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미스터리 - 왜 자본주의는 서구에서만 성공하는가
에르난도 데 소토 지음, 윤영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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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미스터리의 디지털화로 다시 주목받는 자본의 미스터리, 개정판을 보다

 

이 책은 지은이 페루의 경제학자 오른 데소토가 2003년에 펴낸 <자본의 미스터리>개정판이다. 초판과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그가 초판에서 예견했던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불러올 자본 혁명’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은이는 “왜 자본주의는 서구에서만 성공하는가”라는 꽤 흥미로운 주제로 연구를 했다. 그리고 왜 남미를 비롯해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사람은 늘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종 모양 단지 안에서 보호받는 부자와 엘리트와는 다르게 왜 언제나 빈곤층은 밖으로, 변방으로 밀려나는가, 이는 문화와 정신의 문제일까, 왜 열심히 일해도 자산이 쌓이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들이 번 돈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이 문제의식은 지금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도 화두다. 그렇다면 ‘부와 자산은 어떻게 저장되고 확산하는지를 그 원인을 찾는다. 빈곤에서 벗어나는 열쇠인 ’재산권’을 다룬 이 책, 지은이는 9조 달러가 증서나 소유권 없는 사람들이 소유한 토지, 집, 사업체에 묶여 있다고 주장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무허가 주택 같은 비공식 자산을 ’살아 있는 자본’으로 등재하는 공공 장부 역할을 하는 데 적합한데, 블록체인의 주요 기업가는 이를 자본 미스터리의 디지털화라고 선언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가진 경험의 노예

 

가난한 제3세계와 서구열강, 뭐 미국과 유럽을 말함이겠다. 이들이 가진 경험은 다르다. 3세계의 가난한 나라에 자산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자신에 관한 겉으로 드러나는 명확한 권리가 없을 뿐이다. 소유권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체계는 쉽게 정비되지 않는다. 즉, 소유권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다. 명시적인 소유제도는 금융을 일으키고 거래비용을 낮추고 불필요한 경쟁을 줄인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한다.

 

이 책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저개발 국가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관해 그 답을 제시한다. 오늘날 어떤 분야의 지식인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외면하는 건 기술이나 원리의 이해 부족이 아니라 인류가 처해있는 저개발의 악순환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인고, 결국은 재산권에 관한 문제로 귀결되지만….

 

이 책은 6장 체제다. 우선 1장에서는 사라진 정보의 미스터리- 법체제와 안과 밖, 그리고 죽은 자본의 존재와 그 가치 등에 관해서 논한다. 이 책의 제목이자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2장에서는 스미스와 마르크스, 현대 사상가까지 수 세기에 걸쳐 ’자본‘은 매혹적인 주제였다. 도대체 자본은 뭐고, 어떻게 창출되는가에 관해 물음, 소유권 제도의 효과와 자본의 이해, 그리고 종모양 단지까지, 3장에서는 정치의식의 미스터리, 세계에 죽은 자본이 많다면 그리고 그 자본이 가난한 사람들 손에 쥐어져 있다면, 어째서 각 나라는 이런 잠재적인 부를 활용하려 하지 않는가? 그들이 필요했던 증거는 지난 40년간 소규모 생활권에서 대규모 생활권으로 이동했던 동안만 유효했기 때문이다. 도시 이주가 시작되면서 노동은 급속히 분화되고, 가난한 나라들은 대규모의 산업과 상업혁명이 일어났지만 무시됐다.

 

4장 미국 경제사의 미스터리, 미국의 역사에서 가장 적절한 자본주의 모습을 발견했다. 5장 19세기 이후 많은 나라는 국민에게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기 위해 서구의 법을 답습했다.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왜 재산법이 서구에서만 유용하고 가난한 나라에서는 무용해졌는가, 실패한 법 체제의 미스터리, 6장 자본주의가 서구에서 성공하고 다른 지역에서 실패한 원인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여기서는 자본주의를 위한 변명-마르크스 부활, 정신적인 개념, 자본, 문화적 편견, 자본주의 한계-등을 논한다.

죽어있는 자산을 살아있는 자본으로 전환하는 미스터리를 풀어낼 수 있다면….

 

 

 

 

 

죽어있는 자산이란 소유권이 불분명한 토지들을 말한다. 그 가치는 구체화할 수는 없지만, 약 9조 달러에 이르고, 만약 이것이 자본화된다면 즉, 살아있는 자본이 된다면 가난이든 뭐든 경제개발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돼지 발에 진주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 여기에 재미있는 비유가 있다. 러셀 콘웰이라는 연설가의 이야기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 엄청난 부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가의 말을 믿고 이를 찾아 헤매던 인도 상인 이야기를 했다. 상인에게 부를 찾는 일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마침내 모든 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갈증을 느끼고 우물을 찾았지만, 메워져 있었다. 할 수 없이 삽으로 새 우물을 팠는데, 거기서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광맥인 골콘다를 발견한 것이다. 3세계의 허름한 빈민촌 한복판에 수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자산 즉, 부동산이다. 이에 관한 소유권 문제가 해결된다면….

 

산재한 정보를 하나의 체제로 통합

 

개발도상국과 구 사회주의국가에서는 국민 대부분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합법적인 재산 체제에 접근하지 못했다. 그들은 소유한 자산을 합법적인 재산 체제에 넣지 못했기에 법 체제를 벗어난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가 서구에서 성공을 거두면서도 다른 지역에서 실패한 원인은 서구에 존재하는 자산은 대부분 합법적인 명시화 체계에 통합됐기 때문이다. 이런 통합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 입법, 사법, 행정 권력이 수십 년에 걸쳐 여러 도시와 마을에서 적용되는 다양한 규칙을 하나로 통합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조선말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농토를 측량했다. 구획하고 소유권을 확인하고 없으면 꼴깍하고 제 것으로 만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한다면, 죽은 재산을 살아있는 재산으로 바꾸는 과정이 이해될 듯하다. 여기에 토지대장 등등 통일된 서식 즉 정보와 규칙을 통해 하나의 지식기반에 집결시켰다.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무상을 땅을 나눠준다는 광고를 보고 떠나는 사람들을 담은 영화<파 앤드 어웨이>에서 말을 달려 먼저 깃발을 꽂은 사람이 그 땅의 주인이 되듯….

 

명시화된 재산은 수많은 사람을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합법적인 재산의 명시 문서(토지문서, 토지등기 등)는 물질 자산에 유동성을 부여하게 하고 이를 통해 이윤 창출을…. 자본축적이 가능케 된 것이다. 또 자산을 거래에 적합하도록 분할하고, 조합하여 여러 가지 형태로 전환, 소유자에게는 소유권을, 자산의 기록을 정보화해 소유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사업 대리인들로 전환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제 점차로 윤곽이 보인다. 지은이가 왜, 왜, 왜라고 의문을 제기했던 문제들에 관한 답이 보이기 시작한다. 죽은 재산과 살아있는 재산은 이른바 소유권의 확립을 위한 법체제의 정비에서 시작됐고, 합법적인 명시화를 통해, 새로운 신용 창출이 가능케 되면서(토지를 담보로 한 대출 등) 이윤이 창출되고, 자본축적이 생겨난다는 일련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지은이는, 이런 현상이 왜 서구에서만 됐는지를 각 나라의 문화와 제도를 살펴보면서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자본축적은 가상공간으로 퍼져나가고, 각 나라의 자산에 관한 규제 밖에 존재하면서 몸집을 불려 나가는데 아마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비트코인의 출현과 그 성장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한계극복을 위하여

 

정부는 뭘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은이는 여섯 가지를 말한다. 첫째,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과 그들이 지닌 잠재력을 자세하고 확실히 파악해 문서화해야 한다고, 둘째로 모든 사람은 저축할 능력이 있다. 셋째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보유한 노동력과 저축한 자산을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통합 체제다. 넷째, 시민들과 마피아들의 위법행위는 주변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십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생활권이 소규모에서 대규모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발생한 결과다. 다섯째 이런 맥락을 생각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문제가 아니라 답이다. 여섯째, 자본을 창출할 수 있는 재산 체제를 시행하는 것은 정치적인 과제다. 그것은 사회계약을 이해하고 법체제를 자세히 조사하면서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번역된 것이어서 그런지 문장이 조금은 매끄럽지 못하다. 물론 지은이의 글쓰기 스타일이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핵심은 “재산권’에 관한 것이다. 죽은 자본과 살아 있는 자본을 가르는 기준은 재산권 제도의 정비와 누구나 할 수 있는 형태로 정보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조선식인지 건설에 토지와 관개수로 정비 등에 힘을 쏟았던 일본의 의도는 간단하다. 모두 정보화시켜 한 체계 속에 담아두고 이에 관한 소유권 즉 재산권을 명시화하자는 것이다. 토지침탈, 농장건설, 쌀 수탈이라는 측면에서 조금 비켜나서 보면, 바로 이런 의도가 제대로 보이기도 한다. 좀 더 톺아봐야 할 대목도 여전히 있지만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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