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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이와 차이 - 장애를 지닌 언어학자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얀 그루에 지음, 손화수 옮김, 김원영 추천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평점 :
우리의 사이와 우리의 차이? 우리 사이는 어떻게 이해되고, 그 차이는 또 무엇인가?
시선은 권력이다
얀 그루에 올해로 42살로 접어든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언어학을 가르치고 연구한다. 이 복잡한 세상에서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 눈에 와 닿은 이 문장 ‘시선은 권력’이다. 그렇다.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살아간다. 세상의 ‘표본’이 되지 않기 위해서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데도 늘 관심의 대상이고, 연구대상처럼 여겨진다. 이것이 우리가 장애인을 보는 태도고 장애인 얀 그루에가 세상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본 자신이기도 하다. “시선은 권력”임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자전적 에세이는 이제는 더는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마,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다. 그 앞에, 너머에 자리한 ‘나’의 모습을 봐달라고…….
그루에는 척수근육위축증을 앓고 있다. 그루에= 척수근육위축증 환자, 얀을 규정하는 것은 척수근육위축증이다. 그가 이런 장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그래서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과 모습을 담담히 적고 있다.
이 책은 9장 체제다. 1장 그들은 내가 아직도 살아 있음에 놀란다. 2장 시선은 권력이다. 3장 정상에서 벗어나는 방식은 셀 수 없이 많다. 4장 나의 스티그마, 나의 헤테로토피아, 5장 여기는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닙니다. 6장, 언어의 중력장, 얀구루에 신드롬, 7장 내 몸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8장 수치심을 놓으려 한다. 9. 우리가 아이를 갖는 것은 남들과 달랐던가,
자, 소제목만 훑어봐도 거기에 실린 글들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김원형의 추천과 해제가 얀 그루에 이야기를 더욱 다가오게 한다.
세상은 동서양을 구분하지도 묻지도 않고,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무의식적 편견, 세상의 표준은 정상인이고 남성이었기에…. 우리와 조금 달라 보이면 얼마나 불편할까, 거기에 더해 참 불쌍하다….- 제멋대로 보고 제멋대로 해석하기-는 생각을 제 맘대로 한다.
이 책은 이런 세상을 향해 얀 그루에가 던지는 말들이다. 응 그렇지 않다. 어차피 내가 안고 태어나는 대신에 또 다른 능력을 주었잖아. 언어에 민감하고, 그 개념과 뜻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됐으니, 이 또한 좋은 거 아닌가?, 그의 이야기는 그의 삶과 그의 자신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다룬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으며, 그 대가를 위해서 뭘 했는지를….
시선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란 쉽지 않다
얀과 그의 아내 이나에게 던지는 질문, 침대 위의 생활을 할 때도 휠체어를 타나요. 아무런 적의도 없는 그저 호기심에 찬 얼굴로 던지는 질문들, 얀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 책은 장애인이 핸디캡을 극복하고 세상에서 남보라듯이 살아남고 또 성공스토리를 읊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 질문한다. 만약에 당신이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살겠냐고, 많은 책과 영화를 예로 들어가면서 그만의 방식으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얀은 말한다. 나는 항상 예측된 삶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아왔다고…. 우리 가족의 지인이자 유전의학 전문의인 아르비다는 내게 농담처럼 ‘얀그루에신드롬’이 있다고….
세상은 여전히 비장애인 ‘표준’사회임을
그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이자 객원 학생 연구원으로 버클리대학에 유학할 때 일을 떠올린다. 국제학생기숙사에서 장애인인 그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뭐가 그리 어려운지, 즉,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그 어디에도 없어, 기숙사에 드릴 수 있다고, 자 이 대목에서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그냥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었다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겠지만, 들어갔다. 그런데 찜찜하다. 왜일까, 당시 장애인에게 우호(친 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장애인에 관한 배려가 있다는 대학의 모습이 이렇다.
우리 한국 사회의 대학은?, 이란 생각이 갑자기 떠오른다. 일본의 한 대학은 눈이 부자유스럽던 러시아 출신 유학생을 받아들이기 위해 기숙사 그의 방에서 연구실까지 노란 볼록 발판을 깔았다.
이 책은 얀 그루에가 자신의 처지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했는지를…. 또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를 말한다.
‘표본’이 되고 싶지 않아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눈을 원망하지 않고도, 충분히 시선이 권력임을 느끼도록 이끌고 있다. 얀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이의 언어로 기록해보려는 시도, 그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분류에 속한 존재다. 하나는 이상한 동물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낯선 하이브리드 생명체였다.
참으로 깊이 생각해 볼 대목이다. 이름으로 우리를 규정하고 명명하는 범주이든 간에 범주의 표본은 두 가지 길을 간다. 범주적 한계 앞에 온전히 굴복하거나 한계를 극복한 예외 사례가 되거나, 얀은 표본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한계에 굴복하거나 극복하거나가 아니라 나만의 방식이 있음을 강조한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