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나 아렌트 - 삶은 하나의 이야기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이은선 옮김 / 늘봄 / 2022년 7월
평점 :
삶은 하나의 이야기다.
이 책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문학이론가, 정신분석가, 기호학자, 한나 아렌트 연구자로 알려진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한나 아렌트 읽기다. 이 책의 내용은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비교문학센터’의 알렉산더 강좌에서 다섯 번에 걸쳐 진행된 강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강연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작품 철학적 측면을 다루며- 언어와 자아, 몸과 정치 영역, 삶의 개념-그녀가 이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리고 지은이의 철학적, 정치적 성찰을 통해 아렌트 사상 안의 모순들과 그녀의 관점에 대한 오해를 밝혀내려 한다. 이 책은 5강을 각 장으로 묶었다. 1장 삶은 하나의 이야기다. 2장은 아렌트와 아리스토텔레스: 이야기하기를 위한 변증, 3장 20세기를 이야기하기, 4장 인격과 몸, 5장 판단이다.
크리스테바가 분석한 아렌트 전 작품에 걸쳐 ‘삶’이라는 주제는 그녀가 정치사와 형이상학을 논할 때도 그녀의 사유를 인도하여 다양한 형태로 재현되며, 이 주제가 정제되고 첨예화된다고 봤다. 나치즘과 스탈린주의가 인간의 삶을 부정하는 전체주의이며, 공포와 전율의 또 다른 두 얼굴이라고 밝힐 때 그녀의 사고와 일치한다. 전체주의적 인간이란 그 자신의 삶은 물론 모든(생명) 삶의 의미를 완전히 소멸시켜버림으로써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꽤 타당하게 여겨진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보이는 어두운 그림자의 끄트머리에 깔린 전체주의적 사고가 보이기 때문에라도 그렇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이은선 선생은 이 책 중 2강 아렌트가 가장 깨달았다는 정치적 삶이 없이는 어떤 삶도 없기 때문이라는 문장이 제일 와 닿았다고 밝히고 있다. 크리스테바는 아렌트의 삶과 사유 전체가 인간의 생이 아무리 비참하고 고통에 찬 것이라도 하더라도 그것을 기억하고 구술하면서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렌트의 사유는 시와 소설, 철학과 정치, 플라톤이나 하이데거와 아리스토텔레스 사이의 틈새와 구별에서 어느 한쪽을 결정론적이고 배타적으로 취하지 않고, 두 관점과 층들을 더 깊이 있게 통섭, 결국 인간 인간의 삶이 ‘정신’의 삶이며, 삶이 곧 사유였다고 크리스테바는 말한다.
인간 인격- 소명 속에서 표현되고 현시되는 영원성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아렌트는 이 세상의 다원성 조건 속에서 말과 행위, 특히 그의 소명 속에서 표현되고 현시되는 영원성이라 말한다. 즉, 인간의 어떤 생물학적 속성이나 사회적 결과물로 고정할 수 없는 순간순간 드러났다 사라지는 생명의 역동성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아렌트가 인격의 정신적 차원에 치우쳐 우리 ‘몸’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고, 무의식의 차원은 거의 무시했다고 해석, 인간 몸을 개인의 개별성과 고유성이 드러나지 않는 일반성에 귀속시켰다고 본다.
이 책은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5회에 걸친 강연집이다. 강연을 듣는 이들은 아렌트의 사상에 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상태라는 점과 아울러 여기에 쓰인 언어가 그리스어나 라틴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몇 번의 전환을 통해 결국 영어로 번역됐고, 이 번역을 바탕으로 한국어로 옮긴 것이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 아니 어렵다. 특히, 직역투의 문장, 물론 특유의 어법은 의역하면 더 꼬이는 때도 있기에…. 조금은 아쉽지만,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1, 2 한길사, 2006), <인간의 조건>(한길사, 2019),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길사, 2006)과 함께 읽어야만 전체적인 맥락의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 크리스테바와 폴 리쾨르에 관한 김선하의 <아브젝시옹(차별)과 성스러움>(늘봄, 2021)이란 책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시대의 정치철학, 사상가 아렌트에 관한 평가는 엇갈리기도 하지만, 그녀의 일생(유대인)궤적을 따라가다보면, 그가 인간성, 인간 인격에 천착하는 이유가 짐작되기도 한다. 중요한 키워드 인간의 삶은 정치적이다. 정치는 곧 인간의 삶이기도….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