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 - 게놈으로 밝혀낸 먹거리의 비밀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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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작물이 되기까지

 

강석기 작가는 연구자와 잡지사에서 과학 전문기자로, 그리고 지금은 과학전문작가로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 게놈(유전체)으로 밝혀진 먹거리의 비밀-꽤 흥미로운 제목이다. 어쨌든, 이 책의 결론은 우리 사회가 환경을 위해서 쌀 한 가마니 먹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한다. 최근 연구결과는 지구촌의 육류 소비를 지금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이는 게 건강에도 좋고, 음식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육류 특히 소고기는 온실가스 발생원 중 19% 이상을 차지하여, 화석연료의 20%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쌀농사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데…. 요즘, 기후위기에 관한 논의양상과 흐름은 절망론적 환경주의자와 휴먼환경주의자,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수준보다는 덜 과학적이란 주장 등이다.

 

식량 작물

 

인류의 먹거리는 동과 서의 특징이 드러난다. 동쪽은 벼(자포니카-우리가 주로 먹는 단립형, 인디카- 이른바 안남미라는 장립형 즉 길쭉한 쌀이다) 서쪽은 밀(이게 꽤 복잡하다. 세 가지 작물이 합쳐져 생겨난 작물이란다), 생산량으로는 단연 옥수수가 1위다. 그다음은 쌀일까 밀일까? 감자는 곡물을 제외하면 생산량 1위다. 곡물(알맹이), 덩이줄기나 뿌리-감자, 고구마, 카사바, 얌(마)- 

 

유전변이분석- 다양한 방식으로 작물화가 진행

 

야생 식물에서 한 차례 작물화가 일어나 퍼진 뒤 지역이나 문화에 맞게 재래종이 확립되고 때로는 이들 사이의 교잡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작물과 야생근연종의 유전자 또는 게놈을 비교하자 작물화 과정은 3개의 시나리오로 정리된다. 위에서처럼 야생식물+작물= 벼와 밀, 기장과 조, 사과와 토마토가 그러하다. 둘째는 야생식물 한 종에서 두세 차례 독립적으로 작물화가 일어나고 그 뒤 작물 품종 사이 혹은 야생식물과 작물 사이에 교잡이, 보리와 수수, 코코넛, 강낭콩이, 셋째로 두 종의 야생식물에서 잡종이 나오고 여기서 작물화가 일어나거나 작물 두 종의 교잡으로, 감귤류와 바나나, 땅콩, 딸기 등이 그렇다. 

 

이 책에서는 식물 분류학 계통도에 따라서 정리했는데, 우선 3부로 나누고, 1부에서는 식량작물 9종을, 2부는 채소와 양념작물을, 3부 과일작물, 4부 특용작물을 27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벼, 재래 벼의 품종은 5,623종

 

현재 국립유전자원센터 종자은행에 재래종 벼가 450여 가지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우량종에 밀려 나가다 70년대 이르러 재래종은 자취를 감추게 되고, 지금은 토종 쌀로 막걸리와 맥주를 만들기도….

 

왜 벼의 게놈이 1호가 됐나, 1호에서 밀린 밀은 괴물? 

 

2002년, 작물 최초로 벼의 게놈해석, 왜 밀이 먼저 해석되지 않았을까? 동서의 상징적인 작물, 벼가 먼저 해독됐다는 이야기는 동양 세가 유력해진 것일까? 이런 짐작은 다 틀렸다. 밀은 괴물이었다. 당시로써는 해독 불가능, 게놈의 크기가 너무 크고, 구조도 복잡했었다는 사정이 있었다. 벼의 게놈은 4억 염기, 31억인 사람 게놈의 8분의 1, 그런데 밀은 160억 염기로 사람보다 5배 이상, 벼의 40배인 데다 이배체가 아니라 육배체라 비슷비슷한 서열이 너무 많았다. 아마도 서양의 역사만큼 꼬이고 꼬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벼의 게놈해독 후 10년이 지나 빵 밀의 게놈이 분석됐다. 

 

좀 더 보자. 벼 게놈과 밀 게놈의 엄청난 크기 차이는 밀과 보리의 공통조상에서 게놈 크기가 뻥튀기 된 데서 비롯된 것임이 밝혀졌다.

 

아무튼, 밀의 역사는 인류의 다양한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매우 복잡했다. 

 

기장과 조는 우리 조상이 작물화했을 수도

 

한국어와 일본어의 공통조상이 되는 언어를 구사했던 사람들이 기장과 조를 주식으로 살았다는 가설, 한반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기장과 조 낟알, 약 5,500년 전의 것이었다. 한국어와 일본어 계열이 분리된 시기와 얼추 비슷한 시점이다. 일본에서는 2,900년 전 무렵에 쌀이 나온다. 약 8,000, 년 전 중국 양쯔강 일대에서 작물화된 벼가 수천 년 동안 점차 추운 기후에 적응하면서 북진하여 한반도에 이른 것이다. 현대 일본의 벼의 북방한계는 홋카이도까지 북진, 낟알도 엄청나게 커져서, 쌀 한 톨이 보통 쌀의 1.5배 혹은 2배에 이른다고.….

 

멜론과 수박- 어떻게 과일이 됐나?

 

오이와 참외, 멜론의 관계는 보통은 오이=외, 그리고 참외 같은 외이니 한데 묶고, 멜론은 다른 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멜론은 늙은 호박이나 수박에 가깝다. 그런데 참외는 멜론의 일종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식으로 참외와 멜론으로 나눠 부르는 건 틀린 표현이란다. 우리가 멜론이라 부르는 과일, 실은 멜론의 두 아종으로 멜론과 참외는 각각 멜로, 아그레스티스다. 멜로는 참멜론이고, 참외는 들멜론, 개멜론, 오이와 묶일 때는 참외지만, 멜로와 함께하면 개멜론이다. 

 

여름철 우리가 먹는 수박은 ‘달콤한 수박’으로 4,000년 전에 북아프리카에서 작물화된 것으로 보인다. 수박은 선이 선명할수록 달다. 달콤한 수박은 345가지, 속이 새빨간 수박일수록 단맛이…. 진짜 수박은 이러하지만, 우리가 먹는 수박은 사람을 손을 많이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속이 하얀 수박, 노란 수박이 원래 수박이라니,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이다.

 

바나나도 다양

 

먹는 방식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디저트용(보통 생식용), 또 하나는 요리용(플랜틴)이다. 플랜틴은 저당 고녹말 품종들의 별칭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마시는 커피는 세계 평균의 2.7배로 하루에 한잔 꼴….

 

세계에서 가장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누구? 세계 인구 79억 이들이 1년에 130잔을 마신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손꼽히는 커피 시장이라는 말이 된다. 

 

우리 귀에 익숙한 아라비카 커피…. 아버지인 로부스타와 미학적으로 차이가 나지만, 생화학적으로는 거의 같지만 로부스타의 카페인은 아라비카보다 두 배 정도로 독하다. 아라비카의 어머니인 유게니오이데스 커피는 향이 섬세하고 카페인 함량이 적으니, 이들 사이에서 생겨난 아라비카는 아마도 중화된 커피 정도라고 해두자.

게놈으로 밝혀진 작물, 과일, 채소, 특용작물…. 키위의 원산지는 중국 그런데 뉴질랜드로 건너가 세상에 알려졌다. 콩이나 기장이 한반도가 원산지라니…. 놀랍다. 

 

작물, 우리의 먹거리 신토불이라고 하지만, 알게 모르게 로열티를 지급하는 곡물과 채소가 적지 않다는 사실, 식량의 자원화를 주장하지만, 품종의 국산화가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이 책은 그저 단순히 게놈으로 밝혀진 작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곡물, 채소, 과일의 역사를 하나하나씩…. 늘 그저 그런 것으로 보였던 먹거리가 새삼 새롭게 보인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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