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 : 여성, 엄마, 예술가 사이에서 균형 찾기 - What Forces Women Artists to Give Up: Balancing Being a Woman, Mother, and Artist
고동연.고윤정 지음 / 시공아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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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주제 그러나 피해 나갈 수 없는 한 번은 부딪쳐야 하는 것들

 

이 책<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는 11명의 여성, 엄마, 예술가로 살아가는 삶의 여정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그들의 분투를 싣고 있다.

70~80대를 바라보는 유명한 원로 작가에서 40대 초반에 이르는 젊은 작가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여성, 엄마 작가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세계, 과거의 세대는 미술 작품세계에, 미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뚫는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이었다. 대부분 학교 졸업하고 현장으로 뛰어들기보다는 꼭 해야 하는 가족들 간의 임무를 어느 정도 하고 간신히 시작하는 이들도 많다. 50대 작가일수록 40대 작가들이 기억하는 예술가들이 많지 않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은이 고윤정은 지적한다.

 

또 다른 고동연은 인터뷰는 어떤 방향이나 답변이 나올지 모르기에 재미있다. 이 인터뷰는 젠더적인 시각 이외에 한국 미술계의 흐름을 교육, 시장, 관계성, 작가 공동체의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남성 중심시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듯한 움직임….

 

1990년 말에는 사진 시장에 여성 작가가 뛰어들기 시작했다고…. 부부예술가, 남편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자녀가 사춘기에 들어서면 성 역할에 대한 다른 차원의 교육이 필요한 시기다. 자녀와의 관계를 육아라는 특정 시기로 한정시키지 않으려고 했기에 이 인터뷰는 중요하다.

 

이 책의 구성은 1. 언니들은 아직도 달린다,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는 윤석남(1939년), 한국 예술 사진제 <미친년 프로젝트>를 말하는 1941년생인 박영숙 작가, 2장 여성의 연대가 시작되다. 3 동등하다는 환상, 말과 행동의 이중성을 논하는 정직성, 기도회, 조영주, 국동환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우리 안에 불평등, 동등하다는 환상, 말과 행동의 이중성- 정직성 작가

 

정직성 작가는 여성 미술이 특정한 소재나 방식에 함몰되는 데 반기를 들었다. 작가는 여성의 성 평등 문제가 지닌 통념을 벗어나서 일상적인 삶 속에서 열린 젠더의 관계성을 실천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가 생각하는 엄마 작가에 대한 성차별, 온전한 가족 내 젠더 관계성을 묻는다.

 

남편도 작가인데, 육아는 독박, 여성의 작업은 여흥이나 돈 낭비하는 취미로 여기는 게 불편했다. 남편이 나보다 더 못 벌던 시절에도 거대한 꿈을 갖는다면서 인정해주는데…. 이런 이중 잣대가 불편, 내가 애를 쓰면 남편도 알아주겠거니 생각했는데, 전혀, 오산이었다. 돌봄 노동을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품활동을 잘하는 아내,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남편, 신파극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한국 남성의 유전자 속에 단단히 틀어박힌, 가부장적 사고, “어디 감히 여자가”라는 말을 어린 손자가 의미가 알았겠는가, 그런데도 아주 자연스레 할머니에게 한다. 그저 귀여운 손자이기에 어른들이 하는 소리를 듣고 뜻도 의미도 모른 체…. 라며, 우리는 그렇게 자랐다. 거침없이…. 정직성 작가도 한계에 이르렀던 모양이다. 결국, 이혼했지만 그 과정은 한국 보통여성?- 자식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그냥 참고 살자, 이혼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 부모 중 누가 문제가 있냐가 아니라 여자가 드세서…. 라는 무의식적인 편견들- 아무튼 정직성 작가는 또 이혼 재판에 관해서도 말한다. 여성판사가 배정되어 잘 된 사례라고 했는데 충격, 조정 시기에 소송 기간 중 생활비를 지급하는 부분에 대해서 함께 들어온 남성판사가 잘난 부인네를 비난했다. 남편의 잘잘못은 뒷전이 되고, 오히려 법정은 중성 공간인데 어느덧 남성을 동정하는 남성을 위한, 남성만의 공간이 돼버렸다.

 

이 책에 실린 인터뷰 중에는 법과 제도, 그리고 주관적인 판단 등이 강하게 투영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오히려 여성의 편견이라고 생각될만한 대목도 말이다. 하지만, 이 책 전체로서 담고 싶어 했고 담았던 것들은 전체성이다. 전체로서 젠더, 성역할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을 놓치면 나무는 보고 숲을 못 보는 어리석음에 빠지게 된다.

 

남녀평등 문제는 요원하다. 법과 제도가 있다 하더라도 여성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거나 군대 문제를 가지고 성별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애초부터 상정되거나 예정, 기대됐던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 국민의 의무에서 남성은 군대라고 정해버리는 순간, 차별함정이 생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균형을 잡겠다고 이상한 자세를 취하는 순간, 균형을 깨져버리니 말이다.

인터뷰라서 재밌다. 정제된 말들이 아니라서 생생하다. 감정억제나 조절을 해가면서 이른바 교양과 품위로 포장하는 그런 글이나 말보다는 훨씬 흥미롭다.

 



<출판사에서 보낸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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