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화 - 존중과 치유로 가는 한 사람, 한 시간의 이야기
정병호 외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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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궁극적 목적은 다른 사람과 만남을 배우는 것

 

책 제목은 별로 기억나지 않지만, 뇌리에 또렷이 새겨진 “공감”이라는 단어. 말없이 들어주는 것이 섣부른 조언입네, 충고입네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것임을….

 

한 남성은 당시 꽤 유명한 전문가와 우연히 함께 한 자리에서 그에게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조언을 구했다. 남성은 진지하게 그리고 열심히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전문가는 가만히 듣고 있으면서 때때로 웃음과 끄덕임을…. 정작 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를 줄곧 했던 사람은, 그 유명인사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웃음과 끄덕임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었다고….

 

이 말이 무슨 말인가, 사람들은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이미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해결책을 알고 있다. 다만, 상대방 이를 공감해주는지, 부정하는지에 따라, 자신의 문제해결 방식에 관한 자신감, 혹은 신념을 굳힌다. 즉, 자기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줄 뿐인데 어떤 사람은 위로를 받고 생애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 ‘공감’의 비밀이 숨어있다. 상담원칙에도 무조건 수긍, 공감하기 등이 들어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 <공감 대화>는 네 사람이 쓴 이야기다. 문화인류학자 정병호, 조일동, 그리고 런던한겨레학교장으로 일하는 이향규,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장 교육학자 김기영이 글쓴이들이다. 이들을 대표해 머리말을 쓴 정병호는 “공감대화는 말보다 자리에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이야기 내용이 아니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울림을 준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마치 단편소설 같다. ‘공감대화’는 프로그램명이다. 10년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경험을 모은 것이다. 50여 차례의 모임에 아홉 살 어린이에서 아흔 살 노인까지 모두 약 300명이 참여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고정관념을 떨치고 새로운 눈이 열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전개는 4부로 나뉘어 있고, 1부에서는 평등한 시간과 공간, 다문화 배경 초등학생들이 상처를 말하며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2부, 개인으로 이야기하기에서는 국적과 이념, 가해자와 피해자의 벽을 넘어라는 제목 아래 냉전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국적, 체제, 이념이 규정한 적대 관계를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3부 공감의 연결고리를 찾아서는 여성, 이주, 가족이란 주제로 여성과 남성이 공감하며 연대의 파트너로 연결되는 순간을…. 4부, 공감대화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공감대화의 이론과 방법을 소개한다- 직접 해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공감대화 프로그램 가이드가 실려있다-.

 

이 책은 아주 특별한 책이다. 우리 사회의 성원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깊이 들여다봐야 할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이른바 마이너리티 혹은 잊힌 사람들, 그림자로서 존재감 없이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 고국을 찾아온 고려인들이 느끼는 자기 땅의 이방인 같은 느낌, 물과 기름처럼 겉돌기만 하는 이들, 탈북민 청소년들 한국 사회에서 자리 잡기 위해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때로는 백안시하기도…. 한국에서 다문화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기도, 이들이 얻은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돼가나, 평등한 시간, 평등한 공간에서 불평등한 시간과 공간 경험을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

 

국적과 이념, 가해자와 피해자의 벽을 넘어

 

대화는 어떻게 화해의 도구가 되는가, 이는 극히 개인적이다. 하지만, 이념과 가해, 피해의 논리는 남북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겪는 일상이자 높다란 장벽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책은 힌트를 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공감은 모든 차별과 구분 짓고 경계를 긋는 모든 것들의 시작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공감의 연결고리, 여성, 이주, 가족

 

결혼이주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는 주제는 우리 사회의 아픔을 직시하는 주제다. 가장이 된 여성들 그리고 국경을 넘어올 수밖에 없는 처지….

 

 

 

 

문화인류학자와 교육자이며 실천가들이 우리 사회의 어둠을 찾아 밝은 곳으로 끌어내어 선한 영향력을, 선순환 사회를 희망하며 노력해 온 결과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함께하지 못했다. 적어도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의 처지일지도 모른다. 

 

오해와 편견을 넘어 이해와 존중, 평등한 시간, 평등한 공간, 사람들의 이야기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감대화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펼쳐진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달리 보일 것이다. 그림자, 차별, 무시…. 무의식적으로 이주여성을 대할 때, 한국어가 서툴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아이에게 말하듯 하는 태도 역시, 무의식적인 편견이다. 악의는 없지만, 조금의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말이 서툴다고 감정도 서툰 것은 아니니…. 이미 우리 주변에 형성된 다문화 공간, 좀 더 톺아보고 들여다보자. 

 

오늘도 ‘공감대화’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여전히 배울 게 많은 세상이다. 참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감동적인 책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너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참으로 그러하다. 오해와 편견을 넘어 이해와 존중으로 평등한 시간과 평등한 공간,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 오래 기억하련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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