돌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책속 이야기는 '돌봄'이란 무엇이며, 돌보는 사람들 앞에 놓인 장애물, 심신의 고통들... 돌봄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성별에 따른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가 돌봄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대처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치 소설처럼 자기고백처럼... 이어지는 이야기, 세상에서 돌봄이 필요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아버지의 조각들, 정신이상과 사랑과 돌봄에 관한 회고록

 

샘 밀스가 세 살 때 조현병이 발병한 아버지 에드워드는 조각난 파편들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입원과 퇴원을 거듭하며, 가족의 일상 속에서 사라지고, 아버지의 돌봄과 가족의 생계를 오롯이 어머니 혼자의 몫이 됐다. 예순 중반에 신장암으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는 어느 날 긴장증이란 발작을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진다. 

샘은 아버지를 돌보게 됐다. 그전까지 아버지란 존재는 집안을 서성이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그분의 간병인이세요라고 누군가 물으면, 아니요. 저는 딸이라 대답한다.

 

간병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낯설고 불편한 샘, 아픈 사람의 간병인으로서 ‘케어러’는 돌봄을 베푸는 사람이면서 돌봄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돌봄의 복잡함을 직감적으로 느낀 샘은 자신이 간병인으로 규정되는 게 두렵다. 이 이야기는 간병인을 자랑스레 여기게 되기까지의 긴 여정이다.

돌봄은 아픈 사람에게서 고통이 전이는 되는 것일까?, 심신을 지치게 만든다. 아픈 사람이 힘들어하거나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킬 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인가 싶은 죄책감, 미안함, 양심, 중압감, 애정 오만 감정이 뒤엉킨다. 

샘은 정신 질환을 앓는 가족을 돌봤던 레너드 울프와 스콧 피츠제럴드의 생애에 강하게 끌린다. 전자는 성공한 간병인으로 후자는 실패한 간병인으로…. 샘은 아버지의 병증을 해독해보려 정신 질환 이론과 사회적 처우의 역사를 공부한다. 

이 책에는 긴 여정을 함께 해준 두 사람의 전기적 스토리와 정신 질환에 관한 논픽션, 그리고 샘의 돌봄에 관한 자전적 스토리로 엮여있다. 

 

돌보는 사람과 돌봄

 

돌봄은 아픈 사람의 고유함을 이해하는 민감한 마음이다. 돌보는 사람을 강하게도 하고 약하게도 만든다. 돌보는 사람은 누구도 명쾌하게 답해주지 않은, 아니 못하는 질문을 생각하면서 혼자 풀어내려 한다. 마치 현기증처럼 찾아오는 의문들을…. 입원을 연장할 것인가, 집으로 모셔가서 돌봐야 할 것인가, 과연 아픈 사람은 회복될 수 있을까, 회복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돌봄을 해야 할 것인가, 돌봄이 던지는 최악의 딜레마는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과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 사이의 균형이다. 아픈 사람을 최우선에 둔다. 그러기에는 자기희생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자신을 우선하는 것 또한 양심의 가책, 죄책감을 갖게 한다. 돌보는 사람은 매일 상실을 경험한다. 

 

샘이 경험한 두 번의 돌봄 속에서 느낀 것들 

 

샘은 신장암으로 일 년여 고생하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돌봤다. 그리고 또 아버지를 돌보면서 평생 간병인으로 살았던 어머니의 결핍을 이해하게 된다. 어떤 영화처럼 어머니에게 불륜이 필요했던 이유를 수긍한다. 아버지의 긴장증은 평생 자신을 돌봐주던 아내를 잃고, 조현병을 앓는 남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애도였을지도….

 

돌봄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통의 어려움, 고립감을 호소하는 돌봄인 들에 감응하고, 노약자, 노숙인, 돌봄이 있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돌봄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샘, 집안의 이타적인 천사 노릇을 여성 한 사람에게 강요하는 돌봄의 성별 불균형이 해소되기를, 가족의 테두리를 넘어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기를….

이 이야기는 모든 돌봄을 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사랑과 친절과 연민을 키우는 긍정적인 힘이 돌봄에 따르는 보상이라고….

아버지의 조각난 기억의 파편들 속으로 들어가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젠더적 활동이라고 규정된 돌봄, 여성에게 씌워진 굴레?,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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