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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시대 ㅣ 리토피아 소설선 4
방서현 지음 / 리토피아 / 2022년 5월
평점 :
좀비 시대= 노예의 시대
좀비, 몇 년 전부터 좀비가 유행이다. 미국드라마 워킹데드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TV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이 소설에서 좀비는 대가를 받지 못하는 무임 노예노동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그런 시대가 좀비 시대다.
학습지 교사의 법적 지위를 묻고,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노동 문학이요. 사회고발 르포르타주, 마치 조지 오웰의<위건부두로 가는 길>(한겨레출판, 2010)처럼 학습지방문교사의 일상을 그린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 수입보다 못한, 뭔가 이상한 수재 교육의 학습지 교사들, 이들은 이른바 특수형태노동자, 특고다. 위장된 사업자다. 1997년 IMF 사태로 한국사회의 경제 질서는 패러다임 전환기였다. 기업들은 다운사이징으로 몸체를 줄이고, 사내 핵심(기간)부서를 제외하고는 아웃소싱(외주화), 이어서 노동시장에 불어닥친 정규와 비정규, 간접고용 등, 생소하고 낯설기만 한 이상한 형태의 것들이 이 사회의 질서를 뒤바꾸기 시작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로 편입된 것이다.

이 소설의 작가 방서현은 2022년 계간 <리토피아>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무지개와 같은 글을 쓰고자 한다고, 아마 이 소설은 무지개를 좇는 우리 시대의 청년상을 그린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편입되기 시작했던 청년들 경제학자 우석훈과 월간 말지 기자 박권일이 쓴 <88만 원 세대>, 88만 원 세대란? 지금의 20대 중 상위 5% 정도만이 대기업과 공무원 세계의 5급 사무관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인구의 8백만을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 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하면 88만 원 정도가 된다.
학습지 교사 특고, 고용보험, 산재보험적용 이제야….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4조 원, 이 수치는 2000년대 초반의 규모다. 학습지 빅 4'라고 불리는 대교 교원 웅진 재능 등 4개 업체의 연간 매출은 1조8000억 원(회원 수 530만 명)으로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고, 이제는 에듀테크 종이 학습지에서 전자학습지로 바뀌지만, 여전히 큰 시장이다.
학습지 교사의 일상, 마치 개미 무덤처럼, 미래를 당겨서 쓴다.
등장인물 연우, 국어교사 임용시험만 수차례에 낙방, 1점 차로 떨어지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경제적 어려움과 교육 경험이라도 있어야 기간제 교사직 지원도 가능하다는 현실 앞에, 국내 최고 브랜드 수재 교육에 입사, 거기서 대학 시절 친구인 홍수아를 만난다.
그에게 펼쳐진 학습지 교사의 일상, 유아에서 고등학생까지 모든 과목과 일어, 중국어 등도, 한 학생에 배당된 시간은 10분, 이 시간 안에 지난번 과제 점검하고, 틀린 문제 해설해주고 이번 주에 해야 할 학습지를 건네주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지구장은 입회를 독촉하고…. 첫 달 임금이 통장에 입금되고, 한 달 30일을 못 채웠으니, 대충 그렇다 치자. 두 달째 임금이 들어왔다. 겨우 백만 원 정도다. 연우는 뭔가 단단히 홀린 기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꽉꽉 채워 일했다. 그런데도 백만 원 남짓이라니…. 토요일은 홍보다 회원 늘리기 위해서 돌아다녀야 하는데 당연히 무급이다….
연우는 계산기를 두드린다. 국어 과목 월 35,000원이고 승률이 31%이니, 그가 한 달에 받는 수수료는 10,850원, 여기에 관리과목 수를 곱해서 나온 금액이 수수료, 즉 월급인데 여기서 휴회 처리 못 한 학생회비를 대납, 주유비, 사무실 행사비, 실제 수익은 절반 정도다. 여기에 학부모와 학생의 갑질, 연우는 학습지 교사를 하기 전에는 아이들을 천사라고, 하지만, 이제는 무섭고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또, 방문해야 할 곳들은 맞벌이 가정, 아이 혼자서 선생님을 기다린다. 아이 공부를 돌봐주는 부모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금수저의 대물림이란 어느 신문사의 기사가 떠오른다.
어느 날 지국 회의 때 울고 나갔던 홍수아, 결국 살던 고시원 옥상에서 투신해 죽었다. 그에 관해서 하나둘 밝혀진 사실들, 회원 수 200, 실제로는 50 정도다. 나머지는 허위로 이른바 ‘가라’로 회원가입을 했다. 지구장의 압박에 못 이겨,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회사에 가져다준 셈이다. 빛이 3천만 원 넘었다. 개미 무덤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수렁으로 죽을 때까지 빨려들어간다. 왜 그만두질 못했냐고, 이미 학습된 무기력때문이다. 미래에 관한 희망도 없이 어차피 뭘 하든... 이렇게 포기해버린 것이다. 수재 교육은 유족인 수아 이모에게 산재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켜지지 않았고, 연우는 전사가 돼, 수재 교육의 반인권적 관리가 사람을 죽게했다고 책임지라고 회사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그는 결국 누군가의 손에 끌려서...

반인권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 시대
현실과 너무도 닮아있다. 픽션이 아닌 논픽션처럼, 양극화 시장의 현상으로 그대로 보여준다. 특고, 간접고용, 중간착취, 삼각고용, 등 듣도 보도 못한 계약 관계들이…. 왜 이리 어려울꼬, 소설의 결말은 충격적이다. 학습지회사는 영리기업이다. 자본주의 질서와 원칙에 의해 작동된다. 이윤극대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실종, 인간존엄의 상실, 이는 반인권바이러스다. 한 번 감염되면 노예가 되버린다. 학습된 무기력처럼... 인간이기를 외치는 순간 엄청난 외압이, 지금 이 시대는 전사를 요구하는 사회일까, 권리회복이 아니라 목숨걸고 싸워야 하는...
이 책 끝에는 문학평론가 고명철의 ‘간접고용과 중간착취, 그 디스토피아와 좀비들의 묵시록’ 이란 평론이 실려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 아래 펼쳐진 사포 세대는 좀비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양극화의 극단은 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올라간 사다리마저 없어져 버린 사회, 새로운 노예사회, 좀비시대, 이를 깨뜨리고 나아갈 때가 온 듯하다. 작가가 노동 문학이라고 생각했던 어쨌든 그는 무지개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무지개다. 일곱 색깔 무지개가 선명하게 뜨는 그런 하늘을 보고 싶다.
오랜만에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이를 고발하는 이 소설을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꼭 읽어봐야 할 우리들의 이야기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