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크 머리를 한 여자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움이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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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메리카 선주민(인디언)들 (THE ONLY GOOD INDIANS)

 

포노카오토카나키 ? 엘크 머리를 한 여자

 

작가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이 책의 지은이다. 이름만으로는 그가 아메리카 선주민인지 알 수 없다. 사건이 일어나기 10년 전 겨울 눈발이 휘몰아치던 어느 날, 선주민 자치구 내 연장자 전용 사냥 구역에서 총성이 울린다. 네 명의 선주민은 엘크 9마리를 사냥했다. 이날은 사냥시즌의 마지막 날처럼 이들은 여겼다.

 

그 후로 사냥을 하지 않았는데…. 뭔가를 건드렸다. 방아쇠는 당겨 뇌관을 친 것이다. 그 총알은 10년 후에 이들에게 도달한다. 한 사람 두 사람 차례차례로 노스다코타의 한 술집에서 이들 중 한 명인 리처드 보스립스가 죽었다. 술집 밖에서 몸싸움 도중 사망이라는 기사가 될법했다. 리키는 자치구에서 도망쳤다. 그의 눈에는 가끔 엘크가 비친다. 뭔가에 홀린 듯이…. 그날 술집에서 백인 패거리와 시비가 붙었고, 그들을 피했는데 그를 누군가가 쫓아왔다. 다다른 곳에서는 엘크의 무리가 그를 막고 있었다.

 

붉게 물든 집

 

루이스, 10년 전 그날 어린 암컷 엘크를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해체를 하다가, 뱃속에 든 엘크를 본다. 아직 어린 엘크는 임신한 것이다. 블랙피트어로 “포노카오토카나키”가 되어 나타난 걸인가?

 

루이스는 백인 여성 페타를 그다음 해 여름에 만나, 결혼하고…. 하지만, 늘 그 어린 암컷 엘크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우체국에서 일하면서 선주민 출신 신입사원 셰이니가 들어오고, 루이스를 서서히 조여오는 죄책감의 올가미 속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치는데…. 얼마 전에 이사한 월셋집의 벽난로 선반 위에 설치된 전등이 희미해졌다 밝아졌다 하고, 집 밖에서는 애완견 할리가 계속 짓고 있다.

 

얼마 후 거실 천정의 전등이 노랗게 깜빡인다. 이를 확인하려고 사다리를 놓고 올라서는데 그 사이로 뭔가 보였다. 아내가 서 있는 바로 뒤쪽에…. 혹시 아내가 악마가 아닐까, 아니면 새로 들어온 셰이니가 악마?, 아내한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그 날의 진실을 셰이니에게 털어놓는다…. 어린 엘크 몸 안에는 새끼가, 생명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어차피 엘크는 사냥감으로 죽을 운명이겠거니 하고 넘기려 했지만, 그렇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다. 그의 머리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는 엘크…. 루이스는 환청이 들리고…. 엘크가 인간의 모습을 하더라도 상아가 입안 깊숙한 곳에 있다. 이를 확인하려…. 셰이니를 죽이고, 페타를 죽이고 그 배를 갈라 검은 발굽의 엘크를 끄집어내 안고 이틀 후, 자치구 안 바위 아래에서 잠이 깬다. 그의 머리 위 산등성이 위에서 네 명의 남자가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후일 정찰대(셸비인)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소문이 난다….

 

이제 남은 두 사람…. 역시 서로를 죽이게 되는데, 스웨트로지 대학살…. 이 모든 것은 자치구에서 시작됐다. 엘크 머리를 한 여자는 마지막 남은 사내에게 자살하지 않으면 그의 딸 테노라마저 죽이겠다고 협박…. 이들 네 명 중의 유일한 2세였던 테노라마저 죽이려 드는 엘크머리여자, 끝내는 땅에 묻힌 새끼를 끄집어내어 품에 안고….

 

질서를 어긴 벌, 복수, 또 한편의 세대를 이어가는 복수가 잉태되나?

 

마치 전설의 고향을 본 듯, 아메리카 선주민들이 버팔로와 엘크를 식량으로 삼고 살아가더라도 그들만의 원칙이 있다. 일본의 아이누족에게서도 그런 원칙이 있듯이, 인간과 동물, 인간이 살기 위해서 필요 최소한의 식량으로 동물을 사냥한다. 사냥 후에는 자연으로 되돌아가라고 의식을 치른다. 모두가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약육강식이 아닌 서로의 생존을 위해 필요 최소한의 피해로…. 이것이 섭리라 여긴다. 소설 속 네 명의 젊은이는 이 암묵의 원칙을 저버리고 실수를 한다. 재미로 영웅 심리로 엘크를 학살했다. 마치 전쟁의 전리품처럼 이들의 시체를 얻는다. 선을 넘어선 이들에게 닥쳐올 재앙은 바로 아메리카 선주민의 백여 년 전에 그들을 사냥했던 백인들처럼, 사냥에서 벗어나 살아남은 선주민들은 정복자의 장군에게 구명을 요청하는데, 이 사냥꾼들의 우두머리는 좋은 인디언(선주민)은 이미 죽고 없다며, 살아있는 자체가 나쁜 인디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 죽여버린다. 왜, 공존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엘크와의 공존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묵시적이고 선험적인 합의다. 엘크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늑대의 먹잇감이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늑대들은 인간계의 영역을 침탈해 들어 올 것이다. 마치 순망치한처럼….

장마르크 로셰트<늑대>(리리, 2022)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 맺기, 한편의 늑대 우화가 겹쳐온다.

 

아메리카 선주민 자치구의 핍박하고 숨 막히는 삶, 생기가 빠져나가 버린 유령처럼 관광객들의 촬영대상이나 되어야 하는 선주민 자치구의 삶…. 백여 년 전과 자연 풍광은 그리 변함이 없는데, 사람들의 사고와 가치는 이미 그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려 마치 거세된 말처럼, 용맹성을 상실하는데…. 그 불만 해소의 대상이 엘크…. 어쩌면 선주민 자체가 엘크일지도 이들의 삶 역시, 누군가로부터 대상화되고, 관리되는 보이지 않는 철창에 갇힌…. 국립공원 안, 이들은 천연기념물인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복수의 끈은 다행스럽게도 끊어져 해피엔딩이다.

책을 읽고 난 후의 여운, 공포물인 듯 그렇지 않은 듯, 이 소설에 대한 극찬과 탁월함을 이야기하는 평가들…. 그 틈 사이로 보이는 뭔가가 있다. 아마도 엘크 머리를 한 여자의 실루엣인가? 자연 속의 규칙, 인간과 엘크 사이의 규칙, 생존을 위한 식량이 이상의 흥미와 놀이는 생명의 존엄과 자연질서를 거스르는 것이며, 생명을 업신여기는 시대와 사회에는 엘크 대신에 다른 머리를 한 여자가 나올지도. 마치 영화<원령공주-원제:모노노케 히메>처럼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이야기들….

 

 

<출판사에서 보낸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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