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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 그리스신화에서 그리스도교까지
안계환 지음 / nobook(노북) / 2022년 7월
평점 :
유럽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유럽문화 바탕에 깔린 종교의 가치관, 아마도 오래전에는 그리스도교 중심의 질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지금이야 종교의 자유가 있어, 유대교, 이슬람 등 신도도 꽤 많아졌지만... 또 여기에 더해 문학과 예술, 공연 등의 작품에 지금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그리스 신화들…. 아마도 지은이는 유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신세계의 바탕을 이루는 게 무엇인지, 종교를 바탕으로 형성된 문화와 윤리관, 그리고 현대(이 구분 시점은 마키아벨리의 등장으로 기점으로 구분하는 견해도 있다. 신으로부터 독립된 해방된 인간을 논하고 있어서)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의 전환, 즉, 르네상스 시대는 신의 세계에서 인간세계로….

인간의 모습을 한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 유럽인의 삶에 미친 영향들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유럽여행 중에 마주한 건물, 사원, 그리고 거리가 나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다가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유럽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는 책 제목은 조금 어폐가 있는 듯, 중국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는 말과는 다른 의미일까, 인도를 알아야 간다라 미술을 알아야 그 속에 스며든 헬레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유럽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는 말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지은이가 이 책 제목을 지을 때, 아마도 서구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유럽의 문화, 종교와 예술을 그리고 이들의 바탕에 깔린 그리스 신화를 알아둔다면 당신의 여행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 책의 제목은 이런 의미로 이해하련다.
이 책의 특장이라면 지은이가 소개하는 그리스 신화는 단순히 나열에 그치지 않고, 군데군데, 나름의 추측과 해석이 곁들인 대목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길에는 지혜가 없지만, 신들의 길에는 지혜가 있다
“인간의 길에는 지혜가 없지만, 신들의 길에는 지혜가 있다”라는 인용 문장…. 지은이는 말한다. “대부분 국가의 지도자들이었던 사상가들이 철학적 사고를 했던 건 사회의 연약함 때문이었다. 가문과 홍수, 추위와 더위가 있었고 부족한 자원을……. (중략), 기아로 인한 죽음이 일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를 해결할 능력이 별로 없습니다. 동료와 가족이 죽어 나가는데도…. (중략), 그럴 때 강력한 힘을 가진 신이 있다면 그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라는 대목….(162쪽)
또 하나 더 보자. 부활절 로마가톨릭과 개신교 교회에서는 성도들끼리 달걀을 함께 나눠 먹는데, 이런 풍습은 언제 어떻게 시작했을까, 성서에 나오지 않는 관습 중 하나인데….
이런 풍습은 17세기경 수도원에서 시작됐다고…. 사순절(부활절 이전 40일, 순은 열흘을 의미하기에) 기간에는 금욕과 경건한 생활을 하다가 부활주의 토요일 부활의 종소리가 울릴 때 처음으로 오믈렛이나 반숙의 달걀을 맛볼 수 있었다고, 당시 달걀은 부유층만 먹을 수 있어서, 이날만큼은 이웃과 서로 달걀을 주고받는 풍습이 생겨났다고….(308쪽) 흥미로운 이야기다.
하기야 생각해보면, 달걀은 귀한 먹거리 중 하나였고, 1년에 한 번이라면 사치해도 되지 않을까(라마단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유럽문화의 바탕은 다양한 종교의 인정에서
과거 EU 헌법 제정 때의 일이다. 공통가치로서 그리스도교를 정의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모양인데, 로마가톨릭 국가인 폴란드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에서 이를 강력히 주장했었지만 부결됐다. 이유는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을 헌법에 명시할 경우 EU는 포용의 공동체가 아닌 배타적 그룹이 되고, 그로 인해 분열의 가능성이 커질 거라는 견해가 제기됐는데, 이는 유럽에 존재하는 유대교와 무슬림, 발칸반도의 종교 다양성을 인정한 때문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똘레랑스 문화가…. 무조건적 내 종교가 우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종교도 존중되고, 존중해야 하는 것, 적어도 이런 사고라면 ‘내로남불’의 아전인수는 없을 듯….

이렇게 유럽을 들여다보고 톺아본다면, 새롭게 다가서는 유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여행을 계획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