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죽음 -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한 생각의 전환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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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죽음

 

 

 

 

죽음에 괜찮은 죽음이 어디 있고, 안 괜찮은 죽음이 또 어디에 있는가, 사생관,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 아니 이렇게 말하는 건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죽을 만큼 힘들다고…. 입에 달고 사는 이들에게 막상 죽음이 닥쳐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러나 이 이야기는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들고, 의사로부터 확인을 받은 이들은 대체로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 등 이른바 죽음의 5단계(DABDA)를 거친다(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1969년에 쓴 <죽음과 죽어감>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단계를 거쳐 죽음을 수용하게 된다고….

 

그렇다면 의사들은 어떻게…. 이 책 첫머리에 나오는 인용문을 보자

 

 

“모든 외과 의사는 자기 안에 작은 공동묘지를 지니고 다닌다. 때때로 찾아가 기도하는 쓰라린 회한의 장소. 그곳에서 의사는 자신의 실패에 대한 설명을 구해야 한다.”(르레 르라슈,<외과의 철학> 1951)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2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송가체종에서 무감각 통증에 이르기까지 많은 질병과 싸우는 환자들과 이들을 살리기도 또 어떤 때는 허망하게 떠나보낼 때의 안타까운 심경을 담고 있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이유는 자신의 병을 의사가 고쳐줄 것이라는 그것도 완벽하게 고쳐줄 것이라는 믿음(어디서 비롯됐는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그렇게 세뇌를 한 것인지….)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 품격있는 인본주의자의 명상록

 

지은이는 이 책에 아주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의사도 인간이기에 실수한다고,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 가운데 대부분은 운의 문제라고, 성공과 실패는 의사의 통제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뇌전문 외과 의사 삶은 지루할 틈이 없이 흥미진진하고 보람도 느끼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외과 의사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는 대목,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무시무시한 결과와 함께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성공담을 내세우고 자랑한다. 솔직하게 실패담을 말하지 않는다. 환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 그러나 지은이는 초연함과 연민 사이에서 그리고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외과 의사의 시도와 실패를 말함으로써 의사와 환자가 만날 때 서로가 느끼는 인간적 어려움을 이해하자고… 아마도 이 대목이 이 책의 가치를 한층 높여준 듯하다. 

 

 

 

책 제목 <참 괜찮은 죽음>, 왜 괜찮은 죽음이라 네이밍을 했을까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지은이의 어머니가 임종 직전에 남긴 말 “멋진 삶이었어, 우리는 할 일을 다 했어”라고…. 제목만 보면 죽음, 죽어가는 이들과 만남, 호스피스 병동의 의사로,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기에 그랬을까 라는 짐작과 달리,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힘듦과 즐거움, 보람, 배려, 돌봄, 절망, 회한, 용서, 화해, 깨달음 이 모든 키워드가 담겨있다. 책 곳곳 여기 저기에 말이다. 나와 내 주변의 죽음을 새삼 생각해본다. 그들은 참 괜찮은 삶이었고, 죽음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지은이는 삶과 죽음의 사이의 미묘한 연민, 바로 이런 섬세함과 늘 자만하지 않고, 긴장감을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증상을 신중하게 대하는 태도, 고개가 절로 수그려진다. 아마도 이런 행동의 안받침 된 그의 품성은 낭중지추다. 관대함이 배어나와 읽는이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그의 관대함이랄까, 아마도 그는 인본주의자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 피하는 꽤 까다로운 수술, 그 역시도 피해가고 싶었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태도가 모든 의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의사의 숙명인걸…. 우리가 의사라는 길을 선택한 대가인걸, 사람을 살렸다는 기쁨 속에 감춰진 절망들이 머리를 쳐들고 올라올 때도 있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하는 의사의 길인데…. 새삼 의사라는 직업을 어떻게 봐야 할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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