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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기소개서에서 UX 라이팅까지
편성준 지음 / 북바이북 / 2022년 7월
평점 :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죽을 것 같아서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어느 새내기 작가, 글쓰기를 한 뒤로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이 책의 지은이 편성준도 여기에 비슷한 이야기를 적고 있다. “감옥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으면 죄수들의 삶이 변하는 것도 글쓰기에 숨어 있는 자아 성찰의 기능 덕분일 것이다.”(64쪽 참조)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아차, 이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는 내 안에 갇혀있는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끄집어낸다. 즉, 글쓰기는 낮아진 자신감을 끌어 올리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그런 정서적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면 인생이 변한다. 그것도 언제나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방향으로.

이 책은 글은 배웠지만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는 이들, 글만 쓰려면 머릿속에 하얘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유머와 재치있는 글쓰기에 관한 생각들을 담았다.
실제로 글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글을 쓰는 일은 교육수준이 높고, 많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나 쓰는 거라고 생각하기에 십상인데 이는 글쓰기에 관한 허상이자 오해다. 글은 누구든 쓸 수 있다. 괜히 뭔가 있어 보이려고 이해되지도 않은 어려운 문구나 문장을 끄집어다 쓴다거나 뽐내기 위해서 기교를 부리는 것은 내가 그만큼 글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홍보할 뿐이며, 이렇게 써야한다는 강박 때문에 글쓰기가 어려워지고 공포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글은 내 마음 가는 대로 쓰는 것이며, 그 형식에 따라 수필이요, 소설이고 그렇다. 작가는 유명신문사 신춘문예의 당선이나 전문 문학 잡지의 추천을 받아야만 되는 게 아니다. 우리 신문사에서 아무개의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을 문학상 당선자로 뽑았습니다. 하는 말은 일반 대중이 읽어도 좋겠다고 하는 정도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작가다.
글쓰기가 쉬워진, 환경이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작가 되기 문턱이 낮아진 그것만큼은 사실이지만, 글을 쓴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전업 작가라도, 베스트셀러 작가라도 글쓰기는 고통스러운 일이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을 것이다. 글쓰기도 농사나 여느 일과 마찬가지로 굴곡이 있기마련이기에….
살짝 웃기는 글, 유머와 재치는 내 마음의 상태를 거침없이
유머와 재치 있는 글은 글쓰기 기술만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하고 뭔가를 짜내야 한다. 마치 카피 문구처럼, 한마디로 모든 것을, 촌철살인…. 하루아침에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 속에 김흔비 작가와의 에피소드(40쪽)가 나온다. 그는 바쁜 직장 생활 중에 틈틈이 글쓰기 강좌에 나갔는데, 강사로부터 “쓸데없는 말장난이나 비유가 많고 만연체”라고 연거푸 지적을 받자 글 쓸 맛도 안 나고 시키는 대로 고쳤더니 글이 너무 재미가 없어 굳이 이렇게 써야 한다면 꼭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어 어느 날 강좌에 나가는 걸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는 신작 에세이<다정 소감>에서 산성비를 맞는 것을 금기한다는 표현을 “불벼락, 귀싸대기, 슬픈 예감 등과 함께 절대 맞는 걸 피해야 할 무서운 존재”라고…. 기막힌 유머 감각이다. 만약 그가 글쓰기 강사가 가르쳐 준 대로 글을 썼더라면 그는 아마도 아직도 책은커녕, 글쓰기를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다.
글쓰기의 원칙은 마음 가는 대로 기교를 부리려고 하지 말고, 일부러 위트나 유머를 섞으려고도 하지 말고…. 내 글이 재미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자기검열은 우선 제쳐두라고….
지은이는 일기를 쓰라고 말한다. 물론 이를 혼자만 간직하면 안 된다. 사람들에게 보여주라고 하루아침에 ‘글 쓰는 사람’으로 등극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불가능하다. 일기든 잡문이든 몸에서 저절로 나오는 글을 매일 써야 하고 그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서 인정받을 때 비로소 작가의 자리로 가는 길이 보인다고.
글쓰기 공포를 극복
잘 쓴 글만 온라인에 공개해야겠다는 생각, 즉 완벽주의가 마음속에 자리하면 글은 전혀….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면서 사는 게 인생인데 왜 글쓰기만 그걸 허용하지 않는단 말인가.
지금은 유명해진 작가들도 습작 시절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고치기도 하고 또다시 쓰기도 하면서 한 발짝 한 발짝 글쓰기의 길로 들어섰다고 지은이는 여러 작가의 예를 들어 어떻게 그들이 글쓰기를 했는지를 보여준다.
첫 문장으로 독자의 멱살을 잡아라
20여 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해 온 흔적이 윗글에서 보이지 않는가, 단 한마디로 독자를 팍 끌어당겨라…. 김훈의 <칼의 노래>를 여는 유명한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김훈은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 중 어느 쪽을 쓸 것일 가을 두고 며칠 밤을 고민했다고 한다. 꽃이 피었다는 무심한 서술이지만, 꽃은 피었다는 어떤 의도가 드러나는 것이기에 그에게는 소설 전체를 끌고 갈 태도를 정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이라고…. 우리는 이런 뒷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
지은이는 바로 이런 대목을 찾아내어,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심스레 하나씩 둘씩 알려주고 있다. 다시 이 책의 제목을 보자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라는 제목에서 여러분은 어떤 영감, 혹은 이 책에 담긴 내용과 글 쓰는 방향성을 그리고 이 책의 목적을 짐작할 수 있었는지?, 나는 그저 흥미 있는 제목에 꽂혔다. 이 책은 유니크한 경험을 말하는 게 아닐까, 글쓰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 책에서 글쓰기는 자기 성찰과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 시작이며, 또 내 안에 갇힌 고민이든 해야 할 일이든 밖으로 끄집어내어 정리할 수 있음을 말한다. 누구든 글쓰기에는 특별한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읽힐 글이라면 어떻게 내 생각을 전달할 것인가…. 읽는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관한 지은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노하우를 알려준다.
또 한편으로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글쓰기란 무엇이며, 우리가 글을 쓴다는 건 뭘 의미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많은 예(사례를 들고 있다)와 질문, 그리고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재밌게 살아야 재밌는 글이 나온다. 책 곳곳에 지뢰가 숨겨져 있다. 글과 표현 그리고 공감, 여기에 UX라이팅까지... 전천후다.
늘 읽는사람 듣는 사람의 처지에서 공감을 만들어낼 줄 아는 단어나 표현을 짧고 명쾌하게...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