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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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 좀비월드

 

작가의 <뒤틀린 집>의 여운을 기억한다. 오누이는 그들을 학대한 양부모를 죽여, 지하실에 묻고서는 태연자약?,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하는 물음표를 남기고 책을 덮었다.

내 앞에 놓은 좀비월드, 조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이 소설집에 실린 5개의 이야기, 콜드블러드

Be the Reds!, 유통기한, 숨결, 낙오자들….

 

 

 

 

콜드블러드= 냉혈

 

대한민국 온 세상이 좀비월드로 변했다. 대통령은 지하벙커에서 대책을 논의한다. 국방부 장관이 등장하고, 위관장교인 대위 최지호가 그리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냉혈살인마가, 미국 유학파의 총명한 비서실장이 그리고 지하벙커는 바깥 정보를 얻으러 갔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장군이 벙커로 들어와 모두….

 

콜드블러드는 이렇게 시작된다. 전 국민을 구할 백신 주사 한 대에 들어있다. 이를 대한제약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좀비는 33도 이하, 40도 이상의 사람은 감지를 못한다. 즉, 공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냉혈살인마는 체온이 33도다. 교도소가 재소자 모두가 좀비가 됐는데 그만 살아남았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비서실장은 그에게 백신을 운반해주면 사면과 더불어 좀비 바이러스에서 회복된 인간사냥을 맘껏 즐기도록 해주겠다고…. 과연 그는 대한제약까지 온 국민을 살릴 수 있는 백신을 무사히 가져갈 수 있을까?, 냉혈살인마는 하나님 앞에 회개했다고 한다. 진짜 회개했을까?, 최지호 대위는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Be the Reds!...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주최, 한국시합이 테리우스 안정환의 골이 터지고, 시내 순찰하는 의경, 일대를 배회하는 노숙자들의 인권존중을 외치는 시위대…. 노숙자는 열이 나고 몸이 이상한데…. 의경 중 누군가 그 노숙자에게 손을 물리고…. 일파만파로 퍼져가는 좀비 바이러스, 주인공 이재호 수경은 목이 타는 갈증을 느끼고….

 

유통기한

 

편의점 문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는 좀비들, 편의점으로 이들을 피해 들어온 시민들로 아수라장이 되고…. 좀비에게 공격당한 뒤 4시간 후에는 좀비로 변하는데…. 감염된 점장을 때려죽이고 편의점 창고에 놓아둔 뒤, 3시간 30분이 지나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타는 목마름을 느끼는데…. 유통기한은 4시간이로고….

 

숨결

 

임산부인 주인공, 출산할 때까지 좀비로부터 생존을 위한 탈출과 도망…. 과연 모녀는 살 수 있을까, 혹여 좀비는 갓난아이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을지도, 이것이 좀비들의 세상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공격당하는 순간, 지위의 고하도 부자도 가난뱅이도 군인도, 경찰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출산을 앞둔 산모도 인간 군상 모두가 그 앞에서는 공포에 떨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좀비가 아닌 체제라면 어떨까, 마치 조지 오웰의 1984라면, 무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공포에 떨며 살아남기 위해 젖먹던 힘까지 쏟아부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를 “헬조선”이라 한다. 헬조선이 좀비월드와 뭐가 다를까?,

 

좀비월드라 살아있는 시체를 말한다. 서인도 제도 원주민의 미신과 부두교의 제사장들이 마약을 투여해 되살려낸 시체에서 유래한 단어라 한다. 주체성을 잃고 로봇처럼…. 일본의 미쓰비시는 회사 조직 안에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을 좀비 사원이라 했다.

좀비는 재난일 수도, 불황일 수도, 혐오와 차별일 수도 있다. 전건우 작가의 좀비 소설집을 읽으면서 “좀비‘의 개념확장을…. 상상해봤다.

 

헬조선은 좀비월드이지 않을까, 무의식적인 편견과 의도적인 혐오와 차별처럼 보이지만, 프레임에 걸려 세뇌를 당했다면, 좀비가 아닐까? 이성은 없고 오로지 프로그래밍이 된 행동을 반복하는 로봇처럼….

읽는 이들도 눈치챘겠지만, 등장인물이 최고 권력층과 군인, 경찰 등의 조직 그리고 소외 혹은 취약계층이다…. 좀비월드에서는 냉혈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확실하게…. 우리는 모두 냉혈한이 돼야만 살 수 있나? 꽤 흥미로운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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