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 한국 기업에 거버넌스의 기본을 묻다 서가명강 시리즈 23
이관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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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주인은 누구?

 

우연인지 몰라도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라고 묻는 제목의 책은 이 책과 김상봉 선생이 펴낸 것이 있다. 후자는 ‘왜 기업의 사장은 노동자가 뽑으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데, 김상봉 선생은 주식회사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밖에 없는 까닭을 주식이 너무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주식의 소유와 기업의 경영권 사이에는 어떤 필연적 관계가 없다고 보고 있어서이다. 그래서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주식회사의 경영을 맡을 수 있고, 반대로 모든 주식을 소유한 사람도 경영을 남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는 주식회사의 사외이사제도에 관해 왜 주주들은 회사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도 없고 주주가 아닐 수도 있는 사람을 그것도 절반 이상이나 이사진에 임명해야 할까? 라고 묻는다. 학자들은 그 까닭을 기업경영의 독립성을 위해서라 한다. 얼마나 터무니없는 설명인가? 이것은 마치 국정의 독립성을 기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과반수를 외국인으로 뽑는 것과 똑같다. 국가의 경영을 위해 국민의 대표를 뽑는 데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어떻게 주식회사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가? 이 질문의 맞냐 틀리냐는 별도의 문제다.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의 핵심은 노동자 경영권이고, 이 필연성을 말하기 위한 문제 제기다.

 

기업은 주인은 주주가 아니라 기업의 이해당사자다

 

이 책은 물론 후자의 것과 결이 다르다. 하지만, ‘주주 우선주의’ 우편향적인 사고는 점차로 중간쯤으로 수렴돼간다고 말한다. 2009년 주주 우선주의 신봉자였던 제너럴모터스의 잭 월치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상이 ‘주주 우선주의’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주주 우선주의는 결과이지 경영목적이 될 수 없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고객 등 다양한 주체들이 기업경영에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또, 2019년 8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미국 국내 200대 기업의 이익 대변 협의체)’은 “기업의 목적은 이제는 주주만을 위한 게 아니라 고객, 직원, 납품업체, 커뮤니티 등 모든 이해당사자의 번영과 함께 추구하는 데 있다”(41쪽), 일본 교세라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경영이념을 전 직원의 물심양면의 행복 추구, 인류와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 공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독일의 기업 공동결정제도, 사회적 시장경제를 토대로 노동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하는 길을 마련했다. 물론 이 제도 운용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시적인 접근에서 보자면 주주만이 기업의 주인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창업자의 사유물이 아님도….

 

이 책의 주요 논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이다. 이 틀에서 보자면 주주만이 기업의 주인이 아니며, 기업의 목적도 주주의 부의 극대화가 아니라 환경, 사회 그리고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기업 내부 생태계에 관한 입문서의 역할을 한다. 책의 흐름은 4부로 나뉘어 있고, 1부에서는 주주 우선주의에 관한 생각과 이슈를, 2부와 3부에서는 대리인(경영자)문제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갈등, 주주와 채권자의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그리고 4부에서는 ESG 도입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금융자본주의 사회의 세포인 기업, 그 안에서 벌어지는 주주와 대리인, 채권자 등의 갈등 문제의 원인을 규명함과 동시에 경영자는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가? 이제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액주주, 노동자의 물심양면 행복, 협력회사 등과 같은 이해관계 당사자들과의 공생,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의 기업 시민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야 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글 머리에서 언급했던 이 책 이름이 같은 또 하나의 책<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김상봉, 꾸리에북스, 2012)에서 철학적 접근과 노동자의 경영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두 책을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단지 노동자의 경영권 필연성만이 아니라 소유에 관한 철학, 역사적 흐름 등을 소개하고 있어서 말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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