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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비 - 금오신화 을집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9
조영주 지음 / 폴앤니나 / 2022년 7월
평점 :
비와 비- 금오신화 을집
김시습의 <금오신화>의 갑, 을이 있었나? 작가 조영주는 일본에서 금오신화가 출간될 당시 금오신화 갑집이라는 붙였던 것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김시습이 금오신화 속편을 썼다고…. 여기에 등장하는 비와 비 한 사람은 이비요. 또 한 사람은 박비다. 박팽년의 손자 박일산이 실존인물이었음을 토대로 상상의 공간을 채워넣었다.

주인공 이비, 박비, 그리고 성종 이혈과 월산과 안평의 ‘몽유도원도’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낸다. 몽유도원도를 다시 그려보려는 월산대군 이정, 안견의 아들 안소희에게 그림을 부탁하는데, 몽유도원도는 안평의 정치적 야망을 그린 것인가, 아니면... 성종 이혈은 장인 한명회가 월산과 자신을 겁박하려드는 걸 눈치챘는가, 어리버리한 임금이 어느날 똘똘한 임금이 됐다. 이 건 또 무슨 조화인가, 이혈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누군가를...
김시습은 5살 때 당대 금상 세종 앞에 나가 재주를 뽐내고, 상으로 얻은 비단을 허리에 묶고 갔다는 전설, 이때 같은 나이였던 옹주와 눈이 마주치고, 오세 김시습은 옹주를 가슴에 담았다. 세조가 등극하고 사육신과 생육신이 생겨나고 세상을 등진 김시습은 매월당으로 떠돌며... 이비와 박비를 만나고, 우연인지, 의도적인지 모르겠지만...
전라감영 안이 소란스럽다. 한명회가 전라감사 이극균의 약점을 잡기위해 분순어사 정훼를 보낸다. 정훼는 죽은 공혜왕후의 보게되고... 명나라에서 데려와 수양 딸로 삼았다는 이비는 명나라 저잣거리에서 재주를 부리는 광대?, 이야기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이비를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고, 박비의 용모는 금상(성종)과 쏙 빼닮았다. 그 연유는...
예종이 죽고 13살에 왕위에 오른 자을산군 이혈은 형인 월산대군 이정과 예종의 아들인 제안대군을 누르고 장인 한명회의 입김으로...
이야기의 끝부분에서는 장인 한명회의 코를 납작하게, 마치 세조처럼 한명회를 쥐고 흔드는 모습을 본다.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진실로 인사를 하는데, 이때 왕좌에 앉아있던 이는 이혈이었을까 박비였을까?
남장을 했던 이비, 박일산, 이혈의 비 공혜왕후와 닮은 이비,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일까?

한낮의 꿈이런가, 도원을 거닐며, 당대의 천재 김시습이 한명회를 희롱하고, 성종에게 한명회의 권세와 기를 꺾도록 하기 위해 기획한 정치극?
사육신의 박팽년의 둘째 아들의 처는 옹주이며, 박일산은 이 옹주의 아들, 곧 박비다. 역적의 자식, 아들이 태어나면 죽여라라는 왕명, 마침 집안의 종이 임신 중이라 딸이 태어나면 그 애와 바꿀요량으로, 그런데 한명회가 술수를 부린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종으로 대체하는데...
이비는 늘 자신을 따라다니는 종 박비를 오라비라 부르며 좋아하는데..., 박비는 이비에게 조선을 떠나 명나라로 함께 떠나자고,
오락가락한 이야기 속 결말은 이비는 나는 누군도 아니다. 나는 나다. 공중제비를 돌고 싶다. 그런 이비는 비상을 먹고 죽는다. 폐비윤씨(연산의 생모)가 비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침을 당하는데, 혹시 성종이 밤늦게 찾은 그 사람인지, 박비인지...
이 대목은 읽는 이를 배반한다. 불친철하게도... 다시 잘 읽어봐라며
이비, 박비 모두 누군가와 닮았다. 닮아도 아주... 도대체 이야기의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비와 비, 단 숨에 몰입할 정도이지만, 영 헷갈리는 대목들이 나온다. 중간중간에 뛰어나오는 한시들.... 갑자기 금오신화를 다시 읽어보고 싶을 정도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